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29일부터 11월 30일까지 경기도 성남 분당 앤 갤러리(Ngallery)에서 ‘구자승·장지원 부부 초대전’이 성황리에 개최됐다. 열다섯 번째를 맞이한 구자승·장지원 부부전에서는 두 화백이 최근 3년 동안 공들여 작업한 작품 가운데 근작 30여 점을 골라 선보였다. 본지에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구상 회화의 거장 구자승 화백과 그의 아내 장지원 화백을 충청북도 충주 작업실에서 만나 ‘구자승·장지원 부부 초대전’에 관한 이야기와 두 화백의 예술 세계를 취재했다.
탄탄한 구성력과 밀도 있는 묘사력으로 정평이 난 구자승 화백은 홍익대학교 회화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이후 4년간의 유학길에 올라 캐나다 온타리오 칼리지 오브 아트(Ontario Collage of Arts)를 졸업했다.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가 선정한 미술 부문 ‘올해의 최고 예술가상’을 수상한 바 있는 구자승 화백은 그간 노태우, 전두환, 김대중 전 대통령은 물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초상화를 그려 주목받았다. 구자승 화백의 아내이자 작가의 길을 같이 가고 있는 장지원 화백은 홍익대학교 서양화과, 캐나다 온타리오 칼리지 오브 아트, 성신여자대학교 대학원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그동안 총 20회 이상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또한, 장지원 화백은 추상과 구상을 넘나드는 화풍으로 50여 년 작품활동을 해오며 인기 여성 화가로 자리매김했다.
내적 사유를 옹호하는 동양적 세계관 추구
“저는 내적 사유를 옹호하는 동양적 세계관을 추구합니다. 제 그림에는 비교적 여백이 많습니다. 단순히 비어있기보다는 우리에게 무언가를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그림 속 여백은 사유의 공간이죠.”
구자승 화백의 그림에는 빈 공간이 많다. 이는 동양화의 문인화에서 볼 수 있는 사유의 공간 개념과도 같다. 이러한 사유의 공간을 서양화에 접목한 작업을 주로 펼치는 구자승 화백은 지극히 동양적 세계관을 통해 정제된 심미의 정신성을 나타낸다. 이를 바탕으로 인물, 풍경, 정물 등 풍부한 대상을 화폭에 옮겨 놓고 관람자로 하여금 내적 사유를 끌어낸다. 최근 정물화 작업에 집중하여 ‘구자승·장지원 부부 초대전’에서도 꽃을 주제로 한 작품을 다수 선보였다. 여기에 장지원 화백의 ‘숨겨진 차원’ 연작이 더해지면서 이번 전시는 내내 밝고 환한 분위기로 가득했으며, 코로나 시국에 지친 관객들에게 소소한 즐거움과 위로가 됐다는 평이다.
미술은 내 삶 그 자체
“사람마다 인생의 청사진이 있을 것입니다. 물론 그림을 그리면 배고프고 어려우리라는 것을 예상하지 못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저 역시 이를 몰랐던 것이 아닙니다. 알면서도 그림을 택한 이유는 좋아서입니다. 그래서 한평생 미술과 동고동락했던 것이고 지금도 전혀 후회하지 않습니다. 미술은 제 삶 그 자체이니까요.”
이렇듯 구자승 화백과 장지원 화백은 부부임과 동시에 서로의 가장 든든한 예술적 동반자다. 결혼 50주년이었던 지난해 열다섯 번째 부부 전시를 성공적으로 마친 구자승 화백과 장지원 화백의 작품세계를 지면을 통해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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