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한 공주의 재림, 증오에 찬 문제작, 국립극단 <햄릿>이 마침내 무대로 돌아온다. 국립극단은 7월 5일부터 29일까지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의 <햄릿>을 명동예술극장에서 선보인다. 2019년 ‘국립극단에서 가장 보고 싶은 연극’ 설문에서 관객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이듬해 2020년 국립극단 70주년 기념 라인업으로 전격 편성돼 제작까지 마쳤으나 코로나19 확산세로 끝내 관객을 만나지 못했던 작품이다.
국립극단 온라인 극장에서 공개됐던 <햄릿>은 단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극의 전개와 압도적인 미장센, 광기로 치부할 만큼 파격적인 연기로 평단의 호평에 승선하며 끊임없이 관객의 재공연 요청을 받아왔다. 화면을 넘어 드디어 관객 앞에 서는 <햄릿>은 17세기 원작이 쓰인 당시 사회 관습과 통념을 완전히 벗어내고 현대적인 얼굴로 분했다.
연출가 부새롬과 각색가 정진새는 원작이 가진 위상과 가치에 도발적인 문제 제기를 발단으로 새로운 시대를 반영한 <햄릿>을 탄생시켰다. 420여 년 전의 이야기는 정교한 심리묘사와 과감한 시대성의 반영, 창의적인 극작과 연출로 현 한국 연극계를 견인하는 두 예술가의 손과 머릿속에서 집요하게 해체되어 오늘날의 정당성을 부여받았다. 정진새 각색가는 “단지 원작이 대단하다는 이유로 이해가 되지 않는 연극을 수용해야 한다면 그것은 연극 본연의 매력을 외면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라며 “동시대의 관객들이 납득할 수 있는 여부를 기준으로 원작 숭배자와 타협 없이 마음껏 각색을 진행했다”라고 밝혔다.
부새롬 연출은 “인간이 살면서 완벽하게 옳을 수만은 없고 서로 간의 명분과 옳음이 달라서 부딪히게 되는 것”이라며 “그 누구도 완벽하게 악인일 수 없고 선인일 수 없다는 지점이 작품을 더욱 암투적이고 재밌게 만드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한 “햄릿을 해석하고 연출하는 데는 모두 다른 생각이 있겠지만, 왕이 되려고 고군분투하는 소위 ‘계승자 햄릿’을 나는 보고 싶었다”라며 특정 국민이나 민족, 계층을 대표하기보다 그저 왕좌의 게임에 임하는 진지한 플레이어로서의 햄릿을 그렸다.
여성 햄릿을 내세운 데 대해 부 연출은 “햄릿이 여성이어도 남성과 다를 바 없이 왕권을 갖고 싶고, 복수하고 싶고, 남성과 같은 이유들로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성별을 넘어 단지 한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모습에 집중하는 것이 작품의 본질을 보여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다”라며 “나중에 이 각색본으로 누군가 다시 공연한다고 했을 때, 햄릿을 남자가 하든 여자가 하든 관계없다. 그것이 나와 각색가가 의도한 것이다”라고 전했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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