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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고립된 자유의 마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 2021년 10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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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은 <MMCA 현대차 시리즈 2021: 문경원&전준호 – 미지에서 온 소식, 자유의 마을>을 9월 3일부터 2022년 2월 20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개최한다. 문경원&전준호는 2009년부터 함께 활동하며 자본주의의 모순, 역사적 비극, 기후 변화 등 인류가 직면한 위기와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예술의 역할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물음과 예술을 둘러싼 권력 관계 등을 탐구해 왔다. 19세기 후반 영국의 미술 공예 운동을 이끈 사상가이자 소설가 윌리엄 모리스의 동명의 소설에서 영감을 받은 그들의 대표 장기 프로젝트 <미지에서 온 소식>은 2012년 제13회 독일 카셀 도쿠멘타에서 첫선을 보였고, 같은 해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12> 최종 수상 작가로 선정되었으며, 제9회 광주비엔날레 대상인 <눈 예술상>을 수상하였다. <미지에서 온 소식>은 지난 10여 년 동안 세계 각지에서 그 지역의 이야기를 반영하는 영상, 설치, 아카이브, 다학제적 연구 및 워크숍, 출판물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되어 왔다.

2021년 <MMCA 현대차 시리즈>를 통해 문경원&전준호는 남측 비무장지대(DMZ) 내 유일한 민간인 거주지인 대성동 ‘자유의 마을’을 배경으로 새로운 형식과 내용의 <미지에서 온 소식: 자유의 마을>을 선보인다. 자동차 내비게이션에도 표시되지 않는 ‘자유의 마을’은 1953년 정전협정 이후 남과 북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채 70년 가까운 세월을 보냈다. 이 ‘자유의 마을’을 두 작가는 한국의 특수한 정치적 상황이 빚어낸 독특한 장소로 한정하지 않고 인류사에서 대립과 갈등으로 인해 탄생한 기형적 세계로서 조망한다. 동시에 전 지구적 팬데믹 상황으로 수많은 단절을 경험하며 살아가는 현재를 성찰하는 담론으로 확장시켰다. 이데올로기의 대립으로 오랜 시간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곳으로 고립된 자유의 마을이 오늘날 우리의 현실과 미래를 반영하며 일상 속에서 지속적으로 반복‧변주되고 있음을 드러낸다. 

전시는 영상, 설치, 아카이브, 사진, 대형 회화 그리고 연계 프로그램 진행을 위한 모바일 플랫폼으로 구성된다. 영상은 두 개의 스크린이 등을 마주한 형태로 설치되며, 각각의 스크린 속 영상은 오랜 세월 외부 세계와 단절된 채 고립된 삶을 살고 있는 두 인물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사상과 제도의 모순과 충돌로 빚어진 두 고립된 세계에서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의문과 증명을 위해 고투하는 두 인물의 삶은 시공을 넘어 서로 연결되며 펼쳐진다.

작품은 전시공간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영상의 흐름에 따라 조명이 점멸하거나 음향이 흘러나오는 등 공간이 연출된다. 이러한 연출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마치 영상 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주어 관람의 몰입도를 확장시킨다. 영상이 보여주는 서사는 세로 4.25m 가로 2.92m의 대형 풍경화를 통로 삼아 스크린을 넘어 현실로 이어진다.

전시 기간 중에는 서울박스에 대형 플랫폼을 설치하여 분야별 전문가들과 전시 의제를 토론해보는 ‘모바일 아고라’를 진행한다. 총 5회에 걸쳐 건축, 과학, 디자인, 인문학 등 전문가를 초청해 동시대를 살고 있는 인류가 맞닥트린 위기의 원인을 찾고 미래를 위한 대안을 탐색한다. 건축가 유현준, 디자인 그룹 BKID, 생태학자 최재천, 뇌과학자 정재승 외 해외 패널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MMCA 현대차 시리즈 2021: 문경원&전준호 – 미지에서 온 소식, 자유의 마을>은 역량 있는 중진 작가의 해외 진출 지원이라는 현대차 시리즈 설립 취지에 맞게 2022년 4월 29일 일본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에서 순회전을 개최할 계획이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2012년 올해의 작가상 이후 <MMCA 현대차 시리즈 2021>을 통해 9년 만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선보이는 문경원&전준호의 대규모 전시”라며, “동시대 인류가 직면한 모순과 위기 속 예술의 의미와 작가의 역할이라는 주제의식이 <미지에서 온 소식: 자유의 마을>에서 어떻게 확장되는지 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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