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정하고 웃다 보면 극장을 나설 때쯤 마음속 깊이 단단히 똬리를 트는 연극, “도대체 군함에 왜 탔어!”, “연결해~” 등 관람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두고두고 웃을 수 있는 유행어를 가진 연극, 국립극단의 대표 레퍼토리 <스카팽>이 귀환한다. 국립극단은 오는 4월 12일부터 5월 6일까지 몰리에르 원작, 임도완 연출의 <스카팽>을 명동예술극장에서 선보인다.
<스카팽>은 프랑스가 낳은 세기의 천재 극작가 몰리에르가 쓴 <스카팽의 간계>를 원작으로 2019년 국립극단에서 제작 초연했다. 당시 관객의 압도적인 찬사와 더불어 월간 한국연극 선정 2019 올해의 공연 베스트 7, 제56회 동아연극상 무대예술상 등을 수상하며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이후 관객들의 상연에 대한 지속적인 요청 쇄도로 2020년, 2022년 재연을 거쳐 올해 관객과의 네 번째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이번 시즌은 릴랙스드 퍼포먼스(Relaxed Performance)를 지향하는 ’열린 객석’으로 <스카팽> 공연 전 회차를 진행한다. 릴랙스드 퍼포먼스는 자폐나 발달 장애인, 노약자나 어린이 등 감각 자극에 민감하거나 경직된 여건에서 공연 관람이 어려운 모든 사람을 위해 극장의 환경을 조절한 공연을 뜻한다. 조명의 빛이나 음향의 소리 등 감각 자극을 완화하고 공연 관람 중 자극에 반응하여 발생하는 소리 또는 움직임이 공연을 즐기는데 장벽이 되지 않도록 공연장을 관리하고 운영한다.
열린 객석 <스카팽>은 일반적인 공연과 달리 공연 중간에도 자유로운 입퇴장이 가능하고 관객이 소리를 내거나 좌석 내에서 몸을 뒤척여 움직일 경우에도 제지를 최소화한다. 극장 환경에 관객이 편안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객석 입장 시간을 앞당기고 공연 중에도 객석 조명을 어둡지 않게 유지한다. 관객의 심리적 안정감을 위해 애착 인형 등도 소지 가능하다.
극장 로비도 관객에게 더욱 친근하게 손 내민다. 명동예술극장 4층 로비에 마련된 관객 휴식 공간은 공연 전후뿐만이 아니라 공연 중에도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다. 극의 내용이나 대사의 즉각적인 인지와 소화가 어려운 관객은 1층 로비에서 먼저 대본을 열람할 수도 있으며, 텍스트 기반이 아닌 아이콘 등으로 시각화된 이미지의 공연 자료를 사전 제공한다. 1층 로비에 무대 모형을 설치해 터치투어를 진행하며 함께 설치된 QR코드로 공연에 대한 음성 가이드도 청취할 수 있다. 시각장애인 관객 등을 위해 공연 소개 전단에도 점자를 입혔다.
김수현 국립극단 하우스 매니저는 열린 객석 운영에 대해 “남녀노소가 사랑하는 <스카팽>인 만큼 공연을 즐기는 데 신체적, 정신적 어려움으로 배제되는 사람이 없도록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국립극단의 또 다른 새로운 시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출연 배우들도 초연 이래 최초 시도인 열린 객석에 응원을 표하며 관객 반응을 기대하고 있다. 2019년 초연부터 ‘스카팽’ 역을 맡아 온 이중현 배우는 “공연 중에도 객석 조명등이 켜져 있다고 해서 긴장이 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관객과의 함께 하는 호흡과 소통을 기대하고 있다”라며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녹아든 관객들의 표정과 몸짓이 보이면 배우들도 극 속에서 더욱 자유롭고 유연하게 연기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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