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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렬히 사랑했던 그때의 열기

<어쨌든, 사랑: Romantic Days> 디뮤지엄 | 2022년 04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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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수동 서울숲 인근에 새롭게 자리 잡은 디뮤지엄(D MUSEUM)이 이전 후 첫 전시로 <어쨌든, 사랑: Romantic Days>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로맨스의 다양한 순간과 감정들을 공감각적으로 선보인다. K-콘텐츠를 대표하는 만화 거장들부터 북남미, 유럽, 동유럽, 아시아 등 다양한 지역에서 활동하는 80~90년대 출생의 청춘 포토그래퍼 군단, 세계적인 브랜드 러브콜이 끊이지 않는 일러스트레이터와 설치 작가 등 23명의 아티스트들의 작품 300여 점을 한자리에서 소개해 우리 모두의 마음 안에 자리하고 있는 사랑이라는 주제를 새롭게 조망한다.

특히 <어쨌든, 사랑: Romantic Days> 전시는 섬세하고 아름다운 작화와 친근하고 탄탄한 스토리텔링으로 수많은 독자를 열광시킨 한국 대표 순정만화 7편의 장면들을 모티브로 구성된다. 총 7개의 섹션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다양한 형태의 미디어 안에서 되살아나 우리의 감수성과 상상력을 섬세하게 자극하는 순정만화의 작품들을 시작으로, 동시대 아티스트들이 포착한 사적이고 감각적인 작품들을 극적인 공간에 펼쳐내 관객 각자에게 서로 다른 설렘의 찰나를 경험케 한다.

전시가 시작되는 층의 첫 섹션은, 데뷔 직후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누려온 만화가 천계영의 『언플러그드 보이』에서 출발한다. 대형 스크린 안에서 재탄생된 주인공 현겸과 지율은 사랑의 시작을 깨닫는 순간의 떨림을 고스란히 전달하며 사랑인지도 모르고 서툴고 수줍었던 그때를 소환한다. 이어 풋풋한 시절의 장면들을 유쾌한 감성으로 기록하는 지미 마블, 자유로운 포즈와 빈티지한 색감으로 신비로운 노스탤지어를 담는 루카스 와이어보스키의 작품들을 장난기 가득한 공간에서 만날 수 있다. 

두 번째 섹션은 만화가 이은혜의 대표작 『블루』에서 엇갈린 사랑을 하는 세 주인공의 무빙 컷과, 뉴미디어아트 그룹 아이엠파인의 영상이 어우러진 푸른 심연의 공간에서 시작된다. 몽환적인 색조로 평범한 순간을 초현실적으로 담아내는 트리스탄 홀링스워스, 깊은 고독 속에서 스스로를 치유해 나가는 마가렛 더로우의 서정적인 작품들은 그리움에 빠져 잠들지 못했던 언젠가는 바라봐 주기를 간절히 바라던 그 밤을 연상케 한다. 

세 번째 섹션은 이빈의 만화 『크레이지 러브 스토리』의 주인공 지미와 혜정의 오토바이가 질주하는 파격적인 공간에서 미칠 것 같이 뜨겁게 열병을 앓던 그해로 관객을 안내한다. 뜨겁게 사랑하는 청춘들의 사적이고 은밀한 순간을 가감 없이 기록한 채드 무어, 끝없는 자유와 사랑을 모험했던 순간들을 포착한 테오 고슬린과 그의 연인 모드 샬라드, 그리고 설렘, 사랑, 욕망, 황홀, 배신, 고통, 희망, 그리움 등이 뒤섞여 남은 사랑의 잔상을 담은 막달레나 워싱카와 사라 맥스웰의 작품들은 열렬히 사랑했던 광란의 열기로 관객들을 이끈다.

이어지는 층에서 만나는 네 번째 섹션에서는 만화가 이미라의 『인어공주를 위하여』의 순수하고도 가슴 아린 이야기 속 주인공 서지원이 가장 먼저 관객들과 마주한다. 긴 공간을 따라 연인 간의 애틋한 시간이 묻어나는 모드 샬라드와 테오 고슬린의 작품들 사이를 지나면, 마침내 맞잡은 슬비와 지원의 두 손이 애타게 다시 만난 그날을 떠올리게 한다. 더불어 설치 작가 양지윤의 아름다운 오브제가 그림자를 만들어내며 희미해진 사랑의 기억에 스며들 수 있는 시간을 관객에게 선사한다. 

신비로운 아치로 구성된 공간의 다섯 번째 섹션에서는 만화가 원수연의 대표작 『풀하우스』의 무빙 이미지가 이국적인 화보처럼 눈 앞에 펼쳐지고, 수채 물감으로 사랑과 낭만을 그리는 아티스트 니나 콜치츠카이아의 작품들이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꿈결 같던 그 시간 속으로 관객을 초대한다. 

여섯 번째 섹션에서는 만화가 박은아의 『다정다감』 속 주인공들이 학창 시절 속 평범하지만 소중한 추억으로 반짝반짝 빛나던 그 시절을 다채롭게 보여준다. 또한,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우연히 만난 인물과 풍경을 담은 헨리 오 헤드, 학창 시절의 익살스러운 일상을 솔직하게 포착한 니코 비 영, 젊은 날의 자유와 설렘을 따듯하게 담은 파올로 라엘리의 작품은 우리 모두의 눈부신 시절을 소환한다. 일곱 번째 섹션에 이르면, 연극적인 미장센에 내면의 감정을 담는 델피 카르모나, 혼자 보내는 시간을 긍정적이고 유쾌한 에너지로 표현한 루카스 와이어보스키의 작품이 모놀로그처럼 흘러가는 공간을 따라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마지막 공간에서 관객은,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 온 만화가 신일숙의 대표작 『아르미안의 네 딸들』의 주인공 레 마누의 당당한 뒷모습을 만난다. 운명과 사랑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의 인생을 헤쳐나가는 그녀를 통해 관객은 혼자였다가 둘이 되고 다시 혼자가 되는 이 모든 과정 또한 사랑이며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지금 이 순간을 마주하는 바로 지금이 인생의 가장 찬란한 순간임을 깨닫게 된다. 

순정만화는 ‘순수한 감정과 애정을 내용으로 하는 만화’를 뜻하며, 그 스토리는 우리의 기억 속에 자리 잡은 소중한 장면들에 생명을 불어넣어 사랑의 마음을 소환한다. 최근에는 웹툰과 드라마, 영화에 이르기까지 영감을 주며 K콘텐츠의 강력한 원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시 <어쨌든, 사랑: Romantic Days>는 순정만화의 스토리를 모티브로 기획된 감성적인 공간을 따라 펼쳐진 다채로운 사랑의 순간들을 마주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과거와 현재에 산재해 있는 사랑의 파편들이 모여 한 개인의 역사를 이루듯, 우리는 예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가슴 뛰는 사랑을 하고 있다. 로맨스를 잠시 잊었거나 꿈꾸는 우리 모두의 마음을 다시 한번 두근거림으로 물들이는 <어쨌든, 사랑: Romantic Days>는 3월 16일부터 10월 30일까지 디뮤지엄에서 개최된다. 김성우 기자 [사진 제공=디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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