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은 근현대극 <활화산>을 5월 24일부터 6월 17일까지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선보인다. <활화산>은 한국 연극계의 거인 고(故) 차범석 작가가 집필한 뒤 1년 후인 1974년, 국립극단 제67회 정기 공연으로 초연됐다. 50년 만에 다시 만나는 <활화산>은 출연 배우만 18명에 달하는 국립극단 2024년 시즌 최대 규모작이 될 예정이다.
2006년 타계까지 64편의 희곡을 발표한 차범석은 한국 연극 대중화에 앞선 최고의 사실주의 희곡작가다. 195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밀주>로 입선하여 이듬해 <귀향>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극작과 연출 활동을 시작한 작가는 시대변화와 전쟁으로 인한 가정의 해체, 신구세대의 갈등을 세밀한 극작술로 그려냄으로써 한국의 근현대 연극사를 찬란하게 피워냈다. 치열한 관찰에 바탕을 둔 로컬리즘, 현대적 서민 심리를 명민하게 그려내는 작가의 작품은 오늘날에도 꾸준히 회자되어 여전히 무대에서 살아 숨 쉬는 중이다.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작가가 오십에 들어 극작한 <활화산>은 급격한 경제 개발 계획이 추진되던 격변기의 한 농촌 마을의 풍경을 담아내면서 시대 이데올로기의 선전 도구로써 창작된 예술의 전형을 보여준다. 작품은 1960년대 말 경상북도 벽촌의 한 마을, 13대째 이어 내려온 이씨 문중의 종가지만 관혼상제의 허례허식과 아들의 잦은 선거 출마와 당선 실패로 인해 쇠잔해 가는 가문을 배경으로 당시의 격변하는 농촌의 삶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기울어진 가세를 다시 일으키는데 며느리 ‘정숙’을 전면에 내세워 시대착오적인 가부장제와 구습에 맞서는 주체적이고 노동적인 여성상을 서술한다. 양반 가문이라는 빛 좋은 허울에 집안의 부채는 쌓여만 가고 가문은 쇠락해 가는데 며느리 ‘정숙’은 팔을 걷어붙인다. 허름한 작업복을 입고 직접 돼지를 키우며 다시 집안을 일으키는 ‘정숙’은 조용했던 벽촌 마을에 새로운 바람을 불고 온다.
초연 당시 이해랑 연출, 백성희, 장민호, 손숙, 신구 출연 등 막강한 라인업으로 16개 도시를 지역 순회했던 공연은 50년 만에 다시 국립극단 무대에 오르면서 변화한 시대상에서 만나는 관객에게 새로운 담론과 메시지로 다가설 예정이다. <활화산>을 각색과 윤색 없이 연출하는 윤한솔은 “시대착오적인 감각들이 객석에서 발동되기를 바란다”라며 “보고 나면 계속 곱씹어 볼 수 있는 의문을 남기고 싶은 작품이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연출 소감을 밝혔다.
<활화산>은 창작 신작과 고전 명작이 다수를 이루는 공연계에서 드물게 무대에 오르는 근현대 희곡이라는 점에서도 연극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작품이다. 전통에 대한 집념과 신세계에 대한 열망이 함께 존재하고, 사상과 관습의 격렬한 변화와 갈등을 담은 시대의 강렬한 전경이 펼쳐지는 <활화산>은 오는 26일부터 국립극단과 인터파크 홈페이지에서 예매할 수 있다. 국립극단 유료 회원이라면 국립극단 홈페이지에서 24일부터 앞선 예매가 가능하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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