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은 2023년의 마지막 특별전으로 <스투파의 숲, 신비로운 인도이야기>를 12월 22일부터 개최한다. 올 한해 국립중앙박물관은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의 예술품, 영국 내셔널갤러리 소장품 등 르네상스 이후 유럽 예술을 집중적으로 소개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번에는 시선을 조금 동쪽으로 옮겨, 그리고 천년의 시간을 다시 거슬러 올라가 2천 년 전 남인도의 미술을 소개한다.
이번 특별전은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이 지난 7월 17일부터 11월 13일까지 개최한 <Tree & Serpent: Early Buddhist Art in India>의 한국 전시이다. 인도 데칸고원 동남부 지역에 해당하는 남인도 미술은 미국 전시에 이어 국내에 최초로 소개되는데, 뉴델리국립박물관 등 인도 12개 기관, 영국, 독일, 미국 등 4개국 18개 기관의 소장품이 출품된다. 이중에는 발굴된 후 한 번도 인도 밖으로 나간 적 없던 유물이 대거 포함되어 있다.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의 전시가 그동안 북인도에 편중되어 있던 인도 불교미술사 연구의 시점을 남쪽으로 돌리고자 노력한 학술적 전시였다면, 한국 전시는 우리 관람객들이 생명력 가득한 남인도 미술 세계에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는 전시가 될 수 있도록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했다. 이는 그동안 국립중앙박물관이 국민에게 새로운 문화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세계 문명전을 개최해 온 노력의 일환이기도 하다.
‘스투파의 숲’은 끓어오르듯 뜨겁고 활기찬 나라, 남인도에서 온 생명력 넘치는 신들과 석가모니의 이야기이다. 남인도에 불교가 전해진 것은 기원전 3세기 중엽, 마우리아 왕조의 아소카왕이 인도 전역에 석가모니의 사리를 보내 스투파를 세우고 안치하게 했을 때였다. ‘스투파’는 불교에서 부처나 훌륭한 스님의 사리를 안치하는 ‘탑’을 뜻하는 인도의 옛말로,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품의 절반 이상이 기원전 2세기부터 기원후 4세기 무렵 남인도에 세워진 스투파를 장식하던 조각이다. 전시실에는 이러한 스투파 조각들이 숲을 이루듯 서 있다. 관람객들은 마치 2천 년 전 스투파의 숲을 여행하듯 전시실 안을 거닐며 남인도 미술의 세계로 빠져들 수 있다.
이번 특별전은 두 가지 숲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째는 ‘신비의 숲’이다. 풍요로운 자연환경 속에 뿌리내린 남인도 고유의 문화에 불교가 스며들면서 이색적인 숲이 탄생한다. 인도인들은 숲속의 정령이 풍요를 가져와 준다고 믿었는데, 그중에서도 나무와 대지에 깃든 신을 남성형은 약샤, 여성형은 약시라 불렀다. 자연의 정령이던 이들은 불교가 전해지면서 스투파 장식의 조각으로 등장한다. 자연의 정령과 불교의 신들이 어울려 살아가던 생명의 숲을 표현하기 위해 첫 번째 전시실에서는 스투파의 봉분을 형상화한 둥근 원들로 순환의 질서를 형상화한 공간을 연출했다.
두 번째는 ‘이야기의 숲’이다. 북인도에서 시작된 불교의 석가모니 이야기는 남인도 특유의 생명력 넘치는 문화와 만나 북쪽과 달리 활기찬 분위기로 바뀐다. 먼저 석가모니의 이야기가 그려진 남인도 스투파의 규모에서 뿜어져 나오는 웅장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날 수 있도록 기획했다. 다양한 상징과 서사로 이루어진 그의 인생 드라마가 돌 표면에 조각되어 드라마틱한 인도 미술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스투파의 숲, 신비로운 인도이야기>는 오는 4월 14일까지 계속된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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