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팬데믹 애니메이션'이라는 그 누구도 시도해보지 못한 장르는 <사슴의 왕>의 연출을 맡은 안도 마사시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다. 1969년 히로시마 출신의 안도 마사시 감독은 대학 재학 중에 스튜디오 지브리에 입사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모노노케 히메> 등의 작화를 맡아 천재 애니메이터로 불린 인물. 독립 후에도 <파프리카>, <너의 이름은> 등 전 세계적으로 작품성과 화제성을 인정받은 애니메이션의 작화감독으로 활약했다. 그런 안도 마사시 감독의 첫 번째 장편 연출작이 바로 <사슴의 왕>으로, 이번 작품에서는 감독은 물론 캐릭터 디자인과 작화감독까지 모두 전담해 압도적인 작화의 힘이 느껴지는 또 하나의 웰메이드 애니메이션을 완성해냈다.
2020년, '코로나 19'라는 전염병은 전 세계인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전대미문의 전염병 앞에서 모두가 당황했던 그때, 일본에서 이 시국을 예언했다는 평과 동시에 판매 부수가 증가한 소설이 바로 <사슴의 왕>의 원작 소설이다. 그리고 영화 <사슴의 왕> 역시 '코로나 19'가 기승을 부리던 2021년에 일본에서 개봉했다.
영화 <사슴의 왕>의 이야기는 소금 광산에 갇힌 어느 노예 사내로부터 출발한다. 한때 최강의 전사로 이름을 떨쳤던 반은 전투에서 패한 뒤, 노예의 몸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작스레 들이닥친 들개의 습격에서 죽을 고비를 넘긴 반은 또 한 명의 살아남은 소녀 유나와 함께 탈출한다. 한편, 미지의 전염병 '미차르'의 원인과 치료법을 찾던 천재 의사 홋사르는 습격의 유일한 생존자 반에게 치료의 실마리가 있음을 직감한다. 반을 생포하기 위해 수수께끼의 여인 사에가 그를 뒤쫓기 시작하고 인물들은 더 큰 제국의 음모 속으로 빠져든다. 영화는 그 시작과 끝을 알 수 없기에 모두가 공포에 떨 수밖에 없는 전염병을 소재로, 다양한 인간 군상은 물론 역경 앞에서도 굴하지 않는 자연의 경이로움과 피보다 더 진한 연대를 그리는데 더욱 초점을 맞췄다. 팬데믹을 통과해낸 지금 우리에게 영화 <사슴의 왕>은 강인한 생명을 향한 찬사이자 살아갈 용기를 주는 메시지가 되어준다.
안도 마사시와 함께 감독을 맡은 미야지 마사유키 역시 스튜디오 지브리 출신이다. 25세의 나이에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감독 조수로 발탁된 미야지 마사유키는 어디에도 구애받지 않는 세계관 구축과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환상적인 표현으로 정평이 난 애니메이션 연출가이다. 여기에 잡지 편집자를 거쳐 스튜디오 지브리에 입사한 키시모토 타쿠 각본가, <마녀 배달부 키키>, <늑대아이> 등을 담당했던 오노 히로시 미술감독까지. 지브리 출신의 애니메이션 드림팀이 함께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영화 <사슴의 왕>은 올봄, 극장에서 봐야 할 필람 무비로 관객들의 기대감을 고조시킨다. 5월 25일 개봉.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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