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 향적봉 1648m. 깊은 계곡물 맑은 기운 머금고 머루송이 알알이 맺혔다. 서울에서 자동차로 상쾌하게 달려 두 시간 반. 공기 맑고 물 좋은 무주를 머루와인의 명소로 만들어 낸 덕유양조 이재국 대표를 만난다. 1993년 국내 최초의 머루 와인 <무주구천동 머루와인>을 개발해 세간의 이목을 끌던 그는 갖가지 ‘머루 콘텐츠’로 무주머루클러스터 사업단 탄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천혜의 자연에서 자라난 무주 머루를 특화상품으로 개발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는 이재국 대표를 인터뷰했다.
폴리페놀 화합물과 에피카테킨 함량이 높은 머루는 충치와 구취, 혈당과 혈압 상승을 억제하는 데에 특효를 보이는 열매로 알려져 있다. 노화 방지와 동맥경화예방, 항암효과가 월등한 머루를 와인으로 개발한 이재국 대표. 그의 머루 사랑은 각별하다. “도시 생활을 하다 고향인 무주로 내려왔는데 마땅히 내놓을 지역특산품이 없었어요. 어릴 적 무주 구천동에서 맛있게 따 먹던 머루를 떠올리게 됐지요.” 해맑은 구천동 계곡 따라 송글송글 맺히던 머루를 생각하며 고향땅 무주에 머루나무를 심었다. 무주산 머루를 지역 관광자원으로 활용한다면 무주의 가치를 제대로 알릴 수 있겠다 생각했다. “어릴 적에 어머니께서 머루에다 설탕, 소주를 넣고 머루주를 담가 드시곤 했습니다. 저는 전통 와인 제조 방식으로 머루 와인을 만들기로 했지요.” 이재국 대표의 독특한 노하우에서 탄생한 국내 최초의 머루와인 ‘구천동 머루와인’의 탄생 배경이다. 구천동 머루와인은 1994년 농림수산부로부터 전통가공식품으로 추천을 받은 이래 1997년 동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건배주, 2003년 청와대 선물용 와인, 2007년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재무차관회의 만찬 공식 건배주로 선정된 데 이어 여수세계박람회 제2차 국제심포지엄 만찬주로 알려지면서 승승장구하게 된다. 또한 2008년과 2012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상 수상, 2011년 한국 100대 STAR FARM에 잇달아 지정되면서 이땅에 국산 머루 와인의 맛을 뿌리내렸다. “시행착오가 왜 없었겠습니까.하지만 순수 국산 머루 와인의 자부심이 오늘에 이르게 했습니다.” 국내는 물론 해외 각국으로부터 맛과 품질을 인정받은 구천동 머루와인은 우체국 쇼핑과 육해공군에 공식 납품되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머루 와인으로 자리매김 했다.
머루와인의 명품, 무주구천동 머루와인
덕유양조의 무주구천동 와인을 맛 본 이들은 그 달콤한 향과 맛을 잊지 못한다. 와인의 단맛을 ‘스위트(Sweet)', 쌉싸름한 맛을 ‘드라이(dry)'라 규정짓는다면 무주구천동 와인은 스위트 쪽에 살짝 가깝다. 혀 끝에 맴도는 머루와인의 맛이 오감을 자극하면 코끝까지 미치는 머루향이 온 몸을 기분 좋게 감싼다. 신의 눈물이라 과찬되던 수입산 와인은 어느 새 잊혀지고 한국땅 무주의 건강한 기운을 받은 머루 와인이 몸과 마음을 강건히 지켜준다. 머루원액 100% ! 그 깨끗한 순수한 부드러움은 목넘김 자체부터 다르다. “한국사람의 취향에 맞게 알콜함량 12%로 맞추었습니다. 부담가지 않는 선에서 편안히 즐길 수 있는 와인이지요.” 투명한 와인 잔을 가볍게 부딪치며 머루와인을 마시다보면 모두의 마음은 어느새 머루나무 그늘에 앉아있다. 머루와인보다 좀 더 진한 맛을 원한다면 알콜도수 16도 가량의 머루주도 준비되어 있다. 여러 차례의 통관절차를 거친 수입산 와인에 비해 무주구천동 와인은 산지로부터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거리, 즉 ‘푸드 마일리지’가 짧다. 신선도와 신뢰도가 그만큼 높고 맛 또한 싱싱하다는 얘기다. 와인병의 입구 또한 밀폐력 뛰어난 스윙병으로 디자인해 마시다 남은 머루와인을 편리하게 보관할 수 있도록 했다.
