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훈 작가의 11번째 개인전 <주관의 다양성>이 2월 18일부터 23일까지 서울 혜화아트센터 2실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김양훈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그간 창작에 전념하여 완성한 32점의 작품을 공개했으며, 평면작업이 아닌 3D 프린터와 레이저 커팅기를 활용한 새로운 기법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본지에서는 <주관의 다양성> 전시가 한창 진행 중이던 2월 하순에 김양훈 작가를 만나 이번 개인전과 달라진 작업기법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나만의 세계를 찾다
김양훈 작가를 1년 반 만에 다시 만났다. 그런데 그때의 그와 지금의 그는 사뭇 달랐다. 세월 때문도 장소 때문도 아니었다. 당시 김양훈 작가는 새로운 기법에 관한 고뇌에 천착하던 시기였던 반면에 지금은 그 고뇌의 실타래가 풀려 자신만의 세계를 찾았기 때문이다.
“저는 서양화, 판화, 컴퓨터 그래픽을 공부했습니다. 그런데 제 작품에는 드로잉만 있었을 뿐 판화와 컴퓨터 그래픽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이를 깨달은 순간 엄청난 갈등과 고민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긴 고뇌 끝에 드디어 제가 인생을 살아오면서 공부했던 것이 다 녹아든 작품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주관의 다양성>은 작가 김양훈이 어떻게 달라지고 무엇을 표현하려 하는지 알 수 있는 변화의 출발 선상과도 같은 전시입니다.”
김양훈 작가가 <주관의 다양성>에서 선보인 32점의 작품은 서양화, 판화, 컴퓨터 그래픽을 총망라하여 완성됐다. 3D 프린터와 레이저 커팅기를 활용한 그의 새로운 기법에는 이 세 가지가 전부 어우러져 있는데, 중요한 것은 김양훈 작가는 디지털 미디어를 철저히 도구로 이용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는 컴퓨터를 스케치 정도로 사용하며, 최종적으로는 드로잉, 즉 김양훈 작가의 손이 작품을 결정시킨다. 컴퓨터로 대표되는 기계가 결코 인간을 위협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다. 이렇듯 김양훈 작가는 컴퓨터는 인간이 지배하여 도구처럼 사용해야 한다는 지론이며, 실제로 그의 새로운 기법안에 이러한 메시지를 녹여내 미래 사회에 지속해서 제시해나갈 전망이다.
다수에게 복(福)을 주는 작품으로 변모해갈 것
민화는 개인에게 복을 주는 그림이다. 김양훈 작가가 오랜 기간 매화, 대나무, 물고기 등 대표적인 민화 소재를 주로 그렸던 것도 작품을 통해 좋은 감성을 전하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조선 시대와 다르게 오늘날은 서울과 같은 대도시가 생길 정도로 인구가 아주 많다. 개인에게 복을 주었던 조선 시대의 민화와 현대의 민화는 그래서 다를 수밖에 없다.
“저는 민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특히 저는 제 작품을 통하여 한 명의 개인이 아닌 더욱 많은 분에게 복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이번 전시에 도시가 등장한 것입니다. 앞으로 저는 다수에게 복을 줄 수 있는 작품으로 끊임없이 변모해나갈 것이며, 이를 통해 많은 분이 좋은 기운을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작가는 절대 기술자가 아니다. 이에 평생을 한 가지만 그리는 것이 아닌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 바로 예술가라고 강조한 김양훈 작가. 앞으로도 김양훈 작가가 새로운 기법과 다양한 표현을 통해 현대인에게 행복의 순간을 선물하기를 기대해본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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