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와 통로: 고리타분한 조각이야기> 전은 올림픽조각공원의 역사적 의미와 그 안에 위치한 조각 작품들을 현재의 시점에서 재조명함으로써 공원과 미술관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준비한다. 전시는 ‘장소’와 ‘통로’로 해석된 조각이 공원과 미술관의 공간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시간이 흐르면서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탐구한다. 전시는 올림픽조각공원 조성을 위해 1987, 1988년 개최된 <제1, 2차 국제야외조각심포지움>과 <국제야외조각초대전> 참여작가를 중심으로 세계적인 작가 48인의 작품들을 망라하여 조각의 공간적, 시간적 의미를 새롭게 조명한다.
전시의 첫 번째 부분인 1전시실은 ‘장소’를 주제로 펼쳐진다. ‘장소’는 올림픽조각공원과 미술관의 공간에서 조각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이 공간에서는 이반 루세프, 강은엽, 박종배 등의 작품을 통해 공원과 미술관의 독특한 공간적 특성 및 조각의 상호작용을 나타낸다. 이는 조각이 공간에 어떻게 적응하며 의미를 부여하는지를 깊이 있게 다룬다.
2전시실은 ‘통로’를 주제로 동서양의 시간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전시실의 중앙에 위치한 필립 스크리브의 <함정이 있는 통행로와 건널목>은 세자르 발다치니의 <압축>과, 심문섭 <목신>을 연결시킴으로써 조각이 갖는 시간성 및 공간 개념을 극대화한다. 이는 서구적 사고방식을 대표하는 <압축>과 동양적 강복(康福)을 나타내는 <목신>을 대비시킴으로써 동서양의 시간성을 대비시킨다.
3전시실은 ‘장소’를 주제로 세계 각국의 문화의 다양성을 표현한다. 전시실은 국제야외조각초대전에 출품된 작품들을 중심으로 각 대륙의 토속 신앙과 영적인 신념을 표현한 조각들로 구성된다. 이 공간은 조각의 문화적 및 영적인 배경이 투영된 다양한 문화와 신앙의 상징을 드러냄으로써 조각이 어떻게 각 문화의 정체성과 신념을 반영하는지를 탐구한다.
4전시실은 현대조각의 발상의 전환과 실험적 조형미를 보여주는 데니스 오펜하임, 헤수스 라파엘 소토, 이슈트반 허러스치, 마그달레나 아바카노비치의 작품들과 김찬식, 이승택, 최만린, 박석원, 정관모, 박충흠, 이종각 등 국내 조각가들의 마스터피스를 소개한다. 서양과 국내 작가들의 작품을 함께 배치함으로써 문화적, 조형적 차이를 넘어선 조화를 추구하는 전시의 방향을 드러낸다.
5전시실은 올림픽조각공원의 역사와 정체성을 재조명하는 아카이브형 전시 공간으로 꾸며진다. 전시에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대여한 조각작품 마케트(Maquette)와 원작 사진, 포스터를 비교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었으며, 조각가들의 구술 인터뷰, 공원 조성 당시의 문서와 사진 등 다양한 자료와 영상, 그리고 1988년 국제야외조각초대전에 출품된 실내 조각들이 복원되어 처음으로 관람객에게 공개된다.
이렇듯 현재의 조각은 역사적 맥락으로써의 ‘장소’와 미래를 향하는 ‘통로’의 개념을 바탕으로 더욱 다양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장소와 통로: 고리타분한 조각 이야기>는 과거의 유산을 바탕으로 현대 조각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며, 2024년 현재의 관객에게 36년 전 과거의 미래를 보여줌으로써 ‘앞으로의 조각’이 만들어 갈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제시한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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