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군산전기>는 1899년 개항 당시 한국인 509명, 일본인 77명이 살았던 작은 어촌 마을로, 일제강점기 시절 쌀 수탈을 위해 개항되며 전국의 이방인들이 모인 국내 최초 계획도시가 된 군산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해방 후에는 미군의 주둔과 원조물자로 기회의 땅이 된 군산은 부흥과 쇠락을 거듭해 오면서 역사와 예술이 부유하는 도시가 되었지만, 여전히 잔해들이 남아 있는 모습을 영화는 내레이션을 통해 설명하는 일반적인 다큐멘터리 영화와 달리 환경 무용가 '안나 안데렉(Anna Anderegg)'의 춤사위를 통해 도시에 스며든 쓸쓸하고 애잔한 슬픔을 어루만지면서 메시지를 전한다.
그녀는 김사라 건축가, 박수환 감독과 함께 작업한 '남이 설계한 집'으로 제4회 서울무용영화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 제13회 광주비엔날레에서 한국 예술가들과 팀을 이뤄 '얼론 투게더(Alone Together)'라는 공연을 세계 최초로 선보이며 특정 장소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퍼포먼스가 공간감을 만들어내 주목받았다. <군산전기>에서 선보이는 그녀의 춤사위는 마치 무당을 연상시키는 감정적인 몸짓으로 인간을 둘러싼 문명과 자연이 좀 더 조화롭게 공존하기를 희망하면서 군산이라는 도시만의 매력을 전달한다.
또한, 영화 전편에 걸쳐 흘러나오는 음악은 군산에 거주하는 국내 1세대 재즈 뮤지션 '임인건' 작곡가의 음악으로, 그는 국내 최초의 뉴에이지 솔로 앨범을 낸 30년 경력의 피아니스트이다. 그의 음악들은 즉흥적으로 부유하는 재즈 음악으로 군산의 정취를 가장 잘 전달하며 영화의 집중도를 높인다. 특히 영화 속 사운드트랙 중 하나인 '바람이 분다'는 국내 재즈 열풍을 일으켰던 음악으로 영화 속에서 어떻게 활용되었을지 기대감을 더한다. 한편, 영화는 다큐멘터리이지만 뮤지컬이란 극적 장치를 더하며 온갖 사람들과 문화가 뒤섞인 군산처럼 새로움과 흥미를 유발할 것으로 이는 영화의 또 다른 관람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영화의 공동 연출자인 문승욱 감독과 유예진 감독은 앞서 진행된 제18회 서울환경영화제(SEFF) 게스트 토크를 통해 "군산이라는 도시가 하나의 캐릭터로 다가왔다. 군산을 고향으로 두지 않고 타지에서 온 대부분 사람을 보면서 모순적이고, 낭만적이고, 다채로운 한 인간의 모습이 떠올랐다"라고 전하며 <군산전기>가 문화지역을 보존한 타임머신 같은 존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영화 <군산전기>는 7월 6일 개봉되어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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