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2일부터 18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있는 갤러리 라메르에서 제2회 개인전을 성황리에 마친 이우섭 화가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우섭 화가는 ‘나는 자연산이다. 나는 양식이 아니다. 남의 그림과는 타협하지 않겠다!’라는 좌우명에 걸맞게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기법으로 자신만의 미술 언어를 구축하며 국내 화단의 블루칩으로 떠오르고 있다. 본지에서는 이른바 ‘자연산 화가’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이우섭 화가를 만나 기존 그림 양식과 시류에서 완전히 벗어나 독보적 아우라를 풍기는 그의 작품 세계를 취재했다.
그림쟁이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
이우섭 화가는 제2회 개인전에서 한층 진일보된 드립핑(dripping) 기법이 하나의 구조를 이루며 공간에 스며드는 <Trace> 연작 및 신작 18점을 선보였다. 이우섭 화가의 전매특허라 할 만한 드립핑 및 번짐 기법을 활용하여 시간의 유한성을 정제된 색감으로 기품 있게 표현한 그의 작품들은 소위 ‘양식화된 기법’이 아니라 더더욱 반갑게 느껴졌다.
“전시회에 찾아오신 관람객들이 작품에 담긴 의미에 대해 많이 궁금해하셨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작가 자신이 정의 내릴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전적으로 보는 사람의 몫입니다. 관람객분들이 느끼는 그대로가 바로 정답입니다. 더는 그 어떤 설명이 불필요합니다. 그림쟁이는 그저 그림만 그리면 될 뿐입니다.”
이우섭 화가는 액자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 이유 역시 명료하다. 액자는 일종의 화장이라는 견해에서다. 같은 맥락에서 그는 한 작품을 계속 손질하여 곱게 만드는 데에 전혀 관심이 없다. 그것 역시 양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신 그는 어떤 높이에서 떨어뜨리느냐에 따라 원형의 크기가 제각기 달라지는 우연과 시간의 흐름에 맡긴 작업으로 개성적 화풍을 완성해나가고 있다. 이렇듯 이우섭 화가는 그림쟁이는 그림을 만드는 게 아니라 그려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이를 위해 앞으로도 자신만의 기법이 녹아든 작품을 지속해서 선보이겠다고 부연했다.
거친 파도가 훌륭한 뱃사공을 만든다
“제가 처음 샤갈 그림을 봤을 때의 기분을 잊지 못합니다. 그저 샤갈의 작품을 사진으로만 보다가 처음으로 원화를 마주한 것이죠. 그런데 샤갈의 그림은 아주 거칠었습니다. 계속 손질을 곱게 하고, 터치 하나에도 굉장히 신경 쓰는 여느 그림과는 매우 달랐죠. 막힘이란 게 없이 거침없이 작업한 것 같은 인상이었습니다. 저는 순간 무릎을 '탁' 치며 바로 이게 그림이라고 확신했습니다.”
이우섭 화가가 꼭 지키는 루틴이 있다. 바로 매달 인사동 일대 갤러리에서 약 1,500점씩 작품을 감상하는 일이다. 그때 그가 깨달은 것은 잘 그린 그림은 많지만, 좋은 그림은 없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양식화된 그림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연산의 향기를 양식이 절대 따라갈 수 없다고 말하는 이우섭 화가. 거친 파도가 훌륭한 뱃사공을 만들 듯 앞으로도 그가 일일신우일신(日日新又日新)의 자세로 자연산 그림을 그려나가기를 기대해본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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