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은 2021 타이틀 매치: 임민욱 vs. 장영규 <교대>를 10월 13일부터 11월 21일까지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전시실 1, 2, 프로젝트 갤러리2에서 개최한다.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은 2014년부터 ‘타이틀 매치’라는 이름으로 두 명의 작가를 초대하는 전시를 기획해오고 있다. 그동안 타이틀 매치는 경쟁을 함의하는 명칭의 틀을 깨부수고 새롭게 정의하며 2인전이라는 전시 형식을 다양하게 실험해 왔다. 올해는 처음으로 미술작가(임민욱)와 음악가(장영규)를 초대해 한 단계 더 나아간 전시 형식을 시도한다.
임민욱은 퍼포먼스를 기반으로 하는 영상 설치와 일상 오브제를 조각으로 만들어내는 미디어 아티스트로, 공동체와 기억의 문제, 장소와 존재의 관계를 탐구하면서 근대성과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이어가고 있다. 장영규는 영화, 무용, 연극, 현대미술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음악가로, 비빙과 씽씽에 이어 밴드 이날치를 이끌며 전통 음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향한 실험을 지속하고 있다.
전통과 근대에 대한 예술과 문화 사이의 괴리와 문제의식을 공유해오고 있던 두 사람은, 이번 전시에서 사라지는 매체와 목소리, 역사와 환경으로부터 파생된 시간의 조각들을 비선형적으로 재구성해 본다.
그 재구성의 원리로 두 사람은 ‘교대’라는 단어를 제안한다. 기능적인 관점으로 시간을 다루는 ‘교체’와 다르게, ‘교대’는 순환과 공존의 의미를 담고 있다. 두 사람은 ‘교대’라는 단어를 전면에 내세워 무엇이 변하고 움직이는지, 혹은 변하지 않는지를 추적하며 공간과 시간에 대한 관점을 다중화하고자 한다.
임민욱은 하찮은 것과 고귀한 것, 성스러운 것과 세속적인 것 등 상반된 가치로 여겨지는 부분들을 ‘절합’하여, 고착화를 지연시키고 그 빈틈을 응시할 수 있는 작동 모델로 교대를 상정한다. 경주 포석정의 석축 구조를 빌려와 틀을 만들고 기억의 사물과 물질로 채운 뒤 다시 해체해서 단면들을 보여준다. 이처럼 임민욱은 근대적 사고에 의해 시간과 공간으로 은폐되었던 장소에 대해, 운동성의 한계와 이분법적 사고의 구조를 돌파하여 미완의 구조로 재구성한다.
장영규는 전통 음악의 전승과 변화 과정에 주목해 판소리 명창 스승과 제자 사이에 주고받던 노래와 이야기가 담긴 전수 카세트 테이프 음원을 전시한다. 그의 작업은 소리의 기록과 저장을 가능하게 한 매체가 복사와 반복 재생을 통해 변형되고 변질될 수 있음을 암시하며, 완벽한 전통의 복제라는 신화에 균열을 낸다. 전승 음원을 잘게 잘라 샘플링해 만든 장영규의 신작 <세공>은 전통 음악에 생동감을 불어넣어 주면서, 전통을 화석화하지 않고 능동적으로 현재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상상하도록 한다.
백지숙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이번 타이틀 매치는 미술과 음악이라는 장르적 차이를 극복하고 두 사람의 합일을 찾는 방식보다는, 상호적으로 끊임없는 배움의 계기와 가능성을 찾아나서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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