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워지고 싶은 것은 누구나 갖는 인간의 욕망이다. 김규리 작가는 이러한 본능적 욕구를 바탕으로 자신을 가꾸기 위해 사용하는 액세서리와 화장품, 스카프 등을 소재로 미적 욕망을 시각화했다. 김규리 작가는 구체적인 피사체를 다양한 조형적 언어로 표현하며 작업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함으로써 주목받고 있다. 자신의 작업을 새로운 판화 방식으로 차용해서 ‘멀티 에디션 페인팅’으로 명명했다. 작가의 깊은 생각이 담겨 에디션이 가능한 독창적 표현의 세계를 확장 중인 김규리 작가를 인터뷰했다.
판화 작가로 주목을 받는 김규리 작가는 일반회화인 구상 작업을 하던 중 디지털 카메라가 보급되던 시절 다양한 시점 변화를 통한 사진 드로잉을 시도했고 작업 과정에 재료의 한계를 느끼던 중 그는 2008년 입학한 경기대학교 미술 디자인 대학원에서 홍재현 교수의 권유로 판화를 전공하게 됐는데, 이는 김규리 작가의 미술 인생에 있어서 터닝포인트가 됐다. 그가 미적 욕망의 소재로 자신이 사용하던 화장품, 거울, 액세서리, 스카프라는 조형적 소재와 욕망의 메시지는 판화라는 형식과 만나면서 비로소 하나의 작품으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이후 ‘향수(香水)병’이라는 욕망 시리즈에 천착 중인 김규리 작가는 제40회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 제41회 대한민국미술대전 운영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김규리아트센터를 운영하며 한국미술협회 판화분과 운영 이사, 한국현대판화가협회 회원, 경기판화회원,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강사 등을 맡으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내 그림은 위로를 받는 소통의 도구
“저는 고독, 쓸쓸함, 외로움, 두려움, 용기 나아가 감성 등 단어의 의미를 알기 전 이미 유년기의 자연에서 놀이로 이를 다 마주했던 것 같습니다. 이는 제가 힘든 일이 생길 때 살아가는 삶에 힘이 되었고, 회화의 기본인 조형 요소 또한 이론보다 앞서 몸으로 체득된 감각으로 그림을 그리며 작품도 만들어 나갔습니다. 이러한 것들이 훗날 대학원 등 교육을 통해 다듬어지고 정립되면서 저만의 작업 미학을 찾아간 것 같습니다.”
김규리 작가는 디지털 프린트를 작업의 일환에서 선택하여 판화의 원리를 부여함으로써 기존 정통 판화의 제약적 불편의 고민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또한, 판화는 이미지의 크기 변화를 자유롭게 선택 부여할 수 있고 언제 어디서든지 작업이 가능한 PC로 인해 스케치, 드로잉, 포토샵 등으로 이미지를 만들고 재탄생시킬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김규리 작가는 자연 치유적 순수 소재인 향기가 있는 꽃을 극히 현대적인 방식으로 표현하면서 향수병의 스포이드가 인간의 내면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스포이드로 제각기 다른 사연을 욕망의 분출구로 향기를 뿜어내어 스트레스 해소와 위로를 받는 소통의 출구가 되게 했다. 이 같은 의미는 그의 작품 <욕망-향기와 위로 1>, <욕망-향기와 위로 2>, <욕망-내면의 향기 3-1>, <욕망-내면의 향기 3-2> 등에서 만나볼 수 있으며, 앞으로도 향수병은 김규리 작가의 주된 작품 소재로 활용돼 관람객들과 인간 욕망에 관한 다양한 소통을 펼쳐나갈 예정이다.
내 삶 속에 ‘사회적 공헌’ 실천할 것
“저는 앞으로 누군가에게 도움 되는 사람, 함께 나누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동안 제가 살기 위해 그림을 그렸다면 이제는 다른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제 삶 속에서 사회적 공헌을 생각하고 실천하여 제 인생 2막을 의미 있게 쓰겠습니다.”
‘나다운 감성’을 진정성 있게 보여주는 작가로 거듭나 그림으로 행복을 찾고자 하는 모든 이와 시간을 나누고 싶다는 김규리 작가. 여기서 더 나아가 그가 행복해지고자 하는 힘을 미술 문화로 시작해서 더 넓은 곳으로 차츰 넓혀 나가고 싶다는 그의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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