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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대중음악사/채식약선, 내 몸을 살리는 치유의 식탁/새들의 사회성/인생의 단맛을 보여주마

김성민 지음/강주연 지음/편혜영 지음/김영민 지음 | 2026년 08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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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대중음악사

김성민 지음 / 글항아리 / 22,000원

이 책은 케이팝 아이돌 그룹 뉴진스의 멤버 하니가 도쿄돔에서 1980년대 일본의 전설적인 아이돌 마쓰다 세이코의 〈푸른 산호초〉를 불렀던 장면에서 시작한다. 당시 이 노래가 일본을 강타했을 때, 한국의 청년들은 국가 검열 아래 일본 가요를 몰래 들어야 했다. 그러나 오늘날 케이팝 아이돌이 일본 대중음악을 재현한 무대는 수십 년간 축적된 한일관계의 기억을 새롭게 환기했다. 한국과 일본은 인접성이라는 지정학적 조건 위에 사물, 사건, 사람이 끊임없이 이동하고 뒤섞여왔다. 한일 음악산업 또한 경계를 넘거나, 강화하거나, 침식해왔으며 오랜 역사와 선입견은 서로를 향한 금지와 배제로 표면화되어 있었다. 이 책의 저자인 김성민은 『일본을 禁하다』, 『케이팝의 작은 역사』에 이어, 이런 한일의 특수한 관계성을 파악하기 위한 매개로서 ‘음악’을 꺼내든다.


채식약선, 내 몸을 살리는 치유의 식탁

강주연 지음 / 소금나무 / 20,000원

저자는 몸의 상태를 네 가지로 나눠 읽는다. 막힌 것은 비우고, 지친 것은 채우고, 과열된 것은 늦추고, 흐트러진 것은 다스리는 것. 폐와 대장, 비와 위장, 간과 신장, 심장과 혈관이라는 몸속에서 쉬지 않고 일하는 장부마다 필요한 것이 다르다는 원리에서 출발한다. 네 개의 장은 모두 같은 방식으로 짜여 있다. 체크리스트로 오늘 내 몸의 신호를 먼저 확인하고, 한의학과 영양학을 나란히 짚어가며 그 신호가 뜻하는 바를 설명한 뒤, 그에 맞는 채식 밥상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완성된 레시피가 일흔 가지에 가깝다. 화려한 보양식이 필요한 게 아니다. 이 책이 하려는 말은 하나다. 오늘 나에게 맞는 밥 한 그릇을 천천히 짓는 일, 그것이 몸을 돌보는 가장 확실한 시작이라는 것. 전작 『자연주부 채식약선 식탁』에서 계절을 따라 밥상을 지었던 저자가 이번엔 몸 안의 시간을 따라간다. 


새들의 사회성

편혜영 지음 / 문학동네 / 17,500원

『새들의 사회성』에 실린 8편의 소설은 인물들 저마다가 자신의 삶에 드리운 어려움을 안간힘을 써서 통과해가는 과정을 따라가는데, 그런 애씀의 시간을 통해서도 끝내 해결하기 요원한 삶의 벅참을,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미약한 희망과 우정을 그려냄으로써 그간의 편혜영 소설이 쉽게 허락하지 않았던 애틋함과 슬픔을 느끼게 한다. 인물들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온기와 더불어 유머와 느긋함으로 빛나기 시작했다는 점도 이번 소설집의 유의미한 특징이다. 국내외 수다한 문학상을 수상하며 굳건한 소설세계를 구축한 작가에게 『새들의 사회성』은 전혀 다른 변화로의 감행이라기보다는 그간의 세계를 지키며 소설의 품을 넓히는 확장에 가깝다. 고통의 바닥까지 내려가서야 비로소 삶의 깊이를 가늠할 수 있듯이, 비관의 눈을 통해서만 들여다볼 수 있는 일말의 희망이 있다. 그것이 따뜻한 비관론자 편혜영이 우리에게 선물하는 삶에 대한 감각이며, 이번 책이 태작 없는 작품들로 뛰어난 커리어를 쌓아온 작가의 소설 궤적에서도 우뚝한 성취를 보이는 이유이다.


인생의 단맛을 보여주마

김영민 지음 / 김영사 / 18,000원

소설집에 실린 열두 편은 무언가에 홀린 듯 질주하는 이야기다. 희대의 아부 전문가와 독재자의 대결, 만국 내향인의 단결을 도모하는 매니페스토, 사라진 혁명가를 찾는 전단, 노벨문학상에 국운을 건 K국, 어느 책이 전하는 학자의 일대기, 머리 감겨주실 분을 구하는 공고문 등이 저마다의 목소리로 내달린다. 그 모든 질주는 끝내 하나의 물음에 가닿는다. 무엇을 위해 살다가 죽을 것인가. 이 미친 세상에서 은은하게 미친 채 저마다의 낙하를 살아내는 인물들은 한국 사회의 정상성 신화를 은근히 깨뜨리고, 은은하게 미친 행진을 웃으며 뒤따르던 독자는 어느 페이지에선가 자신도 그 대열 안에서 걷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 서사를 끌고 가는 힘은 김영민 특유의 문체다. 페이소스를 불러일으키되 감상에 젖지 않고, 차갑지만 다정한 유머가 페이지마다 튀어 오른다. 평생 ‘~란 무엇인가’를 물어온 그는 마침내 소설의 언어로 인간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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