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시대를 담는 그릇이자, 공간을 만드는 이들의 철학이 투영되는 거울이다. 대한민국의 가장 트렌디한 청담동에서 네 번째로 마주한 '도빌딩 청담 투' 리모델링 프로젝트는 단순히 낡은 건물을 고치는 장식적 행위가 아니라 시간의 궤적을 품은 구조물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이자, 소신과 감각이 집약된 하나의 마일스톤이다.
많은 이들이 리모델링을 이야기할 때 마감재와 화려한 인테리어에 집중하지만 내가 바라보는 시선은 다듬어가는 인연 같다. 쉽게 만나고 쉽게 허무는 관계가 아닌 관계의 뼈대를 지켜내는 신념. 서로 양보하고 가꾸어 나가는 오랜 인연과 같은 건축이 조화를 이루는 '도빌딩의 네 번째 이야기' 그 여정은 나의 아카이빙이자, 공간이 지녀야 할 방향이기도 하다.
나는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공간이 주는 감동을 탐구해 왔다. 파리의 고풍스러운 골목길에서 발견한 석재의 질감, 밀라노의 디자인 위크에서 마주한 빛과 그림자의 조화, 뉴욕의 오래된 건물이 보여주는 날 것 그대로의 브릭 감성까지. 내가 경험한 모든 여정은 고스란히 나의 디자인 데이터베이스가 되었고, 도빌딩 프로젝트의 밑거름이다. 그러나 이를 현실로 구현해 내는 힘은 또 다른 영역을 필요로 하는 것 같다. 그 기반에는 현장에서 발휘되는 '알뜰한 '관리 감각'이라고 생각된다.
건축은 많은 것을 만들어내는 산업이고 동시에 많은 것을 버리는 산업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새로 짓는 기술보다, 이미 존재하는 가치를 오래 살려내는 방법에 더 마음이 간다. 20대 시절 건축 현장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부터 작업자들이 흘려보내는 시간, 흐트러지는 자재 하나하나를 지나치게 관리해 왔다. 이는 성격을 넘어 나를 정의하는 아이덴티티가 되었고, 버려지는 것과 낭비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내 철학으로 자리 잡았다. 미적 트렌드와 자재 하나를 허투루 쓰지 않는 고집. 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가지가 결합했을 때, 비로소 만족하는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다시 살리는 것의 가치, 지구를 아끼는 소신
리모델링을 고집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흔히 새 건물을 짓는 신축이 완벽하지만, 리모델링은 신축이 대신 할 수 없는 경제적·환경적 가치가 있다. 가장 먼저 와닿는 것은 효율적인 '비용 절감'이다. 기존 건축물의 골조를 그대로 활용하기 때문에 토목 공사나 기초 골조 공사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이는 곧 내부 인테리어와 자재의 퀄리티를 한 단계 높이는 반사 이익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내가 리모델링을 사랑하는 진짜 이유는 '폐기물의 최소화'에 있다. 건물을 통째로 허물고 새로 짓는 신축 현장은 그 자체로 수백 톤에 달하는 콘크리트와 폐기물이 지나친 탄소를 배출한다. 반면 리모델링은 건물의 뼈대를 보존하며 필요한 부분만을 치유하듯 고쳐 쓰기에, 환경에 가해지는 부담을 최소한으로 줄여낸다. 가치를 보존하면서도 새것 이상의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것, 그것은 리모델링의 위대함이다. 그러나 많은 현장에서 자재를 남기고, 버려진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혹은 효율성이라는 핑계로 쉽게 부숴 많은 폐기물을 만들어진다. 그럴 때마다 내 마음속에는 의문이 솟았다. 만약 이 모든 비용이 '자신의 몫이었다면 그렇게 낭비할 수 있을까. 자본의 가치를 존중하고 효율을 극대화하는 경영자의 관점에서 보면, 자재 낭비는 방만함이다.
환경에 대한 책임과 건축의 본질
그 본질은 단순히 비용 절감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한 걸음 더 나아가면 '환경에 대한 책임'이다. 매일 쏟아져 나오는 전 세계의 건축 폐기물 속에, 내 현장만큼은 지구에 덜 미안하고 싶은 소신이다. 환경을 생각한다면 공사의 최적화로 탄소 배출을 최소화해야 한다.
폐기물을 줄여내는 것은 단순히 성격이 아니다. 그것은 지구를 아끼고 다음 세대를 배려하는 품격 있는 건축적 실천이다. 네 번째 도빌딩 리모델링은 그 어떤 프로젝트보다 폐기물의 양을 줄여냈으며, 자재의 재활용과 지속 가능한 공법을 고민한 흔적들로 가득하다. 이것이 내가 지향하는 하이엔드(High-end) 리모델링의 진정한 정의다.
환경을 생각하는 실천이야말로 건축을 다루는 우리가 지켜내야 할 기본적인 자세다. 예의를 바탕으로 신뢰를 쌓아 오래도록 인연을 이어가듯, 건축 역시 지구를 향한 정중한 예의를 갖출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해진다. 새롭게 시작하는 인연보다, 오래 이어온 인연을 소중히 리모델링해 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