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식문화‘를 종합적으로 다룬 최초의 특별전이다. 그간 식문화를 다룬 전시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수천 년의 긴 시간 동안 이어져 온 우리 밥상 이야기를 고고학적 실물 증거, 조선 왕실의 의궤(儀軌), 문인의 미식 기록, 회화 속 밥상 풍경, 오늘날의 모습과 전문가 인터뷰까지 하나의 이야기 속에서 어우러지게 구성했다는 점이 특별하다.
전시는 크게 두 개의 주제로 구성된다. 1부 ‘삶과 함께한 우리 밥상’, 2부 ‘자연이 빚은 우리 밥상’으로, 밥상을 삶의 기록과 자연에 대한 응답이라는 두 축으로 바라본다. 우리가 어떻게 먹어왔는가를 다루는 1부는 밥상의 주인공 ‘밥‘에서 출발한다. 여러 곡물 가운데서도 ‘우리’라는 공동체를 만든 삼천 년 전 불탄 볍씨와 다양한 시루와 솥으로 쌀이 우리 밥상의 주인공이 되기까지, 고슬고슬한 밥을 짓기까지의 여정과 의미를 짚는다.
우리가 무엇을 먹어왔는가를 다루는 2부의 첫 번째 주제는 ‘팔도 밥상, 계절 밥상‘이다. 계절을 따라 산과 들, 하늘과 바다가 내어준 우리 먹거리를 다룬다. 먼저, 국가가 기록하고 관리한 맛과 개인이 기억하는 맛으로 팔도 방방곡곡의 특산물을 보여준다. 특히 『홍길동전』의 작가로 알려진 허균(1569~1618)의 「도문대작」(17세기)은 유배 중에 자신의 기억 속 팔도 별미를 불러내어 적은 17세기 조선 미식가의 맛 기록이다. 덕분에 우리는 당시 사람들이 좋아했고 계절마다 즐겼던 맛의 지도를 그려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국가 지정 문화유산(보물 5점, 국가민속문화유산 6점)을 포함하여 51개 기관의 협조로 488건 684점의 고고·역사·미술·민속 분야를 아우르는 방대한 양의 식문화 관련 전시품을 한 공간에 모았다. 많은 전시품 가운데 놓쳐서는 안 될 21점에 대해서는 배우 류수영이 직접 이야기를 들려준다. 배우 류수영은 각 전시품이 지닌 이야기를 친근하고 따뜻한 목소리로 전달해, 전시품과 관람객 사이의 거리를 좁힐 것이다.
또한, 음식이 없는 음식 전시라는 한계를 넘기 위해 음식을 연상시킬 수 있는 장치를 곳곳에 배치하였다. 밥상을 차리기까지 나는 소리와 다양한 의성어·의태어 표현, 음식을 만드는 조리 영상(온지음 맛공방 협조)과 이미지, 조선 지식인이 즐긴 상추쌈 먹는 법 읽기 등 음식 없이도 전시장 곳곳에서 맛을 자연스레 떠올릴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어린이와 함께하는 가족 관람객을 위한 전시 감상 카드 ‘푸짐한 전시 한 상’을 전시실 10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관람객들은 밥상이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문화유산을 통해 옛사람들의 식문화에 대해 생각하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이와 함께 식문화를 오래도록 연구해 온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9인의 인터뷰로 좀 더 깊이 있는 마무리가 될 수 있도록 했다. 인류학·식품영양학·농업경제학·비교문화·요리 분야 전문가로 주영하(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정혜경(호서대 명예교수), 문정훈(서울대 교수), 이욱정(다큐멘터리 감독), 강민구(국내 유일 미슐랭 3스타 밍글스 레스토랑 오너 셰프), 정관 스님(백양사 천진암 주지), 조희숙(한식공간 대표), 조은희·박성배(온지음 맛공방 객원위원)가 각자의 시선으로 한국 밥상의 매력과 가치를 이야기한다.
여기에 더해 전시 기간에는 대중과 직접 호흡할 수 있는 다채로운 행사가 마련되어 있다. 어린이‧가족 대상 특강(7월), 어린이 대면 교육 ‘애들아, 밥먹자!’(8월), 식문화 전문가 초청 강연토론회(8월), 유홍준 관장의 특별 강연(9월), 청소년 전시 연계 교육(9월), 북토크(9월), 한국식생활문화학회와의 공동 학술대회(10월), 한식의 다채로운 매력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2026 한식 페스타(10.23.~10.25./한식진흥원 공동 주최) 등이 있다. 세부 일정과 참여 방법은 순차적으로 국립중앙박물관 누리집에 공개할 예정이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박물관이 밥상을 전시 주제로 삼는다는 것은, K-푸드의 뿌리이자 우리가 매일 너무 당연하게 마주해 온 삶의 가장 가까운 풍경을 다시 보자는 제안입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단순히 옛 음식문화를 아는 것에서 나아가, 우리의 밥상이 이 땅의 자연과 밥을 하늘로 여겨온 옛사람들의 노력 위에 있다는 것을 느끼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김성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