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선을 보인 2020년 프로젝트에서 작가 권민호는 담배공장이었던 미술관의 역사를 한 장의 도면으로 그려내었고, 2021년 천대광은 ‘이상 도시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하여 우리가 사는 집과 도시의 문제를 다루었다. 올해에는 우리가 발 딛고 있는 도시와 일상 공간을 소리로 ‘감각’해 보고자 사운드 아트를 중점으로 소개한다.
권병준, 김서량, 김준, 팀 트라이어드 4팀이 미술관 앞 야외공간 및 1층, 6층 공용공간을 활용해 도시 환경의 소리를 담는 작업을 시도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도시와 공장’(김서량), ‘도시 재생과 순환’(팀 트라이어드), ‘도시와 자연’(김준), ‘도시와 전쟁’(권병준)이라는 주제어로 구성되었다. 4팀의 작가는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거나 소음으로 간주해버리는 일상의 소리를 채집하고 가공하여 우리가 사는 장소와 도시를 재인식하기를 제안한다.
담배공장이었던 미술관의 역사를 돌아보게 하는 김서량은 미술관 입구 야외와 공용공간 6층에 2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먼저 야외에 설치된 〈프로젝트-공장의 소리/가동 중〉은 스피커만 달린 암실로, 여러 공장의 소리를 융합해 가상의 공장 소리를 제작했다. 어두운 공간에 들어서는 관객은 역동적으로 작동하는 12채널의 입체적인 공장의 소리를 귀로 듣고, 더 나아가 온몸으로 울림과 소리의 파동을 공감각적으로 체험하게 된다.
이어서, 청주관 6층 공간 전체를 활용하여 〈프로젝트-공장의 소리/공장과 기술자들〉이 설치되었다. 작가가 직접 디자인한 파이프 형태의 스피커를 중앙에 설치하고 공장의 환경을 소리로 감각할 수 있도록 재구성했다. 을지로의 인쇄공장, 아산의 파이프공장 등 다양한 지역의 공장에서 채집한 소리는 작가가 직접 제작한 파이프 스피커를 통과하며 다시 한번 변형된다. 김서량은 ‘공장의 소리’ 시리즈를 제작하며 작가가 직접 만난 기술자들의 육성은 ‘삶의 터전’으로서의 공장을 재조명한다.
도시의 데이터를 활용해 도시를 청각적으로 경험하게 하는 팀 트라이어드는 1층 공용공간과 야외에 3점의 작품을 설치했다. 1층 엘리베이터 앞 공용공간에 설치된 〈도시재생장치#1: 청주〉는 ‘재생된 장치’로 청주의 사라져 가는 장소를 이미지와 소리로 재생하는 작품이다. 장치의 손잡이를 돌리면 3만 5천 장의 분절된 이미지가 이어져 연속적인 움직임이 만들어진다. 관객은 장치를 조작해 보면서 잊고 지낸 옛 기기의 감각을 되살려 보고 우리의 주변 환경을 시각과 청각으로 동시에 감각하게 될 것이다. 〈도시재생장치#2: 소리산책〉과 〈도시재생장치#3: 로터리〉는 청주관 로비 입구에 함께 설치되어 있다. <소리산책>은 수십 대의 라디오 사이를 산책하듯 걸어 다니며 도시의 소음을 감각하도록 유도한다. <로터리>는 도시 로터리에서 발생하는 차량의 소리를 채집하여 제공하는 데이터 재생장치다. 이 작품은 청주의 교차로 교통량 데이터를 활용해 회전하며 순환하는 소리의 움직임에 집중한다. 관객은 청주의 교차로 통행 데이터에 따라 모터의 회전 값이 변화하며 다르게 치환되는 음색을 주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잔디광장에 설치된 김준의 <귀를 기울일 만한 가치가 있는 모든 것들>은 휴양림 방갈로를 연상케 하는 네 점의 집 구조물로 구성되었다. 내부에 설치된 다양한 크기의 소리 상자는 작가가 오랜 기간 탐방했던 생태계 환경을 들려준다. 유년 시절을 보낸 고향 전라남도의 자연환경, 원시 식물 생태계를 잘 보전하고 있는 대자연의 대륙 호주, 지진과 화산활동이 여전히 활발한 뉴질랜드, 현재 거주하는 강원도 산악지대의 지질학적 생태환경 소리는 듣는 이의 현재 정서와 기억이 결합하여 재구성되고 바로 ‘지금, 여기’의 공간을 재인식하도록 한다.
권병준의 〈청주에서 키이우까지〉는 청주관 등 우리의 주변에서 발생하는 일상의 소리를 직접 채집하거나 미디어에서 수집한 소리를 야외에 입체음향으로 매핑한 오디오 증강현실 작품이다. 즉, 미술관 앞 광장에 가상도시의 소리 풍경을 구현한다. 관객은 초정밀 GPS와 센서가 장착된 무선 헤드폰을 쓰고 돌아다니면서 데이터에 기반한 장소 특정적 소리를 청취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의 평화로운 소리풍경과 전쟁 같은 한국 사회의 도시 소음을 병치하여 우리의 일상에 내재한 잠재적 재난 상황을 암시하는 동시에 파괴의 공포와 트라우마가 어느 곳에나 존재함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번 프로젝트는 관람객들에게 공간을 가득 채우는 소리를 들으며 전시를 몸으로 느끼는 총체적인 예술 경험을 유도할 것”이며, “들리지 않던 소리를 발견하고, 여기에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지금, 여기’의 소중함을 깨닫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김성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