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선 작가는 약 30여 년 전 아주 신기한 꿈을 꿨다. 꿈속에서 그는 승복을 입은 스님이었고, 부처님을 알현하는 경연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모여든 많은 스님을 보았다. 그는 그 경연대회가 어떠한 대회인지 궁금하여 그 스님들을 따라갔다. 그는 험준한 산과 깊은 강, 험한 늪, 사막 등을 지나 선두로 나아가 어느 높은 산꼭대기에 도착했고, 그곳에서 황금 부처님이 미소를 머금은 채 앉아있는 모습을 보았다. 흥미로운 점은 그 부처님이 손을 내밀어 그의 손을 잡아끌어 올려주었는데, 그 손끝부터 서서히 황금으로 변하기 시작하여 온몸이 황금이 되었고, 그 모습으로 부처님 옆에 앉아있었다는 점이다. 그 꿈이 평범한 꿈이 아니란 생각을 한 그는 언젠가는 꼭 불화를 그려야겠다고 생각했고, 호국과 성불의 염원이 담긴 우리 민족의 유산 고려 불화들을 재현하여 후세에 남기는 게 부처님이 자신에게 현몽한 보답이 될 것이라는 확신으로 ‘고려 불화 재현’이라는 한길을 우직하게 걸어가고 있다. 2010년 겨울에 시작하여 고려 불화 14점을 재현해낸 김종선 작가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와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서울대학교에서 약 14년간 채색화 실기전담 교육을 펼친 바 있다. 또한, 그는 제24회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 목우회 공모전 심사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대한민국미술대전 초대작가를 비롯해 (사)현대한국화협회 부이사장, (사)종로미술협회 고문, (사)국전작가협회 사무총장,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동창회 감사 등을 맡으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민족의 유산 ‘고려 불화’를 재현하는 데 앞장
고려 불화는 세계적으로 170여 점 현존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실제 제작되었던 수많은 고려 불화의 일부에 불과하다. 현존하는 작품 중 가장 많은 수량을 차지하는 것은 아미타불도, 관세음보살도, 지장보살도 중심으로 하는 정토계 불화인데 그 주제는 현세의 복락, 고난으로부터의 구제, 극락왕생 등 현실적인 기원을 담은 것으로 고려 후기 불교의 성격과 맥락을 같이 한다.
“2010년 10월 12일부터 11월 21일까지 새로 증축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고려불화대전이 열렸습니다. 이 전시는 이명박 대통령 당시 OECD 20개국 정상회의 개회식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게 된 것을 기념하는 행사였습니다. 이 전시회를 위해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직접 일본으로 건너가 많은 고려 불화를 소장 중인 일본 신사의 주지들에게 부복읍소라고 엄청난 보험료를 지불하며 빌려와야만 했습니다. 우리 고려 불화를 강탈해간 일본에 국립중앙박물관장이 부복읍소하며 빌려와야 한다는 것은 정말이지 너무나 억울하고 서러운 일이었습니다. 이 안타까운 현실은 오래전 꾸었던 그 꿈이 제게 말하려는 의미가 무엇이었는지를 깨닫게 하였습니다.”
800~1000여 년의 세월을 지내온 고려 불화들은 형태와 색감이 흐릿하고 손상된 부분들이 많아 재현하기가 무척 힘들다. 김종선 작가 역시 자료를 찾느라 청계천 여러 헌책방을 다녀야 했고, 인터넷을 활용하여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했다. 이처럼 어렵게 시작한 고려 불화의 연구는 김종선 작가의 예술혼과 장구한 시간이 더해져 지금까지 총 14점의 고려 불화를 재현하는 결과를 안겼다. 특히 그는 지난해 6월 서울 종로 아리수갤러리에서 고려 불화 재현작품으로 개인전을 펼치기도 했으며, 이 전시회에서 직접 재현한 아미타삼존도, 지장보살도 등 고려 불화 14점을 선보였다. 김종선 작가의 작품은 다채로운 채색의 조화, 빼어난 조형미, 구도의 안정성, 정교한 문양, 우아하고 섬세한 표현력 등 고려 불화의 특징을 잘 녹여내어 화단의 찬사를 받기도 했다. 앞으로도 김종선 작가는 독보적 아름다움과 섬세함을 보여주는 고려 불화를 재현 및 전시하여 더욱 많은 이들에게 고려 불화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을 전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고려 불화 재현관 세울 것
“저는 기존 14점의 고려 불화에 7점을 추가하여 총 21점의 고려 불화 재현작품 전시를 내년 말 정도에 계획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제 궁극적인 목표는 이른바 ‘고려 불화 재현관’을 짓는 것입니다. 제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작업에 매진하여 탄생할 고려 불화 재현작품을 한곳에 모아 이를 후손들에게 물려주고 싶습니다.”
일본은 중고생들도 고려 불화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고려 불화에 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낀 김종선 작가는 교육의 필요성을 주창하면서 오랜 세월이 흘러도 우리나라의 후손들이 고려 불화를 배울 수 있도록 여건이 허락하면 고려 불화 재현관을 꼭 세우겠다는 견해다. 앞으로도 김종선 작가가 고려 불화 재현에 심혈을 기울여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에 생명력을 불어넣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