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과 파라오의 나라 고대 이집트, 그 찬란한 문명
고대 이집트는 세계 문명의 발상지답게 인류의 역사와 인간의 원시성, 그리고 그 근원을 들여다볼 수 있는 보물창고이다. 고대 이집트인들에게 죽음은 끝이 아니며, 영원한 삶으로 나아갈 수 있는 새로운 시작이라고 여겨졌다. 고대 이집트인들의 현세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죽어서 가게 될 지하세계에 대한 준비였다. 그것이 바로 미라와 피라미드를 비롯한 유물들로, 수천 년이 흘러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시공을 초월해 유한한 인간의 삶과 역사를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그들은 왜 미라를 만들었을까
영원한 생명을 갈망했던 이집트인들의 사후 세계에 대한 생각과 의식을 들여다볼 수 있는 유물이 바로 미라와 관, 각종 부적과 부장품들이다. 고대 이집트인들도 역시 죽음을 두려워했다. 그러면서도 죽음을 피하려고 하지 않았는데, 이 세상에서 죽더라도 부활하여 내세에서 영생을 누릴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사후 영생을 위해서는 천칭저울에 죽은 이의 심장과 정의를 상징하는 깃털을 올려놓고 그 무게를 재는 오시리스의 심판을 거쳐야 한다고 믿었다. 심장이 깃털보다 무겁다면 죽은 자는 소멸하고 영원한 죽음을 맞아 다시는 부활할 수 없게 된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라는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한 희곡에 나온 말을 빌려 이집트인들의 내세관을 표현한다면, “영원한 삶을 원하는 자, 심장의 무게를 관리하라” 정도가 될 것이다.
이집트 미라전, 부활을 위한 여정 ,
이번 전시는 총 4부로 구성된다. 1부 ‘탐험, 고대 이집트를 향한 열정’은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에서 촉발된 유럽인들의 이집트 문명에 대한 탐험을 다룬다. 문자 해독의 아이콘이자 이집트 탐험의 새 장을 연 상폴리옹과 그 친구였던 로셀리니 등을 유럽 여행자나 조사단에 의한 유적 스케치 등을 통해 전시한다. 고대 이집트를 향한 탐험가들의 열정을 다양한 석비, 피라미드 모형, 조각상을 통해 읽어낼 수 있다.
2부 ‘만남, 고대 이집트의 운명적 발견’에서는 통일 왕조 출현 전의 선왕조 시대를 포함한 전체 10개의 시대를 대표하는 양식의 비석과 유물을 통해 당시의 세계관과 기술의 발전 등을 두루 살피면서 이집트 문명의 다양한 시대가 어떻게 발견하고 인식되어 왔는지 소개한다. 또한, 다신교였던 이집트인들의 신앙과 관련된 이집트의 창조 신화와 신들의 계보, 동물 숭배 사상을 담은 바스테트 여신상 등의 유물들을 만날 수 있다.
3부 ‘이해, 고대 이집트들의 삶과 사유’는 그들이 내세의 집이라고 생각한 많은 무덤에서 나오는 많은 부장품들을 보여준다. 화려한 관, 내세의 안녕을 위한 ‘사자의 서’라고 불리는 장제 문서에 적힌 상형 문자, 주술적인 의미를 담아 만든 보석과 죽은 자를 대신해 일을 할 ‘샤브티’ 등을 통해 이집트의 고대 문명을 읽어 낸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영원한 삶을 갈망하지만, 사후에 내세로 향하는 여행은 위험하고 독성이 가득한 사악한 존재들로 꽉 차 있다고 믿으며, 위험에서 벗어나 안전하게 사후 세계까지 도착하기 위해 많은 예방책을 강구했다. 이를 위해 죽은 자에게는 온갖 주문과 부적이 주어졌다. 이들이 영원한 생을 획득하면 무덤의 부장품과 제물이 죽은 자들을 위해 쓰인다고 믿었다. 무덤에 오시리스 상을 같이 묻고, 관에다 신에게 봉헌하는 모습을 새기는 이유도 죽은 자가 사후 세계에서 뭔가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4부 ‘스캔, 고대 이집트의 맨얼굴’은 고대 이집트 문명의 다양한 측면을 밝혀내고 있는 연구의 최전선을 최신 과학 기술을 이용한 조사와 각종 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소개한다. 이번 전시에 서는 최신 장치를 이용해 CT 스캔을 한 사람 미라 3구와 동물의 미라 1구의 연구 성과를 공개함으로써, 붕대를 풀지 않고도 미라에 대해 세밀한 내용까지 검증할 수 있게 되었다. 또 목관의 제작 기술이나 채색기법, 거기에 기록된 서체를 분석해 제작에 종사한 공방이나 개인을 특정하려는 시도, 미라를 제작할 때 꺼낸 내장을 보관하는 카노푸스 항아리 분석 등 네덜란드 국립 고고학 박물관이 진행하는 각종 국제적인 프로젝트를 실제의 유물과 영상, 터치스크린과 애니메이션 등 풍부한 시청각 자료를 이용해 이전에는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새로운 고대 이집트 문명의 모습을 보여준다. 전시는 이달 26일까지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에서 계속된다. 김성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