이번 전시는 10대부터 60대까지의 다양한 연령대의 남녀 작가가 참여한다. 기존 미술 제도와 무관하게 오직 자신의 내면에 몰입해 독창적인 창작을 지속해 온 발달장애 작가 16인, 정신장애 작가 6인, 총 22명 작가의 작품세계를 소개하며 737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또한, 오랫동안 발달장애 작가들과 함께 작업하고 전시를 기획해 온 ‘밝은방’의 김효나를 초청 기획자로, 김인경, 이지혜를 협력 기획자로 하여 서울을 비롯한 광주, 보령, 부산, 제주 등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작가를 찾아 그들과 소통하며 전시를 기획했다.
<길은 너무나 길고 종이는 조그맣기 때문에> 전시명은 세밀하게 묘사된 구불거리는 길이 가득한 커다란 지도 그림을 그리는 참여 작가 김동현(1993년생)이 “길이 왜 다 구불거려요?”라는 질문에 “길은 너무나 길고 종이는 조그맣기 때문이에요”라고 대답했던 것에서 따왔다. 너무나 긴 ‘길’은 본 전시에 참여하는 발달장애 및 정신장애 작가들의 삶과 일상을 의미하고 조그만 ‘종이’는 이들의 작고 소박한 창작, 물리적 한계를 초월하는 독창적 창작을 의미한다.
이처럼 자신의 방에서 소박하고 일상적인 재료를 사용해 창작하는 이 작가들은 흔히 자기에게 닫혀버린 상태로 여겨지지만 본 전시에서는 ‘자신 안에 갇혀 외부 세계와 단절된 것’이 아니라 ‘자신을 향해 끊임없이 열려 있는’ 상태로 시선의 방향을 달리 설정해 볼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전시장에서는 ‘장애 예술’, ‘아웃사이더 아트’ 등의 미술사적 또는 사회적 수식을 제거한 채 이들의 작품을 ‘자기 몰입의 창작’ 활동으로 바라본다. 다양한 예술적 형식으로 표현한 작가들의 세계를 그 내용과 속성에 따라 5개의 큰 맥락 ‘일상성, 가상세계의 연구, 기원과 바람, 대중문화의 반영, 노트 작업’으로 분류했다. 전시장은 이러한 맥락이 작품과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한편 서울시립미술관은 지난 5월 현대차·기아와 ‘이동 약자를 위한 모빌리티 분야 협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그 일환으로 평소 미술관 방문과 이동이 어려운 장애인 가족을 초청하는 여름방학 특집 프로그램을 7월 26일 개최한다. 이 프로그램에는 기아차의 장애인 특화 사회공헌 사업인 ‘초록여행’을 접목해 장애인의 운전·탑승을 위해 개조된 이지무브 차량으로 이동 편의 제공 서비스를 운영할 계획이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 <그린다그린다그린다그린다그린다>에서는 ‘그린다’는 행위에 관한 스터디 모임을 진행한다. 참여자는 각각 신체, 욕구, 감각, 시선, 표현 등을 기반으로 ‘그린다’를 둘러싼 일반화된 관점에 질문하고 모임에서 나온 ‘그린다’와 관련한 해석을 매개로 본 전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본다.
백지숙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물리적인 한계를 넘나드는 창작자들의 몰입 세계를 느끼고 나눌 수 있길 바란다”라며 “서울시립미술관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 짓지 않고 사용자, 생산자, 매개자의 다양한 주체로 환대하며 미술관을 통해 모두가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선보이겠다”라고 말했다. 김성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