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박성수 교수(위장관외과)가 대한위암학회 ‘우수연구자상’을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수상하여 화제가 되고 있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이 상은 한 해 동안 우수한 국제 논문을 발간한 연구자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이번 우수연구자상을 수상하게된 논문은 ‘위암 로봇수술과 복강경수술 비교’와 ‘위암 복강경, 개복수술과 비교한 로봇수술의 문헌고찰과 메타분석’ 등 두 가지. 기자는 고려대 안암병원 박성수 교수를 만나 고려대병원의 비전과 함께 의료계 발전방향에 대해 들어보았다.
대학 병원경쟁력은 외형이 아닌 연구역량이다
대한위암학회 우수연구자상은 우수한 논문을 통해 외국에 우리나라 의학의 위상을 드높인 연구자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올해 우수연구자상을 수상한 박성수 고려대 안암병원 위장관외과 교수의 경우 논문이 저명한 학회지에 수록되면서 한국 의학의 위상을 널리 알렸다는 평가다. 특히 논문 내용의 근간은 대한위암학회에 발표된 내용이 녹아있었기 때문에 더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박성수 교수는 고려대병원의 경쟁력으로 국내 최고 수준의 연구중심병원임을 꼽았다. 특히 정부주도로 연구중심병원을 지정할 때 고려대 안암병원과 고려대 구로병원이 동시에 지정되면서 국내에서 유일하게 하나의 병원계열에서 2개의 연구중심병원이 탄생하게 되었다. 이는 국내 어떤 병원도 달성하지 못한 기록이었다.
“우리나라 의료계의 잘못된 편견중 하나가 병원 크기와 병원 경쟁력이 비례한다는 오해입니다. 흔히 ‘빅4’, ‘빅5’ 등 병원 크기, 침상수에 따라 병원을 분류하곤 하는데, 실상 병원의 크기와 경쟁력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세계적 의료기관인 미국 엠디앤더슨(M.D.Anderson) 암센터도 실제 병상 규모는 우리나라 대형병원 수준보다 훨씬 작습니다. 반대로 중국에는 우리의 빅5 병원보다 많은 병상을 가진 병원들이 많지만 결코 진료의 질이 높다고 할 수 없습니다. 병원이 커야 ‘빅’을 붙일 수 있고, ‘빅’은 곧 ‘하이퀄리티’라는 인식을 바로잡는 문제가 최우선과제입니다.”
사실 전 세계의 어느 의료선진국에서도 병상수로 ‘빅’을 따지는 곳은 없다. 그런 의미에서 고려대병원은 외형이 아니라 글로벌 수준의 의료경쟁력으로 평가받는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의료정책의 비전이 시급하다
박성수 교수에게 우리나라 의료계의 선진화를 위한 최우선과제를 물었다. 박 교수가 강조한 의료선진화의 첫 번째 조건은 바로 ‘의료정책의 올바른 비전 설정’이다. 국가 의료정책의 장기적 비전을 설정, 의료시스템의 불필요한 변화와 변형을 최소화하여 의료계가 혼란스러워지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 더불어 공공의료와 민간의료 사이에서 병원과 환자에게 최선의 의료정책이 제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형된 의료정책 속에서 수익 창출을 위해 병원이 병상수를 늘리거나 과도한 수술을 진행하는 편법을 미연에 방지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수익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의사의 진료행위에도 올바른 변화가 필요합니다.”
현재 외과 수술분야는 물론 거의 모든 임상분야에서 우리나라 의사가 유능하다는 점은 전 세계가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박 교수는 우리나라 외과의사는 지나치게 수술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과거에는 내과적 지식, 외과적 지식을 통합해서 진료를 했기 때문에 환자에 대한 토털케어가 가능했지만 지금은 수익이 담보되는 수술중심으로만 진료하는 경향을 꼬집었다. 대표적인 예가 로봇수술이다. 특정 로봇수술의 경우 환자들이 비싼 의료비를 지급하는 데 비해 효과는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좋은 의사의 네 가지 조건
“의사의 첫 번째 사명은 무엇일까요? 바로 환자의 ‘생명연장’입니다. 의사의 본분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문화가 더 깊이 뿌리내려야 합니다. 더불어 ‘로봇수술’에 대한 잘못된 집착을 경계해야 합니다. 젊고 실력있는 의사들이 로봇수술에 몰두하여 많은 병폐가 생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로봇수술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져야 합니다. 로봇은 하나의 인터페이스일뿐 로봇을 통해 환자에게 전하려는 의사의 처방은 똑같습니다. 로봇에 대한 지나친 편견으로 인해 또다시 의료계가 왜곡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합니다.”
박성수 교수가 교육자로서 학생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네 가지다. 첫 번째 전문지식, 두 번째 환자 진료시 가족이라고 생각할 것, 세 번째 지금보다 편한 시기는 향후 10년간 없다는 것, 네 번째 강한 체력이다. 박 교수가 제자들에게 강조한 네 가지 요건은 곧 의사로서 반드시 가져야할 사명이 아닐까. 기자는 박성수 교수가 강조했듯 수익이 아닌 본분에 충실한 의사가 많아진다면 우리나라 의료계의 선진화가 더 가속화 될 것으로 기대해 보았다. 이양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