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소나(persona)란 고대 그리스 가면극에서 배우들이 썼다가 벗었다가 하는 가면을 뜻한다. 이후 이 말은 통상적으로 ‘이미지 관리를 위해 쓰는 가면’을 의미하며, 분석심리학자 칼 융은 페르소나를 개념화하며 이론으로 발전시킨 바 있다. 유경희 작가 역시 작품 속 ‘여인’을 통해 인간의 이중성을 담아내며 주목받고 있다. 본지에서는 색감과 표정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 기쁨과 희망, 괴로움과 절망까지 화폭에 옮기는 유경희 작가를 인터뷰했다.
2008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다수 개인전 및 단체전에 참가하며 쉼 없이 달려온 유경희 작가에게 지난 1년은 ‘pause’, 즉 잠시 멈춤의 시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랜 세월 놓은 적 없는 붓을 잠시 내려놓고 인간관계에 대한 고찰의 한 해를 보낸 그녀는 이를 통해 생각을 모두 정리하고 이제 다시금 붓을 잡기 시작했다. 고심을 거듭한 끝에 그녀가 내린 결론은 그림에 더 집중하자는 것이었다. 이에 유경희 작가는 그간의 인간관계는 줄이고 그림에 더 집중하고 있으며, 인터뷰가 진행된 화성 작업실에서 내년 2월 부산 갤러리H에서 개최되는 초대 개인전 준비에 한창이다. 또한, 유경희 작가는 작업실 한편에 자기 작품을 보기 좋게 큐레이팅해놓은 ‘작은 갤러리’도 운영하며 솔미작가촌에 볼거리를 더하고 있다.
여인으로 인간의 이중성 표현
“저는 여태까지 여인으로 인간의 이중성을 표현해왔습니다. 다시 말해 제가 그려낸 여인은 그야말로 여러 감정의 집약체나 다름없죠. 실제로 우리 주위만 둘러봐도 다양한 온갖 인간 군상이 있습니다. 이러한 삶의 희로애락과 복잡미묘한 내면을 ‘여인’이라는 페르소나로 캔버스 위에 담아내고 있습니다.”
유경희 작가의 말대로 그녀가 그리는 그림 속 여인들은 기쁨과 즐거움과 같은 긍정적 감정뿐만 아니라 괴로움과 절망 등 부정적 감정까지 지니고 있다. 이를 ‘여인 시리즈’로 칭한 유경희 작가는 속박된 일상에서 자유와 평온을 꿈꾸지만, 결국 순응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괴로워하고 현실과 이상, 좌절과 희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즉 외부로 표출되지 않는 내재적 감정 이미지를 화폭에 담는다. 이를 위해 그녀는 특히 눈을 표현하는 데 많은 신경을 쏟고 있으며, 색감 역시 붉은색을 비롯한 단색을 지향하고 있다. 다만, 유경희 작가는 변화하지 않는 건 작가로서 직무 유기라는 관점에서 색감도 분홍색과 같은 밝은 계통의 단색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으며, 얼굴만을 클로즈업하는 게 아닌 필요에 따라 여인의 전체적인 모습을 그림으로써 인간의 이중성을 더욱 생생하게 담아낼 전망이다.
내년 2월 부산 갤러리H에서 초대 개인전 개최
“오늘날 작품의 경향이 갈수록 화려해지는 가운데 저는 작품으로 인정받고 싶습니다. 아트페어에서 작품이 많이 판매되는 것도 물론 좋겠지만, 그보다도 어디에도 휩쓸리지 않고 인정받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어느 그림을 그려도 자신 있는 작가가 되어 훗날 제 작품이 국립현대미술관에 소장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는 12월 싱가포르에서 개최되는 아트페어에 참가를 확정 짓고, 내년 2월 부산 갤러리H에서 초대 개인전을 여는 유경희 작가. 부산에서 태어나고 공부하여 의미가 더 남다른 것 같다고 밝힌 유경희 작가가 더욱 업그레이드된 여인 그림으로 싱가포르 아트페어와 부산 초대 개인전을 성황리에 마무리하기를 기대해본다. 김성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