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처럼 일하고 보통사람처럼 살고 신과 같이 창조한다. 이는 경남 마산 출신의 추상 조각의 거장 문신(文信) 조각가가 생전에 한 말이다. 오늘 소개할 정찬우 조각가는 그 누구보다도 문신 조각가가 남긴 위 말처럼 사는 인물이다. 창작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인생에서 영감을 얻는 정찬우 조각가는 삶의 고뇌가 진하게 담긴 작품을 탄생시키며 예술의 본질을 추구한다. 본지에서는 정찬우 조각가를 만나 인생의 불확실성을 어떻게 작품으로 표현해내는지 인터뷰하였다.
땀에 젖은 조각가
기자가 정찬우 조각가의 여주 작업실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날이 어둑어둑했다. 일과 시간에는 생활전선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정찬우 조각가를 만나기 위해서는 저녁 시간이 유일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는 지친 기색 하나 없어 보였고, 환한 미소로 기자를 맞이해주었다.
“저는 망치와 용접기로 돌을 쪼고 금속을 이어 붙이는 억세고 땀에 젖은 조각가를 추구합니다. 조각은 생각하고, 그리고, 만들어보는 사이클을 반복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오차범위를 좁혀나가는 것이죠. 부단히 실패하고 끝없이 도전하며 작품을 갈고 닦는 것입니다. 물론 아르바이트하고 남은 시간을 활용하여 작업한다는 게 절대 쉬운 일은 아닙니다. 작업 시간이 부족한 것도 사실입니다. 이에 저는 자신의 발이 썩는 줄도 모르고 작업한 미켈란젤로처럼 제게 주어진 시간 내에서 제 모든 땀을 바쳐 작업에 임하고 있습니다.”
정찬우 조각가는 ‘인생의 불확실성’이라는 주제에 천착하여 예측할 수 없는 불행, 성공 여부의 불확실성, 그런데도 현실서 도피하지 않고 불안과 절망으로 지친 현대인을 적나라하게 비판한다. 이를 위해 그는 우리가 흔히 먹고 마시고 사용했던 물건들에 빙의하여 삶의 모습을 초현실적으로 박제한다. 만취 상태에서 깨어나 보니 굴러다니는 소주병이 정찬우 조각가 자신의 모습처럼 보이는 공허함을 쇠와 소주병, 밥솥과 부품으로 표현한 ‘무제’ 연작, 성냥개비를 사람의 모양으로 이어붙여 기합을 받는 형상인 ‘대가리 박아’ 등은 작가이자 인간으로서 느끼는 고뇌를 표현한 것이자 개인적 군상이 사회에 지닌 불만에 관해 세련된 감각의 현실 판타지로 재해석해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평범한 인간에 관한 관심과 애착을 지닌 정찬우 조각가는 앞으로도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마음이 반영된 작품을 통해 좌절과 절망을 극복하려는 삶의 의지를 표현하겠다고 밝혔다.
지역과 상생하며 세계로 나아갈 것
정찬우 조각가는 색다른 전략으로 한 우물을 파 좋은 결과를 낸 대표 사례다. 그의 작품은 최근 한 기업가에게 판매됐다. 판매가는 무려 2억 원이다. 작은 작품 위주로 작업하는 다수 작가와는 달리 대형 작품 위주로 작업하여 차별화를 이룬 정찬우 조각가의 승부수가 빛을 발한 순간이다.
“저는 요즘 2억 원에 작품이 팔려 그야말로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세계로 시야를 넓혀보려고 합니다. 10년째 ‘대가리 박아’ 프로젝트에 매진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입니다. 이 8m짜리 대형조각을 완성하여 세계적인 조각가들과 경쟁해보고 싶습니다. 이를 통해 한국의 조각을 해외에 알리고 싶습니다.”
정찬우 조각가는 세계로 뻗어가는 동시에 지역과도 상생하고 있다. 인간미를 강조하면서도 정작 그 자신은 차갑게 살고 있던 것에 관한 반성의 의미로 최근 지역 내 소극장 간판 기부도 마쳤다. 앞으로도 정찬우 조각가가 계산이 아닌 열정과 진심으로 예술의 본질에 더욱 가닿기를 기대해본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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