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헝가리 수교 35주년을 기념해 지난 12월 21일부터 2024년 4월 21일까지 <빅토르 바자렐리: 반응하는 눈> 전시가 개최된다. 20세기 추상미술의 한 장르인 옵아트를 대표하는 화가로 손꼽히는 헝가리 태생의 프랑스 아티스트 빅토르 바자렐리 전시는 1990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최된 이래 34년 만에 다시 열리는 전시다.
2019년 프랑스 퐁피두 미술관에서 약 45만 명에 달하는 관람객을 모은 바자렐리 전시 이후 아시아에서 최초로 열리는 이번 회고전에는 헝가리 국립 부다페스트 뮤지엄과 바자렐리 뮤지엄이 소장한 200여 점에 달하는 걸작이 선보인다. 바자렐리가 의학도에서 그래픽 광고 디자이너를 거쳐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발견하고 옵아트의 선구자가 되기까지 전생에 걸친 그의 작품 세계와 인생을 총체적으로 조망해 볼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빅토르 바자렐리가 남긴 방대한 작품들은 이번 전시회에서 13개에 달하는 섹션을 통해서 각 시대별로 작가가 몰두한 작품의 경향과 스타일을 모두 보여준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널리 알려진 바자렐리의 옵아트 작품뿐만 아니라 그래픽 아트, 추상 미술, 키네틱 아트를 걸쳐 그가 자신만의 조형 언어인 ‘플라스틱 유닛’를 창안하고 이를 조각과 다양한 장르에 걸친 작품으로 변형하기까지 전 과정을 보여준다.
1965년 뉴욕 현대미술관(MoMA)은 흥분과 경탄에 휩싸인다. 윌리엄 세이츠가 기획한 전시 <응답하는 눈(Responsive Eyes)> 때문이었다. 이 전시를 계기로 『타임』지 기자가 이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의 작품을 옵티컬아트(Optical Art)의 줄임말인 ‘옵아트’로 명명하며 기하학적 추상의 일종인 옵아트의 역사가 시작되고 빅토르 바자렐리는 세계적 거장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옵티컬아트 창시자로 불리는 빅토르 바자렐리는 헝가리 태생의 프랑스 화가이다. 원래 그의 전공은 의학이었으나 데생과 드로잉을 배우고 헝가리의 바우하우스로 불리는 ‘뮤힐리 아카데미’에 입학하면서 아티스트의 길을 걷게 된다. 이곳에서 그는 말레비치, 몬드리안, 칸딘스키, 그로피우스 등 당대 가장 신선하고 파격적인 추상 예술가의 작품을 접한다.
1930년 파리로 이주한 그는 그래픽 디자이너와 상업 광고 디자이너로 성공한다. 그러나 화가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기성 미술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다양한 시도에 나선다. 추상미술의 시대를 거쳐 마침내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발견하는 데 성공한다. 옵아트의 대표적 작가로 명성을 얻게 된 작가는 엄격한 구성에 의한 기하학적인 추상을 추구해 간다. 그의 작품은 단조로운 도형의 나열에 그치지 않고, 부분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변화와 착란을 통해 화면에 생생한 움직임을 주어, 보는 이로 하여금 시각적 모호성과 분산을 느끼도록 만든다.
공공 건축과 도시 개발 등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자기 작품의 무한한 복제와 적용을 시도한 그는 1959년 프랑스로 귀화했다. 그는 1970년 바자렐리 재단을 설립한 후, 1982년 자신의 조국인 헝가리에 작품을 기증한다. 4년 뒤인 1986년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바자렐리 공공 콜렉션을 소장한 ‘바자렐리 뮤지엄’이 부다페스트에 문을 연다.
이번 전시는 이처럼 그래픽 아티스트로 출발해 광고 디자이너와 추상미술 작가, 공공미술 프로젝트 개발자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한 빅토르 바자렐리의 총체적 면모를 보여주는 전시로 기획되었다. 이를 통해 아직은 잘 알려지지 않은 옵아트에 대한 이해와 추상미술의 전개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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