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숙모 작가는 무려 40여 년을 문인화의 길 한길만 걷고 있다. 이는 국내 화단에서 보기 드문 경우로, 정숙모 작가는 그간 전통 재료나 기법의 과감한 변화를 통하여 문인화의 새로운 지평을 활짝 열어젖히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먹의 ‘현색(玄色)’에 감동하여 문인화를 시작한 그는 특히 ‘닮지 않은 닮음’을 뜻하는 ‘불사지사(不似之似)’를 예술적 지향점으로 하여 전통 문인화의 정신적 가치를 현대라는 그릇에 담아 새롭게 선보여 대중과 화단의 고른 지지를 얻고 있다. 이처럼 수많은 시행착오 속에 자신만의 개성 있는 작품 세계를 단단히 구축한 정숙모 작가는 성균관대학교에서 ‘반천수 예술사상의 회화미학적 연구’로 철학박사 학위(동양 미학 전공)를 취득하였으며, 현재까지 9회의 개인전과 약 500여 회를 상회하는 크고 작은 그룹전에 참가했다. 또한, 그는 한국서예 청년작가전 4회 당선, 제1회 행촌서예문화상, 제5회 매일서예대전 대상 등을 받았으며, 현대서예문인화협회 부이사장, 강서서예인협회 회장, 강서문화원 이사, 금화서화학회 3대 회장, 한서묵연회 초대회장 등을 역임했다. 아연문인화연구소를 운영 중인 정숙모 작가는 현재 (사)한국문인화협회 부이사장, 삼성그룹 성우회 문인화 강사, 삼성전자 e-club 문인화 강사, (사)한국서가협회 대외협력위원 등을 맡고 있으며, 동방문화대학원 대학교 초빙교수, 경기대학교 평생교육원 문인화 강사로 후학양성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청남대 특별초대전 <청송예찬> 개최
“저 홀로 창조적 사유로 외로이 찾아가는 화도의 길은 분명 멀고도 고단할지 모릅니다. 이러한 가운데 저는 만고풍상을 견딘 고송의 우람하고 풍성한 너그러운 품에서 인내의 지혜를 배우고, 늘 변함없이 창창한 짙푸른 청송의 우뚝함에서 청춘 같은 기운을 받으며 은밀한 지조와 기개를 닮아가려 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오늘도 파란 하늘에 초록의 솔잎을 수없이 그리고 또 그리는 행복한 붓질을 하려 합니다.”
최근 정숙모 작가의 창작에 있어서 자연 경물의 대상은 주로 청청한 기운을 담은 푸른 소나무다. 소나무의 미학적 가치는 일찍이 중국 회화사에서 이론과 실기에 큰 업적을 남긴 형호의 「필법기」에 잘 기술되어 있으며, 온갖 시련과 모진 풍상을 이겨내고 세한에 당당히 맞서는 불굴의 정신과 늘 변치 않는 푸름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서울 인사동에서 열린 개인전 <청송예찬>에 이어 지난 10월 21일부터 12월 3일까지 청남대 대통령기념관 별관 기획전시실에서 성황리에 개최된 특별초대 개인전 <청송예찬>은 그야말로 소나무의 대향연이었다. 정숙모 작가가 평소 즐겨 그리는 소나무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 가득했던 이번 전시는 대작 <청송도>를 포함한 50여 점의 작품을 선보였으며, 고송의 우직함, 푸른 소나무의 청청한 기운이 관람객에게 전해지며 그 자체로 힐링과 위로의 장이었다는 평이다. 앞으로도 정숙모 작가는 잠재적 무의식 속에서 자신이 만들어 놓은 두터운 고정 관념의 벽을 하나씩 허물어가면서 ‘창조적 상상의 날개’를 달고 불사지사의 화경을 추구하겠다고 강조했으며, 소나무의 기운 생동함을 담기 위하여 끝없이 창작 열정에 불을 지피겠다고 부연했다.
시대 정신과 미감을 담아낼 것
“좋은 전통은 잘 계승하여 창작의 밑거름으로 삼아야 하고 더 나아가 창조적 사유를 통해 여러 가지 변화를 모색함으로써 문인화의 새로운 형상성을 통해 현대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동시대인들의 미의식과 동떨어진 예술은 아무리 그 가치가 크다고 할지라도 쉬이 공감하지 못하고 감상자들로부터 외면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변화가 반드시 좋은 결과로만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할지라도 예술가는 자신만의 개성 있는 작품 즉, 자신의 색깔을 찾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해야 합니다.”
정숙모 작가는 40여 년의 시간을 오롯이 필묵과 함께했다. 맑은 먹색을 찾으려 많이 노력했고 생명력 있는 선을 찾고자 기나긴 시간을 쏟아부었다. 내면에서 솟아오르는 뜨거운 예술창작의 열정과 학문에 관한 갈급함을 모아 붓끝으로 표현하고 또 표현하며 하얀 여백에 무한한 꿈을 그려왔다. 이를 통해 정숙모 작가는 문인화의 정체성 그리고 현대적 해석, 시대 소통, 확장과 융합 등 풀기 어려운 숙제를 하나씩 풀어내며 오늘날에 이르렀다. 차기 전시로 소재를 더욱 확장한 ‘세한삼우(歲寒三友)’를 구상 중인 정숙모 작가가 전통을 더 깊숙이 들여다봄으로써 창신(創新)에 다다르기를 기대해본다. <출처: 퍼블릭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