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갤러리에서는 기획전 <물거품, 휘파람>을 11월 16일부터 12월 17일까지 개최한다. 전시 제목인 ‘물거품’과 ‘휘파람’은 각각 비정상적인 호흡 소리를 의미하는 단어다. 검색 알고리즘을 통해 원하는 콘텐츠를 고민 없이 배달받고 스마트폰의 스크롤을 넘기는 속도에 익숙해진 요즘, 전시를 통해 차분히 숨을 고르며 작품과 대면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보고자 한다. 김지영, 박세진, 박주연, 성낙희, 오가영, 이승애, 조효리의 열세 작품은 바라보는 사람에게 각자의 리듬을 들려주며 외부로부터 잠시 멀어질 수 있도록 돕는 지대가 되어준다.
우리는 매일 자신의 호흡을 점검하거나 귀 기울이는 기회를 충분히 지니고 있을까. 호흡이란 생명을 이어나가는 자연스러운 행위이자 무의식적이고 필수적인 반복이라고 말할 수 있다. 성인이라면 1분 동안 평균 16회에서 20회 정도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루 24시간 2만 번이 넘도록, 들이마신 공기가 전신으로 퍼져 나가는 동안 그 흐름이나 과정이 온전하지 못한 경우 폐에서 작은 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한다. 앞서 밝힌 것과 같이 전시 제목인 ‘물거품, 휘파람’은 정상에서 벗어난 호흡임을 일컫는 의성어이자 호흡기학에서 질병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사용하는 용어를 가져온 것이다. 이것은 타인뿐만 아니라 스스로 구별하기 어려우며, 주로 청진기를 통해 진단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들려서는 안 되는 신호음이거나 애를 써야만 들을 수 있는 내면의 소리인 것이다. 그리고 전시는 공간에서 만나는 눈앞의 작품을 통해 느리고 천천히 자기 안쪽의 미세한 소리를 들어보기를 제안한다.
김지영의 <빛과 숨의 온도>는 스마트폰으로 일정 기간 기록한 일출과 일몰의 장면들을 반복적인 사람의 숨소리와 함께 덤덤히 제시한다. <둔덕 아래 둔덕>을 비롯한 박세진의 풍경은 계절에 따라, 시간에 따라 무수히 변화하는 빛의 조각을 담고 있다. 박주연의 <여름빛>에서 인물이 지닌 작은 거울은 반사를 통해 메아리와 같이 그것이 닿는 공간 어딘가를 향해 끊임없이 빛을 보낸다. 성낙희의 <Resonance>는 중심의 선과 색으로부터 화면 밖의 보이지 않는 것들에 이르기까지 울림을 거듭한다. 오가영의 <게>, <나비>와 같이 자연물을 담아낸 사진은 막처럼 보이는 반투명한 천 위에 프린트되어 현실을 더욱 가볍게 투과한다. 이승애의 <1979>와 <Becoming>의 섬세한 연필선은 그림의 신화적인 이야기 속으로 관객을 안내하는 실타래 역할을 한다. 2인용 청진기를 통해 나무가 물을 끌어 올리는 소리를 채집했던 경험을 계기로 그린 조효리의 <I heard you looking>은 보는 사람을 향해 청진판을 건넨다.
<물거품, 휘파람>에서 소개하는 작품 주제나 이미지가 보는 사람의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한 안전하고 평화로운 모습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어떤 작품에서는 불안함을 전달받거나, 두렵고 섬뜩한 감정을 의도하고 있거나, 겪어보지 못한 낯선 감각을 발견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두 눈으로 직접 마주하고, 모든 면을 꼼꼼히 바라보며 작품 앞에서 머무르기를 권하고자 한다.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일정한 박자를 따라가며 그것이 빠르다면 조금은 가만히, 느리다면 약간 가쁘게 조정할 수 있기를. 그럼으로써 현재의 지면 위의 우리에 관해 스스로, 생생히 환기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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