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는 제목부터 강렬하고 역설적이다. '더러운 돈'은 어떤 돈인지, 기어코 '더러운 돈'에 손을 댈 자는 누구이며, 그 이후 사건은 어떻게 펼쳐질지. 강렬하고 힘이 센 제목은 여러모로 호기심을 자극한다.
낮에는 강력계 형사로 사건을 수사하지만, 밤에는 불법 영업소와 범죄 조직의 뒤를 봐주는 대가로 '더러운 돈'을 챙기는 주인공들은 형사가 주인공인 범죄 영화의 문법을 비껴간다. 소소하게 푼돈 챙기는 생계형 '뒷돈' 받기 부업을 이어가는 형사들은 결정적인 선은 넘지 않는 것을 신조로 한다. 둘 중 '명득'이 일종의 리더로 그를 친형처럼 여기는 '동혁'과 둘은 손발 척척 맞는 듀오다. 허나, 우연히 범죄 현장에서 빼돌린 증거물인 메모리 카드에서 부업 규모를 일거에 뛰어넘는 거액의 '더러운 돈'의 움직임을 포착한 후, 두 형사는 '비리'에서 '범죄'로 나아간다. 어차피 신고 불가, 돈세탁이 끝나 추적도 불가, '더러운 돈'이 가장 '안전한 돈'이라는 역설은, 직접 훔치고 수사도 한다는 완전범죄의 계획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그들의 꿈은 현장에서 벌어진 총격전과 잠복하던 광수대 형사의 사망이란 변수와 만나 물거품이 된다. 돈은 어떻게 숨길지, 증거는 어떻게 은폐할지, 조여오는 수사망을 빠져나갈 방법은 무엇일지. 두 형사는 여느 범죄자보다 훨씬 더 위험한 진퇴양난의 위기에 처한다.
직접 각본도 쓴 김민수 감독은 범죄를 저지르는 형사를 주인공으로 설정한 이유에 대해서 "범죄에 가담하고 운명이 뒤틀리는 그 순간을 잡아내는 게 본질적으로 영화적이라고 생각해서 범죄 장르에 끌리는 것 같다. 또한 형사가 범죄를 저지른다는 설정은, '사건 정보를 가장 먼저 접하는 형사가 직접 범죄를 저지르면 어떻게 될까?'라는 의문에서 시작했다. 사건을 저지르는 것도, 수사하는 것도 그들이기 때문에 그 아이러니한 상황이 매력 있었다"라고 밝혔다.
정우 또한 "비리를 넘어서서 범죄를 저지르는 형사라는 설정이 참신했다. 또한 작은 일이라고 생각했던 어떤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 가면서 그것을 감당해야 하는 두 형사 캐릭터를 보는 것도 재미있었다"라는 말로 범죄 장르의 공식을 벗어난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의 신선한 이야기에 대한 기대를 더했다.
한편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는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 스페셜 프리미어' 섹션에 초청돼, 가장 기대되는 한국 영화로서 영화 팬들에게 선보이는 것은 물론, 장르 영화제를 대표하는 제57회 시체스 국제판타스틱영화제와 북미 지역에 아시아 영화의 화제작을 소개하는 산실인 제44회 하와이 국제영화제에도 초청되어, 세계 관객을 먼저 만나게 되었다. 10월 17일 개봉. 김성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