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출간된 구병모 장편 소설 『파과』는 60대 여성 킬러라는 독특한 설정의 캐릭터 '조각'을 바탕으로 새로운 여성 서사를 탄생시켰다. 노화로 표상되는 '빛나다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찰나의 시선을 담은 소설은 세월의 흐름 속에서 자신의 변화를 마주하게 된 조각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를 쫓는다. 여기에 조각의 변화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투우, 변화의 발단이 되는 강박사 등과의 관계를 통해 전개에 긴장감을 더한다.
출간 이후 11개국에 판권이 판매되며 작품의 명성을 이어온 소설 『파과』는 2024년 현재에도 여전한 스테디셀러로 자리하고 있다.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주목할 만한 책 100선'에 선정, "나이 듦이라는 인생의 도전에 어떻게 맞서야 하는지를 탐구하는 소설 -워싱턴 포스트", "한국의 북적거리는 도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국경을 넘어 공감을 끌어내는 책 -파이낸셜 타임스"와 같이 누구나 나이 들어감에 따라 느낄 수 있는 공허한 감정을 60대 여성의 킬러 이야기를 통해 공감의 언어로 묘사했다는 평을 받았다.
'파과'의 사전적 의미는 두 가지다. 부서진 과일, 흠집 난 과실이 그 첫 번째 의미이고 다른 하나는 여자 나이 16세 이팔청춘, 즉 가장 빛나는 시절을 뜻한다. 우리 모두 깨지고 상하고 부서져 사라지는 '파과(破果)'임을 받아들이며 주어진 모든 상실도 기꺼이 살아내겠다고 결심할 때 비로소 '파과(破瓜)'의 순간이 찾아온다. 단 두 글자의 제목이 주는 의미는 살아가며 분명히 한번은 은유해보아야 할 삶의 한 조각이다.
이처럼 『파과』는 국경을 넘어서라도 공감을 통해 위로 받을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 한국 소설 역사상 가장 강렬하게 새겨질 이름 '조각'은 이제 뮤지컬 <파과>를 통해 한층 더 생동감 있게 살아나 작품의 이야기를 우리 삶 속으로 흡수시킨다. 특히 최근 국내 창작 뮤지컬 중에서 한국적인 소재로 만들어진 작품이 드물다는 점도 뮤지컬 <파과>를 향한 기대가 모이는 지점이다.
또한, 공연은 공연이 진행되는 그 시간에만 존재하고 온전한 끝맺음으로 소멸하는 찰나의 예술이라는 점에서 원작 소설에 담긴 빛나다 사라질 살아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찬사를 그리기 가장 적합한 장르로 보인다. 활자로 존재하던 캐릭터들은 이제 현실의 무대를 만나 새로운 차원의 감동과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뮤지컬로 재탄생한다. 창작 뮤지컬 <파과>는 공연 각 분야의 상징적인 창작진들의 손을 통해 사건의 전개를 이미지와 음악을 중심으로 속도감 있게 풀어내며 관객에게 '찰나'와 같은 140분을 선사한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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