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그림동화 ‘탄탄동화 시리즈’로 1600만 달러 저작권 수출, 전 세계 40여개국 400종의 동화책 수출... 유럽이나 일본 얘기가 아니다. 국내 출판사인 여원미디어가 그동안 달성한 성과다. 출판 수출의 불모지인 우리나라에서 여원미디어가 ‘탄탄동화 시리즈’로 세계 3대 그림책 상을 휩쓸고, 국내 그림동화 수출 1위 기업으로 성장한 데에는 김동휘 대표만의 경영 철학이 숨어있었다. 김 대표는 “저작권 수출은 곧 창조 산업”이라고 강조하고, 동화책은 어린이들의 행복과 꿈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친구라고 역설했다. ‘동화책 출판 마에스트로’의 창조 혁신 스토리를 벤치마킹해 보자.
“해외 도서전에 참가할 때마다 가끔 한국 대사관들에게 ‘책도 수출이 되느냐’는 질문을 받습니다. 당황스럽지요(웃음). 한류 열풍이라고들 하지만 우리나라 드라마나 영화가 아니라 동화책이 외국에서 호평을 받는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이 놀라워합니다.” 도서, 그것도 어린이들이 읽는 그림 동화책을 외국 도서전에 출품하여 수출하겠다는 꿈은 척박한 국내 출판 시장의 현실을 감안하면, 이상적이거나 비현실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여원미디어 김동휘 대표는 그 꿈을 이뤄냈다. 애초부터 ‘글로벌 출판’을 염두에 두고 해외 구석구석을 다녔던 그는, 음식이나 영화, 드라마 못지않게 동화책이 한국을 알리는 탁월한 문화 콘텐츠가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매체 특성상 동화책은 영화나 드라마에 비해 관심을 덜 받습니다. 이른바 한류라고 하는 유행은 언젠가는 지나가기 마련입니다. 우리나라가 해외에서 존중 받는 나라가 되려면 일시적인 ‘한류’보다는 기록 문화의 산물인 책이 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세대가 바뀌고 시대가 변해도 여전히 도서관 서가 한 쪽에서 사람들에게 읽히는 책은 지식의 보고이자 위대한 문화유산이다. 김 대표는 그림책 출판을 곧 돈벌이 사업으로 보는 과거의 관습을 탈피하고, 확고한 도덕의식과 글로벌 출판인의 자세로 해외 시장 문을 끊임없이 두드려왔다.
그림 동화는 어린이의 잠재력을 키워주는 매개체
김 대표는 해외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동화책의 콘텐츠 질을 높여 경쟁력을 높이는 것만이 살 길이라는 생각에 철저한 ‘아웃소싱 전략’을 택했다. 질 높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실력 있는 편집자와 디자이너, 작가를 적극 섭외하고 외부 업체와 본사 간 상호 연계로 해외 아동도서시장을 개척했다. 노력은 조금씩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해외 시장에서 가장 먼저 주목한 ‘탄탄 우리옛이야기’ 시리즈를 시작으로 수많은 시리즈물이 탄생하여 전 세계 출판인들에게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탄탄동화 시리즈를 발판으로 총 3천여 권의 그림책을 출간하는 발판을 마련한 김 대표는 수출 시작 3년 반 동안 수출 적자에 시달리던 것을 그 후 1년 반 만에 흑자로 돌려놨다. 탄탄동화 시리즈의 인기는 연달아 봇물처럼 터지기 시작했다. 2008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120만 권 수출 계약을 맺은 데 이어 2010년에는 아랍에미리트에 128종 도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브라질과 멕시코, 아르헨티나에서는 탄탄 동화 150만 권이 학교 부교재로 채택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자신이 글로벌 출판인이 되려고 노력한 것이 돈 때문이 아니라 한국 동화의 자부심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서였다고 전했다. “과연 동화책이 되겠어?”하는 주변의 의혹을 뿌리치고 우리나라 출판 역시 글로벌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음을 증명하여, 출판인들의 긍지를 높이기 위해서였다.
어린이를 사랑하는 참스승
당연한 얘기지만 김 대표는 어린이들을 무척 사랑한다. 그가 동화책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목적 중 하나는 나라의 미래 주역인 어린이들의 꿈과 상상력을 키워주기 위해서다. 2001년부터 국내 도서전에 한 번도 빠짐없이 참석하고 어린이들을 위해 파주출판도시 내에 탄탄스토리하우스라는 문화센터를 지은 것도 순전히 고객이자 독자인 어린이들을 향한 무한한 애정 때문. “어린이들에게 독서를 권유하는 이유는 지식을 쌓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능 개발 때문입니다. 어릴 때는 책을 통해서 자기가 뭘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지 발견하게 되는데요. 어릴 때 어린이들이 스스로 선택해서 읽은 책은 잠재력 개발과 상상력을 키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여원미디어는 2013년 중남미 최대 국제도서전인 ‘멕시코 과달라하라 국제도서전’에서 ‘탄탄시리즈’로 총 32만 2,000부의 저작권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김 대표는 회사가 안정궤도에 오른 지금도 실무자와 함께 현장을 누비며 매년 15회 이상 도서전에 참여할 만큼 열정적으로 일하고 있다.
“우리 어른들은 어린이들을 자기 소유물로 생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어린이는 너, 나의 어린이가 아니고 모두의 어린이입니다. 어린이는 끝없이 보호해주고 지켜줘야 하는 보배같은 존재입니다.” 일찍이 아동문학가 방정환 선생은 ‘어린이는 어른보다 한 시대 더 새로운 사람이다’라고 했고, 페스탈로치는 ‘올바른 사회는 어린이들에게 참다운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이루어질 수 있다’고 했다. 기자는 인터뷰 말미 “어린이들을 위해 좋은 책을 만든 것이 오늘날 내 모습을 만들었다”고 말하는 김동휘 대표를 보며 동화를 위해 평생을 바친 김동휘 대표의 모습에서 어린이를 사랑하는 참스승의 얼굴을 엿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