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관장 정형민)은 11월 12일부터 과천관 제 1,2전시실에서《중국 인도 현대미술전: 풍경의 귀환(歸還)》을 선보이고 있으며, 본 전시는 2014년 3월 2일까지 지속될 예정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개관 특별전의 일환으로 마련된 이 전시에는 마오샤오춘, 쩡판쯔, 수보드 굽타 등 양국의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23인의 작가 (중국 작가 10인, 인도 작가 13인)가 참여했다. 국내외 미술계의 현장을 돌아보고 다양한 전개를 펼쳐보고자 하는서울관 개관전의 대주제인 “연결_전개”를 구현한 이 전시회는 ‘풍경’이라는 큰 틀 속에서 인도와 중국의 작가들의 고유한 문화와 개별적인 예술적 특성이 어떻게 역사적이고 집단적인 가치와 융합되는가를 보여준다. 이번 전시회는 인도와 중국 작가들이 공통적으로 양국에서 겪고 있는 급격한 경제 성장과 사회 변화 앞에서 자신이 속한 세계를 읽고 포착하려 고심하는 데에 초점을 두었다. 전시회에 소개되는 인도 작가들의 작품에는 문화적 다양함과 종교적 차이에서 초래된 갈등과 아픔이 투영돼 있으며, 중국 작가들의 작품 속에서는 문화대혁명 이후의 정치적 갈등을 벗어나 급속하게 진행되는 사회 개방화에 대한 중국 사회의 고민과 문제의식을 엿볼 수 있다. 두 나라의 현대 미술가들이 어떻게 현실의 변화를 인식하고 이를 작품으로 창조하는가를 고찰하는 이 전시는 아시아의 다양한 현재를 일깨워주는 깊이 있는 문화적 탐험이 될 것이다. 이러한 전시를 통해 국립현대미술관이 아시아적 미술 이야기에 대한 토론과 비평적 고찰을 가능하게 하는 플랫폼을 제공하리라 기대해 본다. 전시장 한 구석에는 참여 작가들이 직접 자신의 작품 세계에 세계관에 대해 설명한 인터뷰가 작품들과 함께 소개되어 작품 감상을 한결 더 흥미롭게 해 줄 것이다. 제 1 전시실에 소개되는 인도의 작품들은 역사적으로 오래된 종교적, 문화적 다양함을 내부에 간직한 인도 사회의 모습을 생생하게 투영하고 있다. N.S. 하르샤의 회화 ‘우리에게 연설을 해 주세요(2008)’는 인도 사회의 다양한 계층의 구성원들의 모습이 인도의 세밀화 전통에 입각하여 생동감 있게 또한 코믹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이렇게 인도의 현재를 소우주를 들여다보듯이 재현한 작품과 달리, 종교적 차이에서 초래된 갈등과 아픔에 좀 더 국지적으로 초점을 맞춘 작품들도 소개된다. 카시미르 분쟁을 작품의 배경으로 묘사한 닐리마 쉐이크의 작품 ‘그 날 무슨 일이일어 났는가I(2008)’은 종교 분쟁의 폭력 속에서 사멸해간 희생자들의 아픔과 손실을 진지하게 재생하고 있으며, 이러한 아픔을 체험하고 관찰하면서 겪는 실존적인 고뇌의 무게를 N.N. 림존의 조각을 통해 느낄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아추탄 라마찬드란이 묘사하는 ‘빌 부족’의 이미지는 현대 국가의 체계와 계속적인 세계화의 추세 속에서 인도 고유의 가치를 지켜 나가려는 예술적 태도의 구현이라 볼 수 있다. 굴람모하메드 쉐이크는 ‘순회하는 성전 I여행들(2002-2004)’을 통해 서로 다른 믿음 체계에서 유래하는 신화와 에피소드의 이미지를 열거하며 서로 다른 믿음 체계간의 ‘연결성’에 관심을 표명한다. 인도관에 소개되는 각 작품들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인도의 현재의 풍경을 밀도 깊게 상상하게 해 준다. 제 2 전시실의 중국 작품들은, 문화 대혁명 이후의 정치적 갈등을 벗어나, 급속하게 진행되는 사회 개방화의 물결 속에서 전환점에 선 중국 사회의 고민과 문제의식을 투영한다. 쩡판즈의 작품 ‘장엄함은 동쪽에서 온다(2011)’는 날카롭고 복잡하게 엉켜있는 필획으로 구성된 화면을 통해 현실이 어떻게 느껴지는가를 드러내는 듯하다. 한편으론, 인슈전의 ‘집단적인 잠재의식(2007)’은 개인과 집단의 꿈과 소망이 합치되었던 순간을 상징하는 중국의 첫 번째 드림카였던 ‘빵카’를 재현한 작품이다. 여러 사람이 입었던 옷을 이어서 아코디언식으로 중간을 길게 확대한 차는 관객들이 직접 그 안을 들어가 거닐며 ‘집단적 잠재의식’ 내부를 음미해 볼 수 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중국 사회의 자본주의적 발전과 도시화를 길고 긴 문명의 여정으로부터 관찰하고 기록하고자 하는 삶의 태도와 깊이 연결되어 있는 스 궈루이의 사진 작품 ‘북경 CBD 8-9(2013)’은 마치 몇 백 년 후 이 모든 문명이 휩쓸리고 가버린 후에 남을 듯 한 유령적 흔적의 도시의 이미지를 불러일으킨다. 이 모든 변화의 한복판에서 마치 인식의 중심을 지키려는 듯 작가 쉬빙은 중국의 한자를 소재로 그와 관련된 전통 문화와 정신 체계를 ‘한자들의 특징(2012)’이라는 동영상을 통해 설명하고 재창조한다. 중국관의 작품들 사이를 거닐며 관객들은 전환기에 접해 있는 중국 작가들의 철학적 관점을 마주하고 관찰하게 된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제 1, 2 전시실)에서 2013 11월 12일부터 2014년 3월 2일까지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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