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는 자연과 우주에 대한 철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독창적인 조형 감각을 보여주는 김윤신의 작업 세계를 ‘합이합일 분이분일(合二合一 分二分一)’의 작품 철학에 집중해 석판화, 석조각, 목조각, 한국에서의 최근작 등 4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작품 총 70여 점을 통해 소개한다. 전시 제목인 ‘더하고 나누며, 하나’는 김윤신이 1970년대 후반부터 일관되게 작품의 제목으로 사용하고 있는 합이합일 분이분일(合二合一 分二分一)‘의 의미를 한글로 풀어낸 것이다.
김윤신은 한국 1세대 여성 조각가로서 1973년 제12회 상파울루 비엔날레에 참여했으며 1974년 선배 작가들과 함께 한국여류조각가회 설립을 주도하는 등 1970년부터 한국 조각계에서 의미 있는 활동을 펼쳤다. 1984년 아르헨티나로 이주 후에는 아르헨티나를 거점으로 다수의 해외 전시에 참여하며 활발히 활동했다. 2023년, 88세를 맞이한 김윤신은 현재도 왕성하게 작업 중이다. <김윤신: 더하고 나누며, 하나>는 현재 진행 중인 조각의 역사를 동시대와 공유하며, 한국 조각사의 여백을 보완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이다.
전시의 세부 구성은 크게 매체별로 구분되며 동시에 작가의 생애 궤적과 함께한다. 석판화, 석조각, 목조각, 한국에서의 최근작을 소개하는 4개의 섹션으로 구성되며, 섹션별 작품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예감>에서는 김윤신이 프랑스 파리 국립고등미술학교 유학 시절(1964~1969년) 제작한 석판화를 집중적으로 소개함으로써 작가의 조형 세계를 예감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 이 시기 석판화에서는 태극 문양이 변형된 듯한 형태, 흑백의 대비를 통한 공간감, 서로 다른 방향으로 겹쳐진 선의 표현 등 이후 김윤신의 작업 세계를 관통하는 공통된 조형적 특성을 예감할 수 있다. <2. 우주의 시간>에서는 김윤신이 생애 전반에 걸쳐 작업을 계속한 목조각에 비해 한정된 기간 제작됐지만 가장 힘든 과정을 동반했던 석조각을 소개한다. 김윤신은 1988년부터 1991년까지는 멕시코 테칼리(Tecali) 마을에서 오닉스(Onyx) 조각을, 2001년에서 2002년까지는 브라질의 솔레다데(Soledade)에 머물며 준보석을 재료로 한 석조각을 탐구한다. 김윤신에게 오닉스는 그 자체가 우주가 지나온 시간이 층층이 쌓여있는 지구의 축약본이었다. 작가는 자연스러운 돌의 표면과 인위적으로 재단해낸 안쪽 면의 대비를 통해 우주적 힘의 질서를 표현했다.
<3. 더하고 나누며, 하나>에서는 김윤신이 한평생 주력해온 목조각을 197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아울러 소개하며 40여 년에 걸친 작품의 변화를 보여준다. '더하고 나누며, 하나'는 김윤신이 1970년대 후반부터 일관되게 작품 제목으로 붙여온 <합이합일 분이분일(合二合一 分二分一)>의 의미를 간략히 풀어낸 것이다. <4. 노래하는 나무>에서는 2022년 이후 김윤신이 한국에 머물면서 제작한 최근의 목조각과 2013년 그린 대형 회화 한 점을 선보인다. 김윤신은 코로나 시기 혼자만의 사색의 시간을 가지며 유년 시절에 대한 회상을 통해 내면의 목소리와 영혼의 소리에 귀 기울였으며 자신의 깊은 곳에서부터 울려 나오는 영혼의 생명력을 나무를 빌어 자유롭게 노래하였다.
또한, 남서울미술관 정원에서는 목조각을 브론즈와 알루미늄으로 캐스팅한 야외 조각 작품 2점을 선보인다. 브론즈 조각 <대지의 생명력>은 주변 경관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고, 채색 알루미늄 조각 <노래하는 나무>는 강렬한 색채로 관람객을 미술관으로 인도한다.
서울시립미술관 백지숙 관장은 “영원한 현역인 김윤신 작가의 여든여덟 살을 맞이하여, 서울시립미술관이 소장한 작품 열 점으로부터 출발한 <김윤신: 더하고 나누며, 하나>는 지난 60여 년 동안 작가의 작업이 변화해온 변곡점들을 짚어내며 미래의 작업까지 기대하게 만드는 특별한 시간을 관객들에게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