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은 창작 신작 <보존과학자>를 5월 25일부터 6월 18일까지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선보인다. <보존과학자>는 국립극단 작품개발사업 [창작공감: 작가]를 통해 개발된 윤미희 작가의 희곡으로, 올해 관객과 처음 만난다. 윤미희 작가는 2020년, 2021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 창작산실 대본 공모, 2021년 서울연극제 단막 희곡 공모 등에 선정되며 고유한 자신만의 세계를 증명해오고 있다. 윤미희는 이번 작품에서 소멸과 영원, 보존과 복원에 대해 추상적이고 우화적이지만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은 보편적인 서사를 들려준다.
대부분의 옛것이 형체를 알 수 없게 되었거나 먼지로 변해 버린 미래, 물건의 가치를 판단하여 보존과 복원에 대해 결정하는 ‘보존과학자’가 있다. 오랜 시간 쌓여있던 물건들 중 예술작품이라고 여겨지는 텔레비전을 발견하곤 물건에 담긴 진실에 다가고자 한다. 복원의 과정에서 텔레비전을 통해 한 가족의 이야기와 과거로부터 시작되는 어떤 문 앞에서 펼쳐지는 이야기가 뒤섞이며 어느 순간 서로가 서로의 이야기가 되어간다. 폐허가 된 세상에 홀로 남은 보존과학자가 지키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가치를 매기고 순위를 정하는 일은 간단하지 않지만 우리는 가치가 순위 매겨지는 세상, 평가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에 대한 질문을 끝없이 던지며 존재 자체에 대한 의미, 가치 판단의 기준 등에 대해 돌아보게 만든다.
<보존과학자>는 독특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극 중 등장하는 ‘철 전문가’, ‘유리 전문가’ 등의 역할을 그 자체의 사물로 묘사하고, 텔레비전과 아버지가 계속해서 소통하는 등의 장면을 통해 사물이 단순히 존재하는 것이 아닌 계속해서 어떤 행위를 하는 살아있는 존재로 간주한다. 사물과 인간을 다르게 생각하지 않고 그저 각자 하나의 존재로서 감각하는 방식들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다른 시각을 제시하고 우리에게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남길지에 대해 질문한다.
윤미희 작가는 “소멸에 대한 두려움으로 쓰기 시작한 이야기이다. 모든 것이 사라져가는 가운데, 마지막까지 남아있게 되는 것은 무엇일지 생각해보았다. 아주 유명하고 대단한 것이 아니라 굉장히 보잘것없는 (흔히 그렇다고 판단되는) 무언가를 남겨두고 싶었다. 의미라는 게 부여하기 나름이라면, 어디에 의미 부여하며 살아가야 할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공연이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작의를 밝혔다. 연출은 깊이 있는 텍스트 분석으로 높은 공연 완성도를 자랑하는 연출가 이인수가 맡았다. 공연에는 국립극단 시즌 단원 김시영, 백혜경, 이상은, 조승연을 비롯하여 김도원, 김서연, 김수아, 박보현, 송인성, 신재환, 임태섭, 지춘성 12명의 배우가 출연한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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