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아트’를 조명하는 전시
수많은 음악·미술 분야 전문가들이 게임업계에서 일하거나 협업하고 있으며 순수 미술 장르의 예술가들이 게임에서 영감을 얻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게임과 관련된 문화예술에 대한 깊은 고민을 찾기는 힘들다. 게임 인구 증가와 게임 산업의 영향력 증대에도 불구하고 게임에 대한 대중들의 이해 수준은 여전히 부정적인 면(사행성, 중독성)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이다. 법적으로는 ‘문화예술’에 편입이 됐지만, 정서적으로 ‘게임이 예술인가’에 대한 공감대 형성은 아직 부족하다. 다른 예술 장르에 비해 게임의 역사가 길지 않아서 긍정적인 면을 소개할 여유가 없던 것도 사실이다. 이제는 시각예술 분야에서 게임아트를 한번 짚어보면 어떨까? 이것이 예술의전당이 넥슨과 손잡은 이유다. 새롭게 확장된 문화예술 콘텐츠인 ‘게임아트’를 선점하여 한가람미술관에서 전시로 풀어냄으로써 새로운 문화예술 가치를 만들어 내고자 한다.
게임에 대한 예술적 논의의 화두가 되길 기대
게임아트는 유저들에게 1차적으로 노출되는 시각적인 면, 인터렉티브 반응과 물리적 기술, 창의적 상상력이 더해진 종합적인 시각예술이다. 결과물만 보면 미디어아트와 결을 같이 하지만, 게임아트는 작가 집단이 제작하고 특정 플랫폼을 이용해서 즐기고 접근이 매우 용이하다는 점이 기존 미술과는 성격을 달리한다. 극단의 리얼리즘에서부터 인간의 감성을 담은 귀여운 캐릭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는 게임아트 작품들은 현실 세계와 가상세계의 경계에서 판타지와 상상력을 시대의 가장 앞선 기술로 표현하는 작업들이다.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마비노기’, ‘바람의나라’ 등의 롤플레잉 게임을 다수 보유하고 있어, 예술의전당과 협업하여 게임아트에 최적화된 전시를 만들 수 있었다. 롤플레잉 게임이 자체적인 세계관을 서사적인 구조로 풀어내기 위해 방대한 그래픽이미지와 영상, 음악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는 넥슨 게임에서 등장하는 캐릭터, 배경,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아트워크를 각각 독립된 작품으로 부각하여, 게임아트에 몰입감을 극대화하는 요소를 확인할 수 있도록 구성된다. 이를 위해 전시공간은 ‘GAME’의 첫 글자를 딴 G(Gate), A(Art), M(Media), E(Exhibition)로 구성되며 총 15개의 게임, 115점의 작품이 공개된다. 또한, 출시 준비 중인 ‘카트라이더:드리프트’, ‘마비노기 모바일’, ‘프라시아 전기’ 등의 작품도 엿볼 수 있다.
특히 전시 구성에서 첫 시작을 알리는 ‘G’는 게임(Game)의 시작이자 문(Gate)이라는 뜻으로, 게임아트의 페이지를 여는 전시가 되면 하는 바람이 담겨 있다. ‘게임’과 ‘아트’의 접점이자 시너지인 ‘게임아트’에 대해 예술학적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는 화두가 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현대 이후, 예술은 특정 장르를 배제하거나 포섭하는 길을 걸어오지 않았으며, 개별 작품이나 작가에게 예술적 가치가 있는지에 관심을 가져왔다. 즉, 게임이 예술이냐 아니냐를 논하는 것보다 어떤 게임 작품이 예술적인지, 예술 작품으로 인정받기 위한 요소들로 게임이 어떤 점을 갖추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논의가 더 절실한 것이다.
한편, 이번 전시는 사전 예약 없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입장객 모두에게 대표 전시작품이 들어간 포토 티켓 15종 중 1종을 무작위(랜덤)로 제공된다. 또 2023년 1월 중에 이번 전시와 게임아트에 대해 알아보는 ‘게임 아트디렉터와의 대화’도 마련될 예정이다. 전시는 이달 29일까지 열린다. 김성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