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에 참여하는 루이즈 부르주아, 아크람 자타리, 안리 살라, 앤디 워홀, 양정욱, 임윤경, 세실리아 비쿠냐, 시프리앙 가이야르, 송주원, 허만 콜겐, 뮌, 박혜수, 홍순명 등 국내‧외 작가 13인(팀)은 지역, 시대, 문화 등의 경계를 뛰어넘어 다양한 관점에서 ‘기억’을 해석한다. 전시는 ‘나너의 기억’, ‘지금, 여기’, ‘그때, 그곳’ 세 가지 주제로 구성된다.
1부 ‘나너의 기억’에서는 인간의 생물학적 특징과 개인의 정체성, 경험 등이 기억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본다. 우리는 다양한 외부 환경으로부터 정보를 얻고 수집된 정보를 편집하여 기억으로 형성한다. 이 과정에서 제한적인 인간의 오감과 서로 다른 개인의 정체성은 같은 일도 다양한 기억으로 남게 한다. 친구가 자는 모습을 촬영한 앤디 워홀의 <수면>(1963)을 통해 기억이 형성되는 과정을 은유하고, 경비원의 꿈속 이야기를 상상한 양정욱의 키네틱 조각 <피곤은 언제나 꿈과 함께>(2013), 같은 사건을 서로 다르게 기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임윤경의 영상작품 <Q&A>(2016), 시각정보와 인간의 뇌를 거쳐 기억으로 저장되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허만 콜겐의 영상작품 <망막>(2018)을 선보인다.
2부 ‘지금, 여기’에서는 우리가 과거의 정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기억하는지 살펴본다. 시간의 연속성과 기억의 관계를 표현한 루이즈 부르주아의 판화 연작 <코바늘>(1998), 매체에 의해 형성된 편파적 기억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아크람 자타리의 영상 <스크립트>(2018), 과거 자신의 경험을 통해 비춰본 다른 문화 속의 기억과 아픔에 대해 말하는 세실리아 비쿠냐의 영상 <나의 베트남 이야기>(2021), 과거 찬란했던 문화유산의 가치를 현재의 관점에서 재평가하는 시프리앙 가이야르의 영상 <호수 아치>(2007)를 통해 과거의 기억이 현재의 우리에게 어떠한 방식으로 발현되고 있는지, 어떻게 미래 세대에게 이어질지 질문한다.
3부 ‘그때, 그곳’에서는 미래 세대가 기억하는 과거, 즉 현재의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남겨질지 고민해본다. 과거의 특정 사건을 직접 경험하지 못한 이들은 기록되지 못한 부분을 상상의 영역으로 대체하게 된다. 기억은 문자로 기록될 수 없는 당시의 분위기, 감정, 시공간 등과 같은 수많은 공감각적 정보를 포함한다. 역사적 사건의 기록과 기억의 빈틈을 상상력으로 메우는 안리 살라의 <붉은색 없는 1395일>(2011), 송주원의 <뾰루지.물집.사마귀.점>(2021) 두 영상작품을 비롯해 뮌, 박혜수, 홍순명의 신작이 공개된다. 뮌은 동시대 이슈를 45개의 장면으로 구성한 설치작품 <오디토리움(Template A-Z)>(2022), 박혜수는 개인의 역사를 첫사랑을 주제로 되짚어보고 회화로 대상을 재구현한 영상 및 회화설치작품 <기쁜 우리 젊은 날>(2022), 홍순명은 바다라는 추상적인 풍경에 중첩된 수많은 기억을 표현한 회화 <비스듬한 기억–역설과 연대>(2022)를 각각 선보인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예술작품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재해석된 기억의 의미를 살펴보는 전시”라며 “공동체와 미래에 남겨질 기억의 모습을 상상하며 현재의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볼 기회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김성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