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디 윈징게르 지음 / 김미정 번역 / 민음사 / 18,000원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클로디 윈징게르, 이 진실한 80대 여성 작가가 우리를 ‘부아바니(추방당한 숲)’로 초대한다. 노부부 소피와 그리그가 3년째 살고 있는 그곳은 배제의 고통으로부터, 쇠락의 외로움과 소멸의 공포로부터 자유롭기 위한 도피처이자 실패하는 사원이며 시끄러운 정원이자 고립된 꿈의 장소다. 어느 날 학대받고 도망친 개 “예스”가 등장하면서 타자들 사이의 용인과 환대가 그들만의 생태계 밖으로 확장된다. 무수히 다른 존재들의 경계 넘기는 자주 뭉클하고 더없이 시적이다. 엘렌 식수가 말한 “성(性)이나 종(種)의 경계를 정의해야 하는 곤경” 너머, 클로디 원징게르는 빙퇴석의 속도로 우리를 책임감의 의미에서 “더 큰 존재”이므로 더 크게 사랑해야 할 자리로 옮겨 놓는다. 그러므로 그 자리의 비문(碑文)이자 마지막 문장, “눈가에 눈물이 맺힌 채로도 나는 끄떡없이 글을 쓴다”는 이 파괴적인 세계를 향한 최선의 다짐이자 사랑일 것이다. 텅 빈 기원과 창조된 타자에서 시작하는 모든 쓰기가 그렇듯이.
은지와 소연
김은지, 이소연 지음 / 디자인이음 / 11,000원
김은지 시인과 이소연 시인의 우정 시집 〈은지와 소연>. 이 책에서 두 시인은 서로를 거울처럼 비춘다. 시를 계기로 서로를 알게 되고, 함께 보고 느낀 시간이 내밀하게 전달된다. 작은 방에서 시를 쓰고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같이 걷는다. 그들의 섬세한 이야기가 곡진한 기록이 되어 하나의 책에 담긴다. ‘한 시인의 고백이 다른 시인의 내면을 보여주는 것만 같고, 때로는 두 시인의 목소리가 하나인 것처럼 느껴진다. (황인찬 시인 추천의 글 중)’ 두 시인의 소중하고 친밀한 문장들이 이 겨울밤을 꽉 채워준다. 우리는 이미 은지와 소연의 친구가 되어 있으므로.
교회 여자들의 은밀한 삶
디샤 필리야 지음 / 정영목 번역 / 문학동네 / 15,000원
안정적인 문장과 개성 있는 인물, 탄탄하면서도 재치 넘치는 구성이 돋보이는 디샤 필리야의 첫 소설집 『교회 여자들의 은밀한 삶』은 우리로 하여금 이 놀라운 현상을 완전히 납득하게 만든다. 느슨하게 연결되어 기시감을 주며 이어지면서 9편의 단편소설은 길지 않은 분량 안에 여성의 섹슈얼리티와 기독교 신앙의 교차성 문제를 밀도 있게 담아낸다. 필리야는 세대를 넘나드는 다양한 흑인 여성들의 삶을 통해 그들이 겪는 여러 층위의 억압과 폭력 그리고 한계를 넘어서는 그들의 진짜 욕망과 자유로운 도약을 생생하게 그린다. 오직 작품의 힘만으로, 우리에게 매섭도록 매혹적인 충격을 선사하는 이 책은 분명 미국 문학의 새로운 시대를 힘차게 알리고 있다.
이탈리안 홀리데이
메이브 하란 지음 / 송섬별 번역 / 한길사 / 19,000원
『이탈리안 홀리데이』는 네 명의 장년기 여성이 남이탈리아에 위치한 별장으로 휴가를 오면서 벌어지는 봄철의 환상적인 휴가 이야기다. 작가 메이브 하란은 『이탈리안 홀리데이』에서 작은 오해로 쉽게 엉켜버리곤 하는 ‘사랑’이라는 관계, 그리고 그 관계를 술술 풀려나가게 하는 ‘우정’이라는 마법을 다룬다. 이야기 속 네 인물은 위기를 앞두고 눈물 흘리고, 좌절하고, 두려워하지만, 이들이 마주한 위기는 특별하다기보다는 너무나도 현실적이다. 사랑의 위기, 커리어의 위기, 쳇바퀴 같은 삶에 대한 권태, 경제적 어려움. 어디에나 있는 골치 아픈 문제들이다. 우정으로 손을 맞잡고 위기를 기회로 뒤집어나가는 네 여성과 이탈리아 여행길을 함께 걷다 보면, 우리도 골치 아픈 문제들을 가볍게 뛰어넘고 사랑과 우정에 대한 열정으로 마음을 가득 채우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