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제목인 ‘정거장’은 지난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역사를 환기하고 미래의 비엔날레를 준비하기 위해 잠깐 머무르는 시간이자 장소를 지칭한다. 전시는 1996년 제1회 도시와 영상 <1988-2002>부터 2002년 미디어시티 서울 <달빛 흐름>에서 소개되었던 작품을 중심으로 기술적인 재현 이전에 분할과 반복, 복사와 증식, 소통과 흐름, 동시대성과 가상성 등 미디어아트 본연의 성질을 고찰할 수 있는 조각, 사진, 회화, 설치 작품과 현재진행형인 프로그램을 한자리에서 선보이며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가 축적해온 25년의 역사와 의미를 조망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기술적 형식이나 형태를 중심으로 이해되는 미디어아트를 벗어나, 예술을 보고 인지하는 경험에서 발생하는 ‘미디어적’ 성격에 주목한다. 한국의 현대미술사에서 있었던 여러 미학적 실험과 시도의 연장에서 지난 비엔날레의 전개 과정을 살펴보고 현재의 위치를 가늠해 본다.
또한, 이번 사전프로그램은 지난 시대에 시도되었던 작가의 상상력과 실천이 일면 변함없이 이어지거나 반복되는 모습을 확인하고, 이러한 예술적 실험을 주목하고 보존하는 터전이자 제도가 되는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의 정체성을 상기하고자 한다. 7월 23일 토요일부터 8월 27일 토요일까지 6주간 토요일 오후에 진행되는 ‘강연: 오픈 리서치’는 우리의 일상에 늘 함께하지만 잘 지각할 수 없는 지진, 파동과 사운드의 시각화, 에너지의 이동, 기계 악기에서 추출하는 사운드로 만드는 음악과 기계 문화를 주제로 지진학자, 음악 저널리스트, 테크노 뮤지션, 실험물리학자, 기계 비평가를 전시장으로 초대해 관객과 함께 전문 지식을 알고, 배우며, 질문한다. 같은 기간 동안 진행되는 제작 워크숍에는 지진학 연구자, 테크노 뮤지션, 오디오 엔지니어가 참여하여, 물리적으로 닿지 않는 장소에서 추출한 지진파를 사운드로 변환하고, 지질학적 상상력을 펼치는 새로운 음악을 제작한다. 전시의 마지막 주말(10월 1일, 2일)에 진행되는 작가의 렉쳐 퍼포먼스는 지난 리서치의 결과를 관객들과 나누고, 그 과정에서 완성된 새로운 테크노음악을 DJ 라이브로 감상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7월 23일부터 10월 2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전마다 10주간 진행되는 워크숍은 언어로서 코드, 프로그래밍 패러다임, IT 신화, 문화 자본, 오픈 소스와 같은 소주제로 구성되어 있으며, 미래, 기능, 그리고 기술을 둘러싼 편향된 인식에 묶인 코드에 관한 고정관념을 언어와 문화로 확장해서 관찰하고 음미하고 의심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주제별로 10명씩 다른 참여자를 모집하는 워크숍은 주마다 다른 메뉴로 구성된 가상의 도시락을 나누어 먹듯이 친밀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나누게 된다. 참여자 모두의 생각과 고민은 카드 형태로 정리되어 또 다른 배움의 방식을 제안하는 교구로 완성될 것이다.
서울시립미술관 백지숙 관장은 “이번 사전프로그램은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의 25년 역사를 정리하고, 기존의 미술 창작과 실험에 대안적인 플랫폼을 제시하는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본연의 위치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자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