머루 전문가의 끝없는 머루 사랑
2007년 대한민국 우수특산품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덕유양조는 지역 특산품인 머루를 글로벌화하는 데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무주 적상산 중턱에 자리한 머루와인동굴은 이재국 대표의 노력이 이뤄낸 산물이다. “원래는 양수터널 공사 중에 찾은 작업 터널이었습니다. 머루 와인 보관소로 이용하다가 2009년 리모델링을 해서 관광 명소가 되었지요.” 길이 총 570m 중 290m가 머루 와인을 숙성, 저장, 시음, 판매하는 머루와인동굴에는 2만여병의 머루와인이 여행자를 기다리고 있다. 머루와인동굴에서는 무주에서 생산되는 5종의 머루와인을 구입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머루주스 시음 및 머루와인 족욕시설까지 갖춰져 있다.“무주에 일년동안 다녀가는 관광객만 5백만명이예요.머루 와인을 관광 상품으로 발전시킨다면 이보다 더 좋은 문화 자원이 있을까요?” 와인 테마 여행을 하루 코스로 지정해서 와인저장고를 방문하는 외국의 경우를 비춰볼 때 충분히 실현 가능한 일이다. 이재국 대표의 머루사랑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충남대 축산학과와의 산학연사업으로 개발한 머루 씨앗 사료를 먹여 키운 ‘머루한우’는 한우 중의 한우로 무주를 대표하고 있다. “무주에 가서야 먹을 수 있는 한우라는 점이 주효했죠. 일본의 화우, 호주산 및 미국산 육우보다 월등히 뛰어난 맛을 자랑합니다.” 머루를 넣어 만든 머루소면, 머루의 맛과 향을 살린 머루냉면은 물론 머루나무가 드리워진 머루 가로수길, 머루월드 사업에 이르기까지. 이재국 대표의 손길이 스치는 곳마다 무주 머루는 꿈의 열매가 된다.
평균 일교차 18도, 그 달콤함의 차이
반딧불의 고장으로만 알려졌던 청정 무주를 머루 와인으로 업그레이드시킨 이재국 대표는 또 다른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다. 무주에 머루한우타운을 만들어 그 맛과 우수성을 세계로 알리고 무주 머루를 한국의 식문화 콘텐츠로 알리려는 계획이다. “무주의 경제적 가치, 문화적 가치가 그만큼 상승될 수 있는 요인입니다. 선진국의 농업을 벤치마킹해서 지역이 잘 살 수 있는 방법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머루를 수확하기 이전인 9월까지 지역민들에게 더 많은 소득을 거둘 수 있도록 블루베리를 보급한 이재국 대표는 올해부터 블루베리 와인도 생산할 계획이다. 무주 지역특산품인 천마로 만든 천마와인도 곧 출시된다. 이재국 대표의 도전정신은 농지비율이 적은 무주 지역을 전북 최고의 명소로 부상시켰고 이같은 결실은 지난 5월 일본 NHK에 특집 다큐로 방송된 바 있다. 또한 완공을 앞둔 무주태권도원이 내년 3월 공식적으로 개원되고 무주가 세계태권도의 메카로 부상하게 되면 머루의 진가는 더욱 상승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역민과 공직자가 함께 눈을 뜨면 지역이 발전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중심점인 무주는 앞으로 더욱 발전할 것입니다. ”라는 이재국 대표. 개인의 영리를 떠나 지자체의 산업을 활성화시켜 모두가 상생할 수 있게 한 그야말로 진정한 신지식인이다. 고향땅에 내려와 머루 와인을 빚으며 “혼을 담아 보자”라 결심했던 초심으로 오늘에 이른 덕유양조 이재국 대표. 그를 통해 이 시대, 지역의 경쟁력은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에서 비롯됨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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