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든이라는 나이에 첫 개인전을 개최하며 화제를 모았던 이우섭 화가가 두 번째 개인전을 성황리에 열며 대중과 평단의 큰 관심을 받았다. 이우섭 화가는 지난달 12일부터 18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있는 갤러리 라메르에서 제2회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한층 성숙한 드립핑(dripping) 기법이 하나의 구조를 이루며 공간에 스며드는 <Trace> 연작 및 신작 18점을 선보였다. 본지에서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기법으로 자연산 그림을 내놓으며 국내 화단에 신선한 충격을 가져온 이우섭 화가를 인터뷰했다.
제2회 개인전 성황리 개최
기자는 이우섭 화가의 두 번째 개인전이 열린 전시장에 들어선 순간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올해 전시된 작품에도 액자는 찾아볼 수 없었고, 벽면에서 일정 부분 떼어내 디스플레이하여 그의 정체성을 유감없이 보여줬기 때문이다.
“저에게 작품이란 새로운 도전입니다. 누구의 것을 흉내 내거나 맹목적으로 과거 대작들을 좇는 게 아닌 80년 인생의 삶을 얹어내는 동시에 청년 같은 에너지로 쏟아내는 새로운 길입니다. 제가 양식이 아닌 자연산인 이유는 타인의 그림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오늘의 정신을 담았기 때문입니다. 오늘과 내일이 다른 삶은 예술이 나이와 관계없는 가능성의 길임을 상기시킵니다. 제 그림을 보는 많은 분이 요즘과 같은 어려운 시기에 희망과 치유를 음미하기를 바랍니다.”
그는 제2회 개인전에 전시한 18점의 작품 모두 신작으로 채웠다. 똑같은 것을 지양하고 늘 새로움을 추구하는 이우섭 화가의 면모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올 한해의 결실이라고도 할 수 있는 개인전 출품작들은 전부 이우섭 화가의 전매특허인 드립핑 기법으로 완성됐다. 이는 기존 그림 양식과 시류에서 완전히 벗어나 진정 독보적인 아우라(Aura)를 풍긴다. “제 그림은 떨어뜨림의 연속입니다. 붓이 캔버스에 직접 닿는 게 아닌 떨어뜨려 완성됩니다. 재밌는 것은 어떤 높이에서 떨어뜨리느냐에 따라 원형의 크기가 제각기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즉, 양식화된 기법이 아닌 우연과 시간의 흐름에 맡긴 작업으로 저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일까. 이우섭 화가의 작품에 관심과 흥미를 보이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의 전시장에 연일 많은 관람객이 찾은 것은 이를 잘 방증한다. 이에 대해 이우섭 화가는 자신의 작품은 양식이 아닌 자연산이기에 직접 보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천지 차이라며 앞으로도 전시장에 많이 찾아와 달라고 당부했다.
그림의 의미는 보는 사람의 몫!
이우섭 화가가 양식화된 화가가 아니라는 사실은 인터뷰 시 그가 던지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명백히 느껴졌다. 특히 기자가 ‘그림에 어떤 의미를 담았냐’라고 물었을 때 돌아온 대답이 압권이었다.
“그림에 뜻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것은 전적으로 보는 사람의 몫이죠. 관람객이 느낀 그대로가 바로 정답입니다. 창작자가 이 그림에 대해서 정의를 내리거나 못을 박아버리면 안 됩니다.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그림이 좋다고 느껴졌으면 그것으로 끝인 겁니다. 다른 설명은 전혀 필요치 않습니다.”
이우섭 화가는 아웃사이더를 자처한다. 누군가의 제자가 되기도, 누군가의 스승이 되기도 싫다는 것이다. 그 자체로 얽매이기 때문이다. 이에 그는 우직하게 자신만의 길을 밟으며 개성적 화풍을 진일보시키는 게 아닐까. 자연산의 대표가 되고 싶다는 이우섭 화가의 꿈이 머지않아 이뤄질 것만 같았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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