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순천시에 위치한 브이알크루는 디지털 트윈을 기반으로 하는 AR/VR 콘텐츠와 이에 필요한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기술기반 스타트업이다. 순천시의 창업지원으로 2020년 2월에 설립된 이래 국내 최대 규모의 AR글래스 콘텐츠 개발팀을 운영해왔으며, 글로벌 AR글래스 제조사인 Nreal의 중국 본사 및 한국 지사와 각각 MOU를 체결하여 AR글래스를 활용하는 다양한 콘텐츠 및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왔다. 주목할 점은 브이알크루가 지역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지역 출신 청년들과 타지역에서 유입된 유학파 및 고학력 기술개발인력들로 이루어진 젊은 기업이라는 점이다. 우선 브이알크루의 설립자인 최성광 대표는 한성과학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포스텍 물리학과를 자퇴한 재원으로, 2018년 단지 자신이 하고 싶은 모바일 VR게임을 완성하기 위해 이에 필요한 모바일 기술까지도 직접 개발하여 과기부 주최 제19회 모바일기술대상에서 개인으로서는 역대 최초로 과기부장관상을 수상한 독특한 이력을 자랑한다. 이외에도 브이알크루의 CTO이자 기업부설연구소 BLIMS의 연구소장인 정유빈은 포스텍 물리학과를 졸업한 뒤 독일 뮌헨대와 뮌헨공대에서 이론수리물리를 수학한 수재이며, 그가 이끄는 브이알크루의 인공지능 연구팀은 수학과 물리학에 관한 깊은 조예를 바탕으로 머신러닝과 딥러닝에 대한 색다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새로운 메타버스의 패러다임을 주도하기 위한 드림팀을 꾸린 브이알크루는 현재 순천시에 지역 기반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으며, 최근 ‘2021 제5회 4IR 어워즈’에서 ‘VR·AR 콘텐츠’로 ‘메타버스 부문 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디지털 트윈을 기반으로 융합되는 VR과 AR 구현
브이알크루는 기존 AR/VR 산업이 지닌 사용자 경험의 한계를 극복하고 나아가 그것의 활용도를 확장하고자 디지털 트윈을 기반으로 AR과 VR을 개발하고 있으며, 현재 현실 세계에서 그 둘의 융합을 시도하고 있다. 브이알크루는 단순한 콘텐츠 개발을 넘어 콘텐츠 개발에 필요한 기술이 있다면 그 역시도 서슴없이 자체적으로 개발한다. 독자적인 인공지능과 그 인공지능을 학습시키기 위한 방대한 양의 데이터셋, 외과적 시술을 동반하지 않는 비침습성 BCI나 지그비 통신을 활용하는 IoT 센서 등의 하드웨어, 종국에는 증강현실 관련 원천기술까지도 직접 자체 개발하고 있다.
“매직리프라는 회사는 첫 제품을 출시하기도 전부터 구글, 알리바바, 퀄컴 등으로부터 무려 2조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투자를 받아냈습니다. 물론 실제로 출시한 제품은 기대에 훨씬 못 미쳤지만, 최소한 그 비전과 상상력만큼은 투자금이 아깝지 않은 수준이었던 것 같습니다. 매직리프는 무려 2018년부터 메타버스라는 단어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매직리프의 메타버스는 디지털 트윈을 기반으로 현실의 물리적 세계와 가상의 대상이 영구적으로 어우러지는 독특한 초월의 방식을 포함하고 있으며, 현실과 단절되는 기존의 가상현실이나 현실 위에 단순히 얹어놓은 듯한 기존의 증강현실 대신 현실과 자연스레 어우러지고 현실과 물리적으로 상호작용이 가능한 차세대 증강현실을 주장합니다. 이것에 필요한 것이 바로 현실 공간에 대한 정보, 즉 디지털 트윈과 이를 바탕으로 하는 공간 컴퓨팅입니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의 사물 및 정보가 동기화되는 가상 속의 복제물을 다루는 기술로, 가트너에 의해 3년 연속 10대 유망기술로 선정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브이알크루는 이러한 디지털 트윈 기술이야말로 현실과 융합되는 진정한 메타버스를 구현하기 위한 필수 요소라고 이야기한다.
“메타버스라는 것은 결국 제페토 같은 것도 아니고, 360도 비디오 같은 것은 더더욱 아니며, 포켓몬고 같은 GPS 기반의 AR이나 비트세이버 같은 폐쇄적인 VR 환경도 아닌, 오로지 디지털 트윈을 통해 현실과 융합된 가상 차원으로서의 형태를 띠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활용하면 한 장소에서 AR글래스를 착용한 AR사용자는 그 장소에 접속한 VR사용자의 캐릭터를 볼 수 있습니다. 그 캐릭터는 마치 유령처럼,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AR글래스를 착용한 AR사용자의 눈에는 보일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VR사용자도 자신이 접속한 가상의 공간에서 현실과 동일한 위치에 있는 AR사용자를 볼 것이며, 나아가 그 둘은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가상의 사물들을 만지고 조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치 영화 <고스트버스터즈>의 유령과 그 유령을 보는 장비처럼 보이는 이러한 개념이야말로 현실 세계 위에 새로운 차원을 얹음으로서 진정한 의미에서의 초월(“메타”)을 가능하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인간은 결국 시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모든 곳에 존재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메타버스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우선 구축되어야할 두 가지 선행 요소가 있다. 첫 번째는 현실 공간에 대한 3차원 스캔이고, 두 번째는 이를 바탕으로 한 고정밀 VPS의 구현이다. 브이알크루는 현재 순천에서 이 둘을 모두 진행하고 있으며, 범도시적인 규모의 증강현실이 가능토록 하기 위한 VPS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브이알크루는 오는 2사분기에 VPS를 활용한 국내 최초의 범도시적 증강현실 게임을 출시할 계획이다.
VPS 활용한 범도시 차원 증강현실 서비스 출시 예정
“VPS는 GPS와 같은 일종의 포지셔닝 시스템입니다. 포지셔닝 시스템이란 하드웨어가 자신의 위치와 방향을 알아내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GPS가 위성 전파를 기반으로 하드웨어의 위치와 방향을 측정한다면, VPS는 하드웨어의 시야를 활용해 이를 수행합니다. 말하자면 어딘가를 찍은 사진 한 장만으로 이 사진을 찍은 곳이 어디이고 어느 방향을 바라보는 것인지를 알아내는 기술인 것입니다.”
GPS와 달리 VPS는 위성 전파가 잡히지 않는 실내에서도 활용할 수 있고, 미터 수준의 오차를 가진 GPS보다 훨씬 정확한 센티미터 수준의 오차를 가진다. 이렇다 보니 VPS는 SLAM과 더불어 주로 로봇 자율주행 분야에서 쓰인다. 그리고 브이알크루는 매직리프나 구글이 그러했듯이 이 VPS를 증강현실에 활용하려 하는 것이다.
“VPS는 증강현실 앱에게 현실 공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줍니다. 이를 활용하면 현실의 지형에 가상의 사물이 가려지는 Occlusion을 구현할 수 있으며, 가상의 존재가 현실에서 경로 계산 등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저희는 이러한 VPS 기술을 독자개발하고 있으며 순천시 전체에 이것을 적용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이를 통해 저희는 순천을 증강현실 게임의 성지로 만들 계획입니다. 순천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은 현실에서 친구들과 배틀그라운드 같은 슈팅게임을 즐길 수 있고, 도시를 돌아다니며 레프트포데드 같은 좀비 서바이벌 게임을 할 수 있으며, 가상의 연인과 거리를 거닐 수 있게 될 겁니다. 마치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나 <나홀로 그대>처럼 말이죠.”
브이알크루 최성광 대표에게 한계란 없다. 그는 현재 실내에서의 증강현실 내비게이션에만 제한적으로 사용되는 VPS를 증강현실 콘텐츠 분야에도 활용하기 위해 VPS 기술의 성능과 정확도를 개선하고 있다. 오차가 최대 50센티미터에 달하던 기존 VPS의 오차를 20센티미터 수준으로 대폭 줄여 정확한 Occlusion이 요구되는 콘텐츠 분야에서도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실내를 넘어 도시 규모의 야외 환경에서도 적용 가능하도록 기술의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저희가 현재 개발 중인 기술에서 수학과 물리학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중요하게 작용하는지에 대해 매순간 실감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앞으로도 수학과 물리학을 바탕으로 인공지능에 대해 다양하고 참신한 시도들을 지속할 계획입니다.”
브이알크루는 자사의 VPS를 향후 출시될 애플글래스에도 대응이 가능한 형태로 개발해 그 활용도를 높이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메타버스를 위한 디지털 트윈에 인체의 정보까지 동기화시키기 위한 HumanDigitalTwin™ 기술도 개발하고 있으며, 비생물 영역에만 국한되어 있던 현재의 디지털 트윈을 생물 영역으로 선제적으로 확장해 이를 콘텐츠 및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적극 활용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순천시를 차세대 스마트도시로 만들 것
“가상현실은 사용자와 현실 사이를 단절하며, 사용자를 전혀 새로운 공간으로 데려가 흥미진진하면서도 환상적 경험을 가능토록 해주지만 그만큼 일상적이지 않습니다. 반면 증강현실은 사용자를 현실로부터 차단하지 않고 오히려 사용자가 속한 현실을 의미들로 더욱 가득하게 만듭니다. 지금 내가 속한 현실을 더 멋지고 유용하고 흥미진진하고 충만한 곳으로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 브이알크루는 현재 증강현실에 더 많은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브이알크루는 현재 전남 순천시에서 구축 중인 범도시적 증강현실 서비스를 기점으로 향후 그 대상지를 중남부의 다른 관광거점도시들로 확장할 계획이다. 한편 본사가 위치한 순천을 자연환경과 첨단기술이 공존하는 차세대 스마트도시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브이알크루의 최종 지향점은 월트디즈니가 최초 제기한 개념인 Experimental Prototype Community of Tomorrow(일명 EPCOT)을 현실 세계에 구현하는 것입니다. 개념으로서만 존재하거나 놀이동산 안에서 부분적으로만 구현되는 것이 아니라, 메타버스를 통해 우리의 현실 위에 그것을 구현하고 이를 활용해 다양한 가치와 가능성을 실험하며 현실을 보다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게 하는 것이 브이알크루의 비전입니다.”
‘필요한 기술은 직접 만들자’는 모토를 가진 브이알크루. 이들이 한국을 넘어 세계 속에서 차세대 메가트렌드인 메타버스 시장을 선도해나가며 그들만의 독특한 목표에 도달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