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A 앤솔러지: 열 개의 주문>은 삶을 재구성하는 미적 행위에서 상상의 쓸모를 찾고, 이야기를 통해 상상을 공유하는 인간의 특징으로부터 언어를 사용하는 공동체가 미래를 탐구하는 방식을 엿본다. <SeMA 앤솔러지: 열 개의 주문>은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적극적인 창조 행위로서 ‘상상’에 주목하고 열 명의 작가를 초대하여 과거와 미래를 넘나드는 새로운 풍경을 상상해본다.
<SeMA 앤솔러지: 열 개의 주문>은 지나온 시간을 토대로 다가오는 시간을 상상하는 여러 겹의 목소리를 모은 한 권의 작품집과 같다. 꽃다발이라는 뜻의 어원(Anthologia)을 지닌 전시 제목은 다양한 스펙트럼의 작품을 통해 이전에 없던 새로운 세계로의 상상을 선물한다는 전시의 의도를 담고 있다.
이 전시는 소통, 공유, 창조하는 인간 행위의 중심에서 상상의 메커니즘을 발견하고, 상상의 구조를 결정짓는 언어의 형식을 ‘상상의 문법’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SeMA 앤솔러지: 열 개의 주문>에 초대된 개별 작품들은 ‘조건의 재설정’, ‘기호로서의 질문’, ‘수사학적 전략’과 같은 언어적 구조들을 시각적으로 함축하는 가운데 과거-현재-미래를 오가는 독특한 시간적 감각을 구현한다.
아홉 명의 미술 작가와 한 명의 시인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에는 회화, 드로잉, 조각, 사진, 영상, 사운드, 텍스트, 설치 등 다양한 매체로 구성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특히 기슬기와 권혜원은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주제로 한 신작을 선보인다. 기슬기 작가의 <현재전시>는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이 개관한 뒤로 십 년간 개최된 전시의 포스터를 활용한 대규모 설치 작업이다. 포스터에 기입된 정보를 삭제한 뒤 이미지만 남기는 방식으로 재제작된 포스터들은 유효기간이 지정되지 않은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받는다. 권혜원 작가의 <초록색 자기로 된 건축물>은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여섯 명의 직원을 인터뷰하고, 전시장소가 아닌 북서울미술관의 숨겨진 공간들을 촬영한 SF 단편영화다. 작품의 내용은 ‘미래의 시공간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이라는 설정에 따라 미술관 곳곳을 누비는 인물의 시점을 통해 타자의 눈으로 바라본 미술관, 과거와 미래로 분열되는 아카이브로서의 미술관을 담았다.
이번 전시에는 참여 작가 대부분이 신작을 선보인다. 다만, 작고한 박이소 작가의 경우, 2002년작 <당신의 밝은 미래>를 만나볼 수 있다. <SeMA 앤솔러지: 열 개의 주문>은 박이소의 예술 정신으로부터 연원하는 이 작품을 ‘지금-여기’의 우리를 비추는 상징적 기호로 해석한다.
전시의 출품작을 구성하는 상상의 문법들은 기존의 개념과 맥락을 뛰어넘어, 현실을 가로지르는 새로운 풍경이 마법처럼 펼쳐지는 잠재적 창조의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그것은 아름답거나 경이로운 것일 수도 있고, 낯설고 불편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시는 이러한 독특한 미적 경험 속에서 ‘예술이 유한한 우리의 세계를 사유할 수 있는 통로가 된다’라는 믿음에 관하여 이야기한다.
전시 정보는 서울시립미술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서울시립미술관 전시 도슨팅 앱과 미술관 공식 SNS를 통해서도 보다 자세한 전시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김성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