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0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삼성그룹 신임 임원들과의 만찬에서 이재용 부회장은 “100년 삼성을 위해 새롭게 출발하자”고 강조하며 제 3의 삼성 시대를 예고했다. 이건희 회장의 ‘한계 돌파’를 재차 강조한 이재용 부회장은 “불황인 시기에 위기를 잘 극복해야 한다”며 “삼성그룹 비전 달성을 위해 매진해 달라”고 주문했다.
만찬은 지난해 말 승진한 신임 임원 331명을 대상으로 지난 1월 15일부터 경기도 용인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진행된 5박 6일의 합숙교육의 마지막 일정으로 열렸다. 이재용 부회장은 매년 임원 축하 만찬에 참석해 왔으며, 이 자리에는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을 비롯해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임대기 제일기획 사장,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그룹 계열사의 최고경영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만찬에서 100년을 준비하고 새롭게 다시 뛰자고 주문한 배경에는 최근 불거지고 있는 삼성위기설과 경제 불황에 따른 위기감이 팽배해지는 것을 불식하고 제 3의 삼성시대를 계획하자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의 이런 움직임은 이건희 회장의 뒤를 이을 유력한 삼성의 선봉장으로 이재용 부회장이 유력시 되고 있는 까닭이다.
얼마 전 미국의 경제유력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삼성의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경영환경에 변화가 예고되며, 올해 거센 역풍이 삼성의 돛을 흔들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삼성위기설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전을 할 수 있다고 내다보며, 사상최대의 실적 기록이 막을 내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마트폰은 신제품 출시 가격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고 저가폰의 시장진입으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으며, 마케팅 비용의 증가와 함께 특허 소송에 따른 법적 비용까지 삼성에게 불리한 환경을 줄 수 있다고 예고했다.
삼성에게 불리한 대내외적 환경
이밖에도 국제 경제 환경이 급변하면서 미국의 양적완화축소에 따른 달러 강세는 삼성전자의 주력제품인 스마트폰의 위기설에 힘을 보태고 있는 실정이다. 대내외적 위기설이 흘러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의 위치에서 그가 어떤 돌파구를 제시하고 삼성을 이끌 수 있을까하는 점은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삼성은 한 기업으로 끝나지 않고 국내 경제를 크게 흔들 수 있는 조직인 만큼 그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동안 이재용 부회장은 사상 최대의 실적을 배경으로 승진을 거듭해 왔지만 환경이 대체로 삼성에게 불리한 형국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능력은 자연스럽게 시험대에 오르게 된 것이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당면과제에 대해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쏠림 현상’을 지적하고 있다. 그룹 영업이익의 무려 90%를 차지하고 있는 스마트폰에 대한 비중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급선무라고 지적한다. 2010년까지만 해도 60% 대의 삼성전자 영업이익 비중이 차츰 커져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점은 타파해야할 숙제고 또한 계열사의 실적부진을 어떻게 향상 시킬 수 있느냐는 방법론도 거론될 수밖에 없다. 이재용 부회장의 최근 움직임을 보면 ‘강한 종목은 더욱 강하게 만들자’는 생각이 큰 것처럼 보인다. 지난 1월 20일에는 “IBM과 같은 서비스회사가 되자‘고 주문하기도 했다.
제3의 삼성시대를 위한 변화와 움직임
1980년대까지만 해도 초우량기업으로 평가 받았지만 1990년대 초부터 수십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하며 추락한 IBM은 기업 역사상 최초로 외부 최고경영자를 영입해 변신을 꾀했고 인터넷이 주도하는 새 시대를 예측하고 서비스회사로 변신을 시작한 기업이다. 2005년엔 컴퓨터 사업부를 중국 레노버에 매각해 주위를 놀라게 하기도 한 바 있다. 이런 변신을 기하자 1993년 매출의 23%이던 서비스 사업은 2002년 45%, 2013년 3분기 84%까지 상승했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눈여겨보는 IBM에 대한 관점은 현재의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TV의 범용화에 따른 경쟁력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런 배경으로 B2B 시장을 공략하고 나섰다. 기존 스마트폰과 TV만을 판매하던 방식에서 탈피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새로운 솔루션을 함께 개발해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실제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의 경우 B2B 사업을 전담하는 엔터프라이즈 비즈니스 팀을 만들었고 2010년 사업부 매출 중 10% 미만이던 매출이 2013년 30% 이상으로 커졌다. 또 지난해 모바일 기업용 솔루션 ‘녹스’를 개발한 뒤 B2B 스마트폰 시장에서 진일보하는 효과를 보고 있다. 이 시장 규모는 2017년까지 1810억 달러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B2B 서비스시장에서 소프트웨어 인력의 충원은 필수다. 최근 1년 6개월 사이에 1만 3천명의 인력을 충원한 삼성전자는 현재 소프트웨어 인력이 국내 2만여 명, 해외 1만 8천 명 등 총 3만 8천 명에 달하고 있다. 삼성은 내년까지 5만 명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2020년까지 7만 명의 인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시장 역시 다국적기업과 글로벌 기업의 경쟁은 피할 수 없어 생존경쟁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구상이 어디까지 현실화되며 삼성의 100년을 만들어 갈 수 있을 지 지켜볼 시기가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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