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형적인 모습이 중요시되는 시대다. 현대인은 끊임없이 자신의 겉모습을 고민한다. 그래서 외모를 부단히 가꾸기도 하고, 자신의 SNS에 행복해 보이는 사진만을 올린다. 예술가의 존재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외형에 치중하는 이 시대에 예술가는 인간 내면의 아픔과 고통 그리고 존재 이유를 고민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김갑진 작가는 우주의 존재와 인간 존재에 관한 물음을 회화로 표현해내며 주목받고 있다. 이를 통해 인간 내면의 정화와 삶에 대한 깨달음에 이르게 하는 만다라(曼茶羅) 작가 김갑진 작가를 인터뷰했다.
1989년 군대 제대 이후 독학으로 그림을 배우기 시작한 김갑진 작가는 1999년 미술세계 대상전 입상을 계기로 첫 번째 전시회를 연 이후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04년 첫 번째 개인전 이후 총 15회의 작품 발표를 하였고, 오로지 작품세계에만 집중하며 현재 전업 작가로 생활하고 있다. 혼자서 보내는 시간이 대부분인 그는 사색과 명상을 통해 작품의 영감을 주로 얻는다. 평소 독서와 산책, 음악감상을 즐기며, 자연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사유한 인간 존재와 우주 만물의 존재에 대한 물음을 회화로 표현해내는 그는 올해 6월 서울 인사아트센터에서 <만다라-BLUE> 전시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이 전시에서 김갑진 작가는 명상 공간 설치와 함께 총 39점의 작품을 선보였으며, 현재 전남 곡성군에서 123박물관 및 김갑진 갤러리를 운영하면서 작품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존재론과 우주론이 들어있는 만다라
만다라 속에는 존재론과 우주론이 들어있다. 김갑진 작가는 인간 존재와 우주 만물의 존재에 대한 명상과 사유 그리고 성찰과 물음을 담아 명상적이고 추상적으로 화폭에 표현하고 있다. 바로 이때 거시적인 시각이 아닌 미시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감상하여야만 작품의 실체의 모습을 온전히 볼 수 있다고 김갑진 작가는 강조했다.
“만다라의 의미 속에는 존재론과 우주론이 들어있습니다. 그리고 BLUE에는 ‘울트라마린 블루(Ultramarine blue)’의 빛에서 뿜어져 나오는 저 깊은 물성의 속성이 들어있습니다. 즉, 만다라 블루는 저 너머 잡히지 않는 공간과 물성에서 나오는 색이기에 선택된 것입니다. 저는 이 색이 현(玄)의 세계를 나타내는 근원의 색임을 알게 된 순간, 무한성과 영원성의 근원을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김갑진 작가가 최근 천착 중인 만다라 블루는 엄밀히 말하자면 울트라마린 블루라고 할 수 있다. 울트라마린 블루는 저 너머 저 깊은 곳에서 우러나온 신비의 색이다. 그 색을 칠하고 선을 긋고 다시 덧입히고 또 선을 긋고 나면 비로소 현의 세계로 스미게 된다. “끝없이 깊고 그윽한 세계로 다가가기 위해서 작은 선들을 그어 나갑니다. 이 작은 선 하나를 긋기 위해서는 작은 붓 날을 칼날처럼 세워야만 가능합니다. 세워진 붓 날을 캔버스 면에 긋는 행위는 황하의 모래알 하나를 추려 세우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모래 알갱이를 하나씩 하나씩 헤아리면서 옮겨가는 행위와 유사합니다. 그 행위의 반복은 끝없는 무한의 영역 속에서 머무는 것이며 그 깊은 현의 세계에 맴도는 것입니다. 이 가느다란 붓끝 하나로 존재의 근원을 찾아 떠나는 여정의 길에 저는 서 있습니다.” 이렇듯 김갑진 작가의 만다라는 신비로운 우주를 떠올리는 울트라마린 블루를 배경으로 한다. 이때 권상호 문예평론가는 무수한 빛이 스쳐 지나가면서 파동이 발생하는 동적 우주 질서로 표출된다고 했다. 이러한 우주에 퍼져나가는 빛을 응시하다 보면 우주를 유영하는 자아를 발견하기도, 마음속 깊숙이 내재해 있는 내면의 소리가 들려오기도 한다. 즉, 만다라를 내면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곧 일종의 깨달음의 과정이 된다.
명상갤러리 만들어 인류 유산으로 남길 것
“제 작품의 특성은 존재론에 있습니다. 앞으로도 인간 존재와 우주 만물에 대한 물음과 성찰 그리고 작품을 통해 인간 내면의 위안과 평안을 전하고 싶습니다. 더 나아가 내면에 대한 정화와 삶에 관한 깨달음에 이르게 하고 싶습니다. 그것이 바로 제가 오늘날까지도 지속해서 그림을 그리는 이유입니다.”
삶이 다하는 날까지 작품활동과 발표를 계속하겠다는 김갑진 작가. 그에게 남은 꿈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명상갤러리를 만드는 것이다. 김갑진 작가의 바람대로 작품을 영구 전시하는 미술관이 생겨 그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명상갤러리가 인류의 소중한 유산으로 남기를 기대해본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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