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은 오는 10월 9일까지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을 개최한다. 한국 고대의 장송의례를 다루는 전시로, 죽음 이후에도 계속될 삶을 위해 무덤 속에 넣은 상형토기와 토우장식 토기를 조명한다. 국보와 보물 15점을 포함하여 인물, 동물, 사물을 본떠 만든 332점의 토기를 전시한다. 이 중 97점은 일제강점기 경주 황남동에서 수습된 것으로 토기 뚜껑 위에 하나의 장면으로 복원하여 최초 공개한다.
상형토기는 어떤 형상을 본떠 흙으로 빚은 그릇이다. 주로 동물이나 사물의 모습이며 때때로 인물도 함께 표현되었다. 상형토기는 신라·가야의 무덤에서 주로 출토된다. 몸통이 비어있고 술과 같은 액체를 담거나 따를 수 있도록 되어 있어 장송의례 때 사용한 제의용 그릇으로 본다. 고대의 장송의례는 죽음이 끝이 아니라 사후에도 현세의 삶이 이어진다는 계세사상과 연결되어 있다. 이때 사용한 상형토기는 죽은 이의 영혼을 하늘로 안내하고 먼 길을 떠나 다음 세상으로 가는 길에 선물과 같은 동행이 되어주었던 것으로 본다.
이번 전시에서는 영원한 삶을 위한 선물이었던 상형토기의 다채로운 세계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최근 발굴되어 2022년 보물로 지정된 함안 말이산 45호 무덤의 상형토기 일괄품을 시작으로 총 세 가지 주제로 구성하였다.
첫 번째 ‘하늘로 연결하는’ 에서는 죽음 다음의 세상으로 안내해주고 하늘과 이어주는 동행자들을 전시한다. 대표적으로 새모양 토기를 들 수 있다. 장례에 새의 깃털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전할 만큼 새는 오래전부터 영혼을 하늘로 안내한다고 여겨진 동물이다. 상형토기 중 시기적으로 가장 이르고 가장 넓은 지역에서 출토되는 것이 바로 새모양 토기이다. 대부분 오리의 모습이지만 시기나 지역에 따라 또는 의미에 따라 표현 방식이 매우 다양하다. 20점이 넘는 새모양 토기는 관람객들에게 관찰과 발견의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두 번째 ‘함께 가는’에서는 머나먼 길을 떠나는 데에 도움을 주는 조력자들을 전시한다. 신발 모양, 말 모양, 배 모양, 수레 모양 토기들이 이에 해당하며 경주 금령총 말 탄 사람 토기(국보) 등 중요 유물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 말 모양이나 말 탄 사람 토기에는 당시의 갑옷과 말갖춤이 표현되어 있고 배 모양은 근해용과 원해용으로 나누어볼 수 있을 정도로 사실적이다.
세 번째 ‘편안한 쉼을 주는’에서는 저 너머의 세상에서도 계속될 따뜻하고 안락한 보금자리와 풍요로운 곳간을 의미하는 집 모양, 등잔 모양 토기를 전시한다. 커다랗게 세워진 집 모양의 구조물 안에서 미디어로 구현된 등잔의 불빛을 바라보며 이러한 토기를 만든 당시 사람들의 마음을 느껴볼 수 있다.
2부는 헤어짐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는 토우장식 토기를 다룬다. 상형토기가 형상을 본떠 만든 토기라면 토우장식 토기는 그러한 장식을 붙인 토기이다. 지금까지 토우는 대부분 토기와 분리된 개개의 모습으로 소개되었다. 그러나 본래는 굽다리 접시의 뚜껑이나 긴목 항아리의 목 부분에 붙어 다른 토우들과 함께 하나의 장면을 이루던 것들이다. 상형토기와 마찬가지로 떠나는 이를 위해 무덤에 넣은 제의용 그릇이기에 그러한 장면에는 당시 사람들의 죽음에 대한 생각과 태도가 담겨 있다.
2부에서는 1926년 일제강점기에 수습된 경주 황남동 유적 토우장식 토기 97점을 새롭게 복원하여 최초로 공개한다. 뚜껑 위에 제자리를 찾은 토우들이 하나의 장면 속에서 처음으로 관람객을 맞이한다. 최근 하나의 무덤 안에서 다량의 토우장식 토기가 발굴되어 주목을 받은 경주 쪽샘 B지구 6호 무덤 일괄품과 토우 최다 발견지인 경주 황남동 유적에 대한 소개를 시작으로 총 세 가지 주제로 구성하였다.
첫 번째 ‘헤어짐의 축제’에서는 공동 의례를 치르거나 줄지어 행진하는 모습을 표현한 토우장식 토기를 볼 수 있다. 의례나 행진 속에는 악기를 연주하거나 춤추는 사람이 종종 등장한다. 공동체의 구성원을 떠나보낸 상실감을 노래와 춤으로 함께 극복하고 삶을 회복하려는 축제와 같은 의식들로 볼 수 있다.
두 번째 ‘함께 한 모든 순간’에서는 당시 사람들의 일상적인 모습과 인간을 둘러싼 세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토우장식 토기에는 다음 세상에서도 이어지길 바라는 삶의 모든 순간들이 재현되어 있다. 세 번째 ‘완성된 한 편의 이야기’에서는 인물과 동물 모습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토우장식 긴목 항아리 2점(국보)을 함께 전시한다. 개구리의 뒷다리를 무는 뱀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반복적으로 표현되어 있으며 사이사이에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장은 “그간 상형토기와 토우장식 토기는 독특한 외형 때문에 조형적 측면에서 관심을 받았다. 이번 전시로 형태를 넘어 제작 배경과 기능 등 그 속에 담긴 본질적 의미를 새롭게 조명해보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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