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타브 클림트, 앤디 워홀을 비롯한 수많은 예술가는 고양이의 묘한 매력에 빠져 작품의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고양이가 곧 뮤즈였던 셈이다. 조용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우향(雨香) 김동애 작가는 비슷한 성향을 지닌 고양이에 시간이 갈수록 본능적으로 이끌렸다. 가여운 길고양이 밥을 주다가 정에 끌려 한 마리씩 데려오더니 이젠 다섯 마리의 고양이와 함께하는 집사가 되었다. 그리고 김동애 작가에게도 자연스럽게 고양이는 작품 소재가 되었다. 침묵이 흐르는 작업실에서 고양이들과 기분 좋은 교감을 나누며 행복하게 자신만의 문인화(文人畵)를 그려나가는 김동애 작가의 작품을 보니 감동이 몰려왔다.
김동애 작가의 미술 인생은 모친인 조종숙 작가를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서예의 대가인 조종숙 작가의 딸이다 보니 어려서부터 먹을 늘 만지고 놀며 지낸 김동애 작가는 초등학교 2학년부터 그림을 그렸다. 이후 그는 고교 시절 송영방 선생에게서 동양화, 정탁영 선생에게서 데생을 배웠고, 일사 구자무 선생을 통해 치열하게 문인화와 글씨를 익혔다. 동덕여대 미대 동양화과, 이화여대 대학원 동양화과를 졸업한 김동애 작가는 1999년 대한민국 문인화 특별대전에서 영예의 대상을 차지하며 이름을 알렸고, 2013년 초대 개인전을 개최했다. 2020년 11월에는 국내 최초로 ‘조종숙 김동애 모녀전’을 백악미술관에서 열며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35년째 문인화를 그리고 있는 김동애 작가는 현재 한국문인화협회 이사장, 한국미술협회 문인화 분과 부이사장직을 수행하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내 감정을 고양이의 자세나 표정을 통해 표현
“모녀전에서 선보인 제 작품의 주된 정서는 그리움이었습니다. 제가 100호짜리 큰 작품을 한 게 있는데, 돌아가신 아버지의 그리움을 표현한 그림이었습니다. 이를 비롯해 제가 난초를 좋아해서 난초 작품도 꽤 있었고, 고양이시리즈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제가 나타내고 싶은 제 감정을 고양이의 자세나 표정을 통해 표현한 작품이죠.”
조종숙 김동애 모녀전은 김동애 작가의 문인화 작품 40여 점, 조종숙 서예가의 서예 작품 40여 점을 동시에 감상할 기회였다. 조종숙 서예가가 선보인 작품에는 근 육십 년의 세월을 끊임없이 지필묵과 함께해온 내공이 느껴졌다는 평이며, 김동애 작가는 선친에 대한 그리움을 문인화로 승화했는데, 고양이의 자세나 표정으로 자신의 감정을 절묘하게 표현하여 화제를 모았다. 앞으로도 김동애 작가는 고양이와 난초 같은 동식물을 깊이 관찰하고 그 속성을 파악하여 은은한 멋이 깃든 문인화를 선보이겠다고 했다.
문인화의 본질을 지켜가면서 변화해야
“시대에 따라서 그림도 물론 변해야 합니다. 그런데 문인화가 지닌 고유한 특성을 외면한 변화가 과연 올바른 것일까요? 문인화는 힘과 조용한 감동이 동시에 있습니다. 아크릴 등의 재료를 사용해 화려해지고, 서양화를 닮아가는 것만이 문인화의 바람직한 변화는 아닐 것입니다. 전통적 기법을 사용하고, 문인화만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지루한 느낌이 들지 않게끔 하는 건 작가의 몫입니다. 현대인들도 공감하는 소재로 진정한 자신의 마음을 담아 문인화를 그린다면 은은한 멋으로도 충분히 관람객들에게 감동을 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문인화가 갈 길을 잃어가는 건 문인화를 등한시하는 한국 교육제도의 문제라고 꼬집은 김동애 작가. 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을 통해 임인년(壬寅年)에는 문인화의 부흥이 다시 싹트기를 바라며, 그 부흥의 중심에 김동애 작가가 있기를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