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청·단단 김홍자 작가는 서울교대를 졸업한 재원으로 약 33년간 교편을 잡았다. 하지만 그는 교사 생활하는 내내 붓을 놓지 않고 교직과 작업을 병행했다. 어렸을 때부터 미술에 남다른 재능이 있던 그는 대학 입학 후 서예반 동아리에 가입했는데, 그때 문인화의 매력에 흠뻑 젖어 들어 고 동강 조수호 선생으로부터 서예를 사사하였고, 이후 창현 박종회 선생에게 문인화를 사사한 후 본격적으로 자신의 작품 세계를 펼쳐나갔다. 그 사이 한성대학교 생활미술학과 및 성신여자대학교 미술대학원 동양화과를 졸업하며 더욱 심도 있는 공부까지 마친 그는 1993년 동아미술제에 문인화 작품을 출품하여 동아미술상을 거머쥐며 자신의 이름 석 자를 국내 화단에 알리기 시작했다. 김홍자 작가는 당시로는 드물었던 한글 서예로 화제를 써서 주목받는 등 더 좋은 작품을 탄생시키기 위한 실험정신도 겸비하였으며, 갑골문자를 재해석하여 탁본처럼 입체적으로 표현한 작품은 해외 전시회에서 극찬받기도 했다. 김홍자 작가는 지금까지 총 16회 개인전 및 약 300여 회 국내외 초대전 및 그룹전에 참가했으며, 33년의 교사 생활 외에도 서울교육대학교, 한국교원대학교 등에서 강의도 하며 후학 양성에도 일조했다.
전통적 소재는 물론 자연 속에서 소재 따와
“저는 전통적 소재(사군자, 십군자)뿐만 아니라 자연 속에서 소재를 따오기도 합니다. 또한, 일상생활 속에서 느껴지는 일들이나 때로는 시를 읽다가 떠오르는 장면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즉, 무엇이든 다 그림 소재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사의(寫意)적 표현도 중요하지만, 형사(形寫)에 바탕을 두어야 하므로 데생(소묘)도 게을리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홍자 작가는 동양화의 고유 필법으로 공간분할 및 배경에 세심한 작업을 기울이고 화려한 색채까지 가미하여 강렬한 생명력을 주는 창조적 기법으로 수묵의 새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이다. 그는 수묵화에 채색을 입히는 작품 세계를 통해 전통 회화의 현대화 및 대중화를 선도하고 있으며, 한국화 특유의 자연미를 살려 작품 완성도를 극대화하고 있다. 특히 여백의 대비를 통하여 화면을 구축하는 김홍자 작가의 작업 방식은 정적인 함축미 및 절제미가 돋보이며, 유려한 필선과 깊이 있는 묵운은 그의 차별화되면서도 주관화된 내면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저는 무엇보다도 기운 생동하는 선을 중요시합니다. 즉, 저는 어떤 그림을 그리든 기운 생동하는 선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며, 그림을 그리기 전에 이미 마음속에서 다 그려져 있어야 합니다. 붓을 대는 순간 단숨에 그리고자 하는 바를 표현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정말 오랫동안 수련을 이어가야 합니다. 이에 ‘소년 문장은 있어도 소년 명필은 없다’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저 역시 지금도 하나의 수양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그리고 버리는 행위를 반복하며 작품을 완성합니다.” 더 좋은 작품을 위한 열망은 그로 하여금 문인화, 서예를 비롯한 다양한 미술 장르를 섭렵하게 했으며, 그러한 까닭에 재료, 표현법, 구도 등 전반적인 김홍자 작가의 작품 세계는 한층 더 풍부해졌다. 이를 통해 김홍자 작가는 서예와 회화, 먹과 색채, 구상과 추상, 동양과 서양 등을 아우르는 종합적 작품을 지향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 시대와 호흡할 수 있는 현대적 문인화를 선보이겠다고 다부진 포부를 밝혔다.
붓을 못 잡을 때까지 그림 그릴 것
오랜 기간 교사 생활하면서 작품 활동을 병행한 김홍자 작가는 명퇴 후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는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작업을 향한 가슴 속 갈증이 이제야 비로소 채워지는 한편 힘이 없어서 붓을 도저히 못 잡을 때까지 좋은 작품을 그리고 싶다고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작가라면 누구든지 작품 활동에 매진하고 최선을 다하려고 할 것입니다. 저 역시 주경야독하며 공부했던 그동안의 세월을 견뎌낸 게 스스로 자랑스럽습니다. 저는 다시 태어나도 그림을 그리고 싶습니다. 물론 그때는 다른 직업 없이 어릴 때부터 오롯이 그림에만 전념하고 싶습니다. 또한, 여생은 온전히 그림에만 제 열정을 다하여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적으로 제 작품이 널리 인정받고 사랑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일청·단단 김홍자 작가는 교사 생활을 마무리한 지금 어쩌면 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신이 그토록 염원하던 그림을 자유로이 마음껏 그리며 평화롭고도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세계 화단에 한 획을 긋는 명작을 남기고자 자신의 예술혼을 모두 쏟을 것이라고 말하는 김홍자 작가. 마지막으로 예술의 숨겨진 가치를 아이들이 배울 기회가 많아지기를 염원한 그가 앞으로도 꺾이지 않는 도전정신으로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펼쳐나가기를 기대해본다. <출처: 퍼블릭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