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는 예로부터 인륜지대사의 마지막으로, 엄숙하고 어두우며, 우리의 일상과는 다소 동떨어진 행사로 인식되어왔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고 우리의 생활문화가 바뀌면서 장례는 물리적인 위치 뿐 아니라 우리 마음 안에서의 거리도 점차 우리들의 일상과 가까워지고 있다.
미니어처를 통한 영원한 추억
대학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구승연 대표는 미니미소의 시작을 이렇게 회상했다. “처음엔 취미로 미니어처를 만들다가, 주변에 계신 고인의 가족 분들께 고인께서 평소 좋아하셨던 물건들을 미니어처로 만들어 드렸습니다. 그런데 제 작품을 받으신 가족 분들께서 사진을 블로그 등의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려주시면서 제작 의뢰가 들어오기 시작했고, 이렇게 고인을 추모하는 미니어처 시장의 잠재력은 충분하지만 그것을 전문적으로 만들어주는 곳은 없다고 판단하여 뜻이 맞는 동료들과 미니미소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미니미소의 홈페이지(www.mini-miso.com)를 방문하면 작품의 다양성에 놀라게 된다. “저희는 기본적으로 재료와 시간이 허락하는 한, 어떤 작품이라도 제작해드리고 있습니다. 고인이 즐기셨던 운동이나 취미, 즐겨 드셨던 음식들, 좋아하셨던 장소까지 어떤 분야에든 상관없이 제작해 드리고 있습니다.” 실제로 기자가 미니미소의 작업실을 방문했을 당시, 의뢰가 들어온 여러 작품들을 나무 조각, 합성수지, 금속 소재를 통하여 한창 제작 중이었고, 고인이나 가족의 사진을 미니어처화(化)해서 액자에 넣는 작업과 고인이 선호하던 음식의 상표 라벨 실제 그대로를 재현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했다.
구승연 대표에게 작품을 만드는데 있어서 기본이 되는 철학에는 무엇이 있는지 물었다. “처음 취미로 미니어처를 만들 때에는 제가 만들고 싶은 대로 자유롭게 제작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미니미소를 시작한 이후에는, 제 개인적인 의도나 취향을 살려 작품을 만드는 것은 고인을 위한 작품을 만든다는 미니미소의 이념과 반대된다고 생각하여 저희 작품의 주인공이 되시는 고인과 작품을 받으시는 가족 분들만을 생각하며 작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작품에 있어서 작가의 철학이란 가장 기본이 되는 토대일 것인데, 그것을 지양하고 받는 사람들을 먼저 생각하는 답변에서 구승연 대표의 따듯함이 느껴지는 듯 했다.
마지막으로 미니미소의 뜻이 무엇인지 물었더니 ‘미니로 소통하기’의 줄임말이라고 했다. 미니어처를 통하여 고인과 남겨진 가족들이 언제나 소통할 수 있고 같은 추억을 영원히 공유하게끔 만들어주고 싶다는 의미로 지었다고 한다.
우리 일상의 한 부분으로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장례문화에 있어서 미니미소와 같은 업체가 더 많아진다면, 장례를 떠올릴 때 생각나는 단어가 ‘슬픔‘보다는 ’추억‘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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