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형재 원장은 자타공인 대한민국 매화분재의 최고 권위자다. 지금으로부터 꼭 50년 전인 1973년 매화의 매력에 빠진 후 평생을 매화를 심고 가꾸고 연구하는 일에 몰두 중인 안형재 원장은 지난해 9월 영주문화예술회관에서 <선비마을 매화 피어>라는 ‘매화그림(서양화)’ 개인전을 개최하였고, 136편의 매화시를 창작하여 두권의 시집을 발간한 시인(2013등단)이기도 하다. 그간 매화에 관한 서적을 총 9권 펴냈으며, 그 가운데는 이어령박사(1934∼2022)와 함께 펴낸 『매화 梅花 うめ』도 있으며, 우리나라 매화의 족보인 『매화보譜』가 있다. 전남 광양의 ‘매화마을 관광 자원화 사업’ 자문위원으로 위촉되어 획기적 성과를 거두었으며, 한국수자원공사가 서해와 한강을 잇는 〈아라뱃길〉의 ‘매화 동산’ 조성과 삼성물산 용인 자연농원의 ‘하늘매화길’ 조성사업에도 자문역을 맡아 아름답게 꾸몄다. 또한, 그는 KBS·SBS·CBS에서 10년(‘86∼’96)동안 가정원예담당 방송위원, 중국원예협회(매화분회) 명예이사를 역임했다.
분매원(盆梅園), 163개 품종 360여 점 매화분재 전시
이곳 분매원(盆梅園)에는 163개 품종에 360여 점의 매화분재가 전시되어 있다. 이 품종 가운데는 조선 시대 장안의 선비들이 매화 품평을 할 때 장원으로 꼽았던 ‘월사매(月沙梅)’와 태조 이성계의 계비 강씨의 정릉 재사옆에 있었으며, 영조대왕의 성은을 입었다는 ‘정릉매’, 한 꽃 속에서 또 하나의 꽃이 핀다는 일화이개성의 희귀성 ‘태각매’, 꽃 한 송이에서 두 개의 열매가 이마를 마주 대고 열리는 ‘원앙매’ 등 참으로 다양한 품종이 있다. 이렇게 많은 품종의 대형 분매가 있는 곳은 세계적으로 이곳뿐이라고 한다. 그리고 분매의 수형은 중국이나 일본과 다른 우리 조상들이 기르던 전통 분매 수형이라는 것이 특징이라고 했다.
“당시 장안에서 가장 큰 분매 온실은 궁궐의 것과 운현궁터에 있었던 대원군의 분매온실, 남산의 옛 경성방송국 자리 추사 김정희의 ‘홍원매실(紅園梅室)’이 있었습니다. 당시 분매가 필 때면 선비들과 문인 묵객들은 삼삼오오 시사회와 분매 감상회 등을 가졌습니다. 김농(1534∼1591)의 「분매도」에 보면 일곱 명의 선비들이 괴기하게 생긴 둥치에서 새로 뻗은 가지에 곱게 핀 홍매를 감상하는 모습과 강희안(1417∼1464)의 「절대삽병도」며, 李維新(?∼?)의 「가헌관매도」에 보면 선비들이 모여앉아 활짝 핀 분매를 감상하면서 시작을 통한 선비들의 풍류와 청덕이 넘쳐나는 일상을 엿보게 합니다. 조선 시대 사대부 문인들이 차가운 겨울철에 물 대접에 냉수를 담아 밖에 두어 얼게 한 다음 얼음을 동그랗게 뚫어 남은 물을 쏟아 버리고 그 구멍에 양초를 꽂아 불을 밝힌 후 얼음에 반사되는 불빛에 매화를 비춰 감상하면서 시를 지어 시축을 만들거나 그림을 그리는 등의 멋있는 삶을 살았으며, 이를 빙등조빈연(氷燈照賓筵)이라고 하는데 이때 얼음 등촉에 비친 매화의 환상적인 형태를 그린 그림이 이인상(1710-1760)의 「야매도」입니다.”
시인 박종화는 분매에 대하여 “예로부터 선비의 서재나 침실에는 백매화 한 분쯤은 놓여 있었다. 풍류와 아취를 아는 분은 금침 자락에 매화꽃 잎이 뚝뚝 떨어지는 이 멋을 청복이라고 했다.”라고 했고 퇴계(退溪)는 매화를 “형”이라 부르면서 도산서당에서 홀로 이슥한 밤이면 술상을 가운데 놓고 분매와 마주 앉아 ‘형님 한잔 나 한잔’하며 밤새 술 항아리를 비우기도 했으며, 그가 잠자리 꿈속에서는 하얀 봉황을 타고 달나라에 가서 하늘궁전에 산다는 아리따운 여인, 항아가 옥 절구로 빻은 천상의 향기를 뿜어내는 매화꽃 아래에서 밤 사경에 이르도록 매향을 맡으며 마음의 욕심을 덜어내고, "동쪽 울타리 밑에서 국화를 꺾어 들고 멀리 남산을 유유히 바라본다“는 도연명의 삶을 사모했었다. 퇴계가 단양군수 시절 관기 두향(杜香)과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는 많은 사람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매화와 함께하는 삶을 도모할 것
영주의 한국선비매화공원은 안형재 원장이 평생 가꾸어 오던 분매 361점과 고매, 그리고 매화품종 2,200주를 영주시에 제공하였고 매화박물관 진열품 293점을 무상으로 기증하여 이루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가 중국이나 일본 등지의 매화공원을 30여 년간 돌아보고 나서 ‘한국적인 매화공원’을 조성할 것을 마음먹고 모두 10개의 테마로 설계하여 추진해 오고 있으나 여러 어려움 가운데 아직도 완성을 이루지 못하고 있음을 몹시 안타깝게 여기고 있었다. 그가 이곳에 매화공원을 조성하는데 선뜻 나서게 된 것은 순흥 안씨의 관향지이고, 무엇보다 ‘선비’의 고장이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건국 후 처음으로 5그루의 매화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고 다른 5그루를 ‘시,도 기념물’로 지정하는데 앞장선 안 원장은 최근 한국매화회를 구성했으며, 이 단체는 장차 지역조직이 3개 이상이 되면 ‘문화체육관광부’에 등록하여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매화 문화단체로 육성할 계획을 지니고 있다, 마지막으로 안형재 원장은 “참여하는 회원들이 원앙매나 미인매, 정릉매 등의 희귀종 매화를 손수 길러보도록 공급하여 매화와 함께하는 삶을 도모하도록 올해도 삼만여 본의 매화를 심고 가꾸고 있습니다. 매화를 사랑하는 전국의 누구나 참여하기를 기대합니다.”라고 말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