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은 8월 30일부터 11월 19일까지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에서 <공중정원>을 개최한다. <공중정원>은 자연에 대한 모방과 자연 속 유토피아에 대한 열망에서 비롯된 ‘정원’의 개념에서 출발하여 독립된 하나의 세계로 존재하는 상징적 의미의 정원을 탐구한다. 이 전시는 자연과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 대한 반응과 해석을 담은 참여 작가 5인의 작품 31점을 선보인다.
전시명 ‘공중정원’은 고대 바빌론에 존재했다고 알려진 거대한 옥상 정원이다. 공중정원이 실제로 존재했었는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으나 당시 인간이 이루어 낸 가장 기적적인 건축물 중 하나로 여겨진다. 공중정원은 자연에 대한 욕망의 산물이며 불가능에 가까운 세계를 짓고자 하는 예술의 오랜 열망이자 원동력과도 연관된다.
참여 작가 고휘, 김준, 양승원, 조이솝, 현남은 동시대 풍경과 세계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방법론을 담고 있는 독립적 생태계를 선보인다. 고휘는 자연 현상이나 반응 방식에서 영감을 받아 소리를 지닌 개별 데이터를 만들고 이들이 마치 하나의 생명체처럼 존재하는 가상의 생태계를 선보인다. 관람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사운드는 다양하게 조합되어 전시장에 울려 퍼진다. 김준은 한국, 호주, 뉴질랜드 지역의 생태 환경을 탐사하며 수집한 시청각적 자료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박제 및 복제하여 정교하게 배열하고 저장한다. 관객은 사운드가 흘러나오는 전시장의 구조물에 매달린 스피커를 흔들어 작품을 공감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양승원은 자연을 상징화한 디지털 가공물을 고산수 정원을 연상시키는 형태로 설치하여 그가 지속적으로 천착해온 실재와 가상의 경계에 대한 사유를 드러낸다. 3D 모델링 프로그램으로 구현된 가상의 형태에 사진 촬영한 이미지를 입혀 조작하는 조형의 방식은 우리 사회 속 허구적 현상들을 반영한다. 조이솝은 검은 꽃과 동물, 돌을 닮은 형상 등으로 구성된 조형 작업을 통해 퀴어라는 소수자 정체성을 지닌 작가의 심리적 풍경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조이솝의 조각은 상처와 아름다움, 무력감과 생명력을 동시에 내포하며 삶과 죽음, 미와 추의 경계와 의미를 오가는 복잡다단한 상징의 정원으로 구축된다. 현남은 자연 풍경을 축소하여 꾸미는 ‘축경’개념에 착안하여 이 시대의 풍경을 조각에 담아낸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제작된 말레비치의 건축적 조형물 ‘아키텍톤(Arkhitekton)’을 재해석한 <노케티크라(Notketihkra)> 시리즈를 중심으로 산업적 재료를 사용하여 동시대 풍경을 압축적으로 선보인다.
구 벨기에영사관에서 미술관으로 개방된 남서울미술관의 역사를 고려해 다양한 감각을 공유하고 함께 즐기는 공유지로서 <공중정원>은 일상을 새롭게 환기하며 보다 확장된 공공 정원으로 관람객에게 다가선다. 현대 사회에서 정원은 공공 정원 혹은 공원의 개념으로 확장되어 시민들이 함께 즐기는 퍼블릭 아레나로서 기능한다. 남서울미술관 건축은 1900년대 초 벨기에영사관으로 지어졌으나 2004년부터 미술관으로 사용되며 시민들에게 개방되어 작품을 감상하고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났다. 남서울미술관이 가진 공간의 역사를 포괄하며 <공중정원>은 관람객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작가들이 창조한 예술적 상상의 생태계를 경험하고 공유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자연 속을 소요하고 정원을 산책하듯,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의 풍경을 반영하는 <공중정원>을 거닐며 일상에서 쉽게 인지하지 못한 미세한 감각들을 새롭게 발견하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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