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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가족이 반드시 정상적이지만은 않다

<어떤 Norm(all)> 수원시립미술관 1, 2, 3전시실 | 2023년 06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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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립미술관은 가족을 주제로 한 동시대 현대미술 기획전 <어떤 Norm(all)>을 4월 18일부터 8월 20일까지 수원시립미술관 1, 2, 3전시실에서 개최한다. 전시 제목인 <어떤 Norm(all)>은 ‘정상적인’, ‘평범한’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 ‘노멀(normal)’과 ‘모두’를 뜻하는 ‘올(all)’을 결합한 합성어다. 사회가 규정한 정상성과 정상 가족 관념에 질문을 던지고, 어떠한 형태의 가족이라도 정상으로 받아들여져야 하며 차별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제를 담고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가족이란 부부를 중심으로 한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을 일컫는다. 건강가정기본법 제1장 제3조는 “가족이라 함은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루어진 사회의 기본단위를 말한다”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2023년 현재의 가족 상황은 사뭇 다른 모습이다. 1인 가구의 급증, 비혼 출산의 공론화, 제도적 질서에 얽매이지 않는 생활 공동체의 대두, 생활동반자법 논의 등은 가족이 더이상 사전적·법적 정의에 구속되어 있지 않음을 시사한다. 그럼에도 혼인과 혈연 위주의 정상 가족을 공고히 하는 현 사회제도는 언어와 법 그리고 관념에 남아있고, 규범밖에 위치한 수많은 가족들이 차별을 겪고 있다. <어떤 Norm(all)>전은 정상 가족이라고 부르는 이념이 오늘날 가족의 다양한 모습을 반영하지 못한 채 차별을 정당화하는 현실을 지적하며, 사회 내 모든 가족을 포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기획되었다. 

이번 전시에는 강태훈, 김용관, 문지영, 박영숙, 박혜수, 안가영, 업체, 이은새, 장영혜중공업, 치명타, 홍민키 등 총 11명(팀)의 작가가 참여한다. 이 작가들은 회화, 사진, 설치, 영상, 게임, 다큐멘터리와 같이 다양한 장르의 작품 56점을 통해 가족에 대해 이야기한다. 1부 ‘지극히 정상적인’에서는 정상 가족의 형태와 이념에 반문한다. 인생의 숙제처럼 결혼과 2세 생산을 강요받는 개인의 고민에서 출발한 강태훈 작가의 작품 <나쁜 피>(2023)는 적혈구와 가족사진 형식의 이미지가 중첩된 영상을 통해 가족의 구성과 해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사랑, 시간, 기억처럼 사회에서 통용되는 보편적 가치에 관해 탐구하는 박혜수는 ‘우리가 생각하는 가족’에 대한 설문 결과를 시각화한 <우리 친밀도 검사>(2019)를 통해 사람들의 인식이 정상 가족과 가족 중심주의적인 사고에 머물러 있음을 드러낸다. 박영숙은 <미친년 프로젝트>(1999) 연작에서 가부장제 중심의 정상 가족에서 주체를 잃어버리는 여성들을 포착한다. 웹아티스트그룹 장영혜중공업의 <불행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다>(2016)에서 가정마다 불행의 원인이 비슷하고, 정상 가족 이면의 불화와 가정 내 폭력 등의 문제를 노골적으로 드러내 정상 가족이 반드시 정상적이지만은 않다는 모순을 고발한다. 이처럼 1부는 우리가 인지하지 못했던 정상 가족의 이면을 들추는 작품들을 통해 정상 가족이 구체적인 사회 현실에 의존하는 이념적 실체임을 드러낸다. 동시에 정상이라는 단어가 견고하지 않고, 너무나 쉽게 부서진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2부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에서는 정상 가족에 속하기를 거부하지만, 항상 존재하고 있는 가족들을 돌아본다. 문지영 작가의 <엄마의 신전>(2020) 연작은 장애인 가족을 둔 작가의 개인사에서 출발한 작품으로 장애를 가진 자녀가 낫길 바라는 애틋하고 처절한 엄마의 열망과 정상성이라는 거대한 벽을 드러낸다. 이은새 작가는 <짐 싣는 사람들>(2019)과 <아이스크림 바를 든 여자>(2019) 등의 작품에서 1인 가구, 한부모 가족, 반려동물을 구성원으로 맞이한 가족 그리고 혼인하지 않고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는 가족을 선보인다. 치명타는 귀여운 동물 완구로 만든 영상 작업 <실바니안 패밀리즘>(2019)에서 장애인, HIV 감염자, 난민, 취약계층 가구를 다루며 정상 가족 너머에 존재하는 또 다른 형태의 가족과 연대를 보여준다. 이와 함께 홍민키는 성소수자의 고민을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상으로 풀어낸 <들랑날랑 혼삿길>(2021)에서 정상의 규범 밖에 위치한다고 생각했던 이들의 삶이 사실 비정상적이지 않음을 일깨우고, 정상성이 누구를 기준으로 세워진 개념인지 질문한다.

제3부 ‘가족을 넘어’에서는 머지않은 미래에 등장할 수 있는 새로운 가족 형태를 제시한다. 혈연을 넘어선 이종(異種)과의 공존을 도모하며 나아가 모든 다양한 가족과 사람들이 편견 없이 포용하는 세상을 제시한다. 안가영 작가의 <히온의 아이들 : 우리의 영혼을 받아주소서>(2023)는 가상의 외계행성 ‘히온’을 무대로 한다. 지구를 떠나 히온에 도착한 인류는 그곳에 살고 있던 AI 로봇들을 새로운 반려 관계로 받아들이고, 이들과 공존할 방안을 찾는다. 작가는 SF적 상상력을 이용해 인간중심주의, 가부장제의 허위를 드러낸다. 김나희, 오천석, 황휘로 구성된 오디오-비주얼 콜렉티브 ‘업체’는 <대디 레지던시?>(2020), <오-제네시스>(2020)를 비롯해 ‘대디 레지던시’ 프로젝트와 관련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이 프로젝트는 정자를 선택하여 인공수정으로 아이를 낳고, 프로젝트 참여 지원자들과 아이를 양육하며 이를 통해 성을 기반으로 형성된 관계라는 가족관을 전복하고 가족을 주체적으로 형성하는 새로운 공동체의 탄생을 암시한다. 그리고 김용관은 높이 9미터 높이의 전시실 벽면에 다름을 인정하고 다양성이 공존하는 이상향을 담은 <무지개 반사> (2023) 연작을 설치했다. 이 작품들은 다채로운 색을 담고 있는 무지개처럼 모든 형태의 가족이 정상으로 받아들여지는 사회를 은유한다.

수원시립미술관 관계자는 “오늘날 가족은 혈연과 혼인 위주의 정상 가족 형태에서 벗어나 변화무쌍해지고 있다”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모든 형태의 가족이 ‘정상적인’ 가족으로 받아들여지는 미래를 그려보기 바란다”라고 밝혔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